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라는 게 무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서로 다른 악기 연주자가 주어진 틀 안에서 한껏 자기를 뽐내고 어우러지는 열린 음악이란 인식이 있을 뿐이다. 가끔은 그 틀조차 선명치 않게 느껴지지만 자유로움 가운데 나름의 질서와 조화가 있고 흐르는 선율 가운데 몸과 마음을 맡기기 좋은 음악이구나 여길 뿐이다.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로선 그 이상의 이해는 무리다.
그렇다고 재즈를 아예 접하지 않은 건 아니다. 찰리 파커나 마일즈 데이비스, 쳇 베이커의 음악을 이따금씩 들었고, 한국에서도 재즈바를 찾아 술 몇 잔 쯤 기울인 이력이 있다. 남들 다 보는 <위플래시>며 <라라랜드>를 보았고, 남들 잘 안 보는 <본 투 비 블루>며 <피아니스트의 전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스윙걸즈> 같은 작품도 두루 챙겨보았다.
하지만 누가 '그래서 재즈를 아느냐'고 물으면 움츠러드는 게 사실이다. 재즈는 다른 대중음악과 다른, 어딘지 전문적인 영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 아주 틀린 건 아닐 테다. 재즈의 탄생부터 스윙과 비밥, 모던으로 이어지는 변천은 음악적 측면에선 분화와 발전이라 보아도 틀리지 않겠으나, 규모와 산업의 측면에서 보자면 번성이 아닌 쇠퇴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었다. 대중음악에 비하여 재즈를 즐기는 이들은 어디까지나 소수에 불과하며, 재즈음악계는 산업을 유지할 최소한의 소비자를 유지하는 데만도 애를 먹는 상황이다. 문턱이 높다는 불평과 한 걸음 들어서 바라보면 엄청난 매력이 있다는 평가 사이 어디쯤에 오늘의 재즈가 서 있다 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