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무엇도 영원하지 않다. 가장 아름다운 꽃도 열흘이면 시들고, 가장 예쁜 인간도 십 년이면 전과 같은 생기가 없다. 그 귀함을 어떻게든 붙들고자 발버둥치는 게 인간이다. 생명을 흉내 내고 유전자조작까지 하여서 좀처럼 시들지 않는 꽃을 만들고자 분투한다. 사람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인 것이 온갖 시술과 수술이며 화장품에 더하여 아예 몰래 국경까지 넘어가서 금지된 처치를 받고 오는 부자들의 사례를 심심찮게 접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죽음만큼은 정복되지 않았다. 죽음, 그것은 인간의 영원한 딜레마다. 영원한 갈라섬, 내 죽음만큼, 혹은 그보다도 훨씬 가슴 아픈 죽음은 내가 사랑하는 누구의 죽음이다. 가장 정 없다던 인간조차 부모며 친구들이 죄다 죽고 난 뒤에는 그 삶을 감당치 못한다고 소리소리 지른다고들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정든 이들과의 완전한 단절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심리적 타격을 안기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 죽음마저 정복할 수 있다면? 수많은 SF 문학과 영화들이 이 주제에 천착해 온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인간이 영생을 얻는다면 과연 행복한 세기가 열릴까. 우리가 아는 영생까진 아니라도 뇌를 데이터화해 서버에 업로드한다면 또 어떨까. 인간의 존엄이 비단 육체의 유무에서만 오는 것일까. 인간의 의식이 육체 없는 곳에서도 똑같이 기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