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마주했던 장난이 있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도 이따금은 그런 장난과 마주한다. 말하자면 신입 놀리기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선배 중 하나가 저도 신입인 양 장난을 친다. 신입이 겪게 되는 여러 일을 며칠, 혹은 몇 주 간 함께 하다가는 어느 순간 본색을 드러낸다. 제가 실은 누구라고, 신입보다는 한참 선배라고 진실을 털어놓을 때, 그가 저와 같은 신입이라 철썩 믿었던 이는 낭패를 당했음을 직감한다.
장난은 장난일 뿐 누구를 괴롭힐 생각은 없었다 하겠으나 당한 이는 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를 철석같이 믿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해서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경우 그와 마음을 열고 사귀었던 순간들이 죄다 거짓으로 돌아가는 게 실망스러울 테다. 나는 진실로 상대를 대했으나 상대는 한 순간도 그러지 않았음을 알 때, 인간은 누구나 배신감을 느낀다.
그저 장난이 아닐 때도 있다. 한때는 노동운동을 독려하고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하여 위장취업 하는 이들이 많았다. 고된 노동현장 가운데 제 신분을 속이고 들어와 노동자를 조직하고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을 하는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에 이르는 한국 대학 운동권의 노동운동이 꼭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