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엔 주어진 수명이 있다. 천년제국을 꿈꾼 수많은 나라도 마침내는 쇠락하여 멸망하고, 수백 년 묵은 고목도 마침내 꺾이어 쓰러진다. 콘텐츠도 다르지 않아서 오래도록 이어온 시리즈며 캐릭터도 제게 주어진 수명을 넘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새 처음의 참신함을 잃어버리고 마침내는 식상하고 고루한 무엇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모두가 무력하게 나이들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낡아 자리에서 물러나는 대신 다시금 푸르름을 되찾는 것이 드물게는 있는 것이다. 새로 시작한다는 뜻에서 소위 '리부트'라 불리는 작품들이 그를 의도한 것으로, 때때로 리부트에 성공해 낡은 틀을 벗고 새로움을 입는 경우가 발견되곤 한다.
일찍이 팀 버튼의 것으로만 기억되던 <배트맨> 시리즈가 어느덧 DC코믹스 히어로물을 지탱하는 새로운 시리즈로 거듭난 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해도 좋겠다. 그러나 옛 것을 새로 하는 것은 개혁이란 말 그대로 피부를 벗겨내고 새 피부를 입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많은 작품이 새로 거듭나는 데 실패하고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