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인천 사이, 78만 명의 시민이 살아가는 도시가 바로 부천이다. 대도시 두 곳에 끼인 평야지대로, 한 때는 특색 없는 소도시란 평가가 나오곤 했던 곳이다.
그마저도 이 도시는 가혹하고 모욕적인 편견과 오래 싸워야 했다. 인근 대도시들로 인해 베드타운으로만 기능할 뿐 자체적으로 문화를 꽃피우고 지탱할 자생력이 없다는 게 그중 하나였다. 한국프로축구 K리그 소속이던 부천SK 팀이 제주도로 연고를 이전해 큰 논란을 빚은 것도 이 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뿐인가. 2018년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TV토론 자리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정태옥이 '서울에서 살다 이혼을 하면 부천으로,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지역비하발언을 쏟아내 이른바 '이부망천'이란 표현이 유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 지역에 대해 이토록 모욕적인 발언이 퍼져나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부천시의 명예에 큰 타격이 되었다.
그러나 부천시는 이러한 편견과 혐오 어린 시선에도 굴하지 않았다. 부천만의 특색, 부천만의 문화를 돌보고 길러 전국 어디에도 내세울 수 있는 멋을 이뤄나갔다. 그 선봉이 예술이며, 구체적으로는 영화와 만화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3대 국제영화제로까지 꼽히는 행사다.
특히 장르물로 특화한 성격이 그대로 맞아떨어져 다른 영화제와 차별화되는 작품이 꾸준히 수급돼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 수년 간 지자체 지원금에 기댄 지역영화제며 축제 여럿이 폐지되는 와중에도 내실을 인정받고 있는 몇 안 되는 영화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