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영화의 한 장면
넷플릭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배역에 어울리는 캐스팅을 하는 걸로 정평이 났다.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는 우주를 돌아다니며 전사들을 모으는 내용이다 보니 알제리 출신의 소피아 부텔라, 잉글랜드 출신의 찰리 허냄, 웨일스 출신의 안소니 홉킨스, 미국 출신의 레이 피셔, 아프리카 출신의 자이먼 운수, 한국 출신의 배두나 등 세계 각지의 배우들이 모이며 자연스레 문화 간, 세대 간 다양성을 얻게 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명배우 안소니 홉킨스가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안드로이드 병사 지미다. 그는 파트 1에서는 분량이 많지 않으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만든다.
검술의 달인 네메시스로 분한 배두나 배우는 거미와 인간이 결합한 하마다(지나 말론 분)가 벌이는 인상적인 전투로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특히 네메시스는 갓을 쓴 의상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잭 스나이더 감독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킹덤>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원래 남성만 착용하던 갓을 여성에게 씌어 성별을 깨부수는 느낌을 주고 배두나가 가진 한국이란 뿌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존중해주었다고 설명한다.
스토리텔링의 문제는 여전하다. 친숙한 스토리와 설정, 캐릭터와 장면이 실로 밋밋하게 뒤섞여 있다. 독창적인 '무엇'이 전무한 수준이다. 기본적인 구조는 < 7인의 사무라이 >를 따르거니와 카이(찰리 허냄 분)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한 솔로(해리슨 포드 분)를 빼닮았고 네메시스가 휘두르는 칼은 라이트세이버에 가깝다.
거미인간과 네메시스의 싸움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영향 아래에 있고, 타라크(스티즈 네어 분)가 거대한 생명체를 길들이는 장면은 <아바타>(2009)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잭 스나이더 감독답게 더 많은 피와 폭력, 성적 위협과 묘사, 거친 욕설을 넣어 마치 '성인 등급의 <스타워즈>'를 보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19금 수위까지 기대하진 마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