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백화점 뒤편에서 일한 적이 있다. 주로 영업시간이 끝나고 셔터를 내린 뒤부터 일이 시작됐다. 들어오는 물건을 백화점 판매 층으로 옮겨놓고, 이따금씩은 점포의 마네킹을 분해하고 조립했다.
이전까지 백화점은 물건을 사는 곳이었다. 나는 언제나 손님으로 내 모습을 가정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돌아보지 않았다. 기껏해야 판매노동자가 생각이 미치는 전부였다.
그러나 일을 하고 난 뒤 백화점은 전혀 다른 곳이 되었다. 손님 눈에 비치는 공간만큼 비치지 않는 공간 또한 많은, 그곳의 낮을 위해 쉴 틈 없는 밤을 보내는 이들로 가득한 노동의 공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