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영화가 <시네마 천국>이다. 요새야 할리우드 편중현상이 과거보다 심해져 미국영화가 후보군 대부분을 차지하겠으나 십수 년 전만 해도 <시네마 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영화 여럿이 목록을 장식했을 테다. 이를테면 이런 영화들, <인생은 아름다워> <지중해> <일 포스티노> <자전거 도둑> <피아니스트의 전설> 같은 작품들 말이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이탈리아 영화가 많다는 건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영화 잘 만드는 나라가 적지 않지만, 이탈리아 만큼 한국인의 가슴에 깊이 남는 작품을 많이 만든 나라는 흔치 않다. 이탈리아 영화인들이 특출한 때문일까. 그런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꼭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닐 테다.
나는 그보단 이탈리아와 한국 사이의 공통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저 공통점이라기보단 진하게 닮은 무엇을 말하고자 한다.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이며, 분단과 통합의 역사를 지녔고, 유럽에선 드물게 보수적이고 강한 가족주의적 전통을 가진 두 나라다.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를 표방한 파시스트가 격렬히 맞붙었고, 마침내 사회주의가 스러졌단 점도 비슷하다. 지독한 가난을 딛고 산업화에 성공했고, 오랜 독재를 겪었단 공통점도 있다.
3S 산업으로 대표되는 우민화 작업이 이뤄졌고, 심각한 지역갈등을 겪기도 했으며, 이촌향도와 낙후된 지방 문제를 가졌단 점도 빼놓을 수 없겠다. 정으로 통하는 인간관계, 발전한 식문화, 지역과 마을이 한때나마 끈끈했던 공동체적 특성을 지녔단 것도 흥미로운 구석이다. 유럽 어느 나라를 뜯어본대도 한국과 이처럼 많은 공통점을 가진 나라는 흔치 않다. 그것이 한국인이 유독 이탈리아의 영화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나는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변화하는 세상, 지켜내고픈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