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해 생각한다. 이 시대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OTT 서비스가 지구 반대편에서 갓 만들어진 영화를 안방 침대에 누워 볼 수 있도록 하는 세상에서, 극장까지 나와 값을 치르고 봐야 하는 영화가 갖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다. 극장까지 걸음하는 것부터, 다른 이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하여 에티켓을 감내하는 것까지가 모두 그렇다. 휴대폰을 켜지 않고, 옆 사람과 대화하지 않으며, 누구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일을 굳이 하지 않는 것이 모두 극장의 에티켓이 된다. 갈수록 엄격해지는 에티켓은 한 때는 자연스러웠던 소란스럽고 자유롭던 극장을 고요하고 엄숙한 공간으로 뒤바꾸어 놓았다. 그건 과연 자연스런 일이었나.
그럼에 극장 상영이 지닌 무시할 수 없는 특징은 이것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은 적어도 러닝타임 동안 작품을 일방적으로 감상하게 된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은 관객은 스크린 위에 뜬 영상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성을, 그로부터 빚어지는 이야기와 메시지에 온 정신을 기울인다. 적어도 관심을 기울이려 노력은 한다.
온갖 콘텐츠가 범람하고, 그 많은 콘텐츠를 주체적으로 켜고 끄고 떠나기 일쑤인 세상에서 극장 상영관만큼 오랫동안 일방적으로 수용자의 관심을 잡아두는 것이 과연 몇이나 되는가. 그런 의미에서 영화감독이란 관객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