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깊은 시각, 두 명의 간호사가 병동을 지키고 있다. 신참 간호사가 선배 간호사에게 묻는다. 아까 OOO 환자분이 잠 못 주무시겠다고 수면제를 요청하셨다고. 당직 의사에게 알렸지만 부재중이었다는 이야기다. 선배 간호사가 직접 맡아 하겠다며 응급실로 전화를 돌린다.
어렵게 연결된 당직의는 졸피뎀을 처방하라 말한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한다고 답하자 저는 다른 일로 바쁘다고 말한다. 바쁘면 이따 편한 시간에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하니 아예 응급실로 직접 전화를 걸면 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줄 거란다. 요컨대 간호사에게 제 명의로 대리처방하라는 지시다.
제10회 부천노동영화제 개막작 중 하나인 < 3교대 > 이야기다. 의사에게 처방을 부탁하는 전화를 건 간호사 경희(이지혜 분)는 병실에 입원해 있다. 신참 간호사 수민(윤설 분)은 경희의 부상을 두고 경위서를 써야 하는 입장이다. 수민이 쓴 경위서를 본 당직의는 당장에 달려와서는 수민을 겁박한다. 누구 앞길 막을 일 있느냐고 수민에게 윽박지른다. 수민은 사실대로 쓴 거라며 항변해보지만 씨알도 먹혀들지 않는다. 이들의 다툼을 병실 안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경희다.
영화는 간호사가 다친 사유에 대한 경위서조차 사실대로 쓰지 못하는 수민의 모습, 이로부터 드러나는 병원의 위계, 전날 밤 경희가 다쳐 입원에 이르게 된 이유까지를 추적한다. 18분짜리 짧은 단편 안에 한국 간호사의 현실과 그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법제도의 문제, 병원이란 공간 안에서 의사와 간호사 사이의 권력관계를 고스란히 내보이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