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섬머소닉 도쿄 2023'에서 6만 명의 관객을 모은 걸그룹 뉴진스
이현파
지난 19일부터 20일에 걸쳐 열린 페스티벌 '섬머소닉 도쿄 2023'에 다녀왔다. 섬머소닉은 2000년부터 진행된 세계적인 뮤직 페스티벌로서, 이틀간 일본 지바현 지바시 ZOZO 마린 스타디움과 마쿠하리 멧세, 그리고 오사카 마시마 소닉 파크에서 열린다. 올해로 23주년을 맞은 섬머소닉에는 브릿팝을 상징하는 록밴드 블러(Blur)와 래퍼 켄드릭 라마(Kednrick Lamar)가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나섰다.
페스티벌에서 음악 외의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반면 섬머소닉은 쾌적한 공연 관람이 핵심이라 강조하는 도심형 페스티벌이다.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이 좋고, 무대 간의 동선은 잘 정리되어 있으며, 행사장은 청결하다. 어떤 질문이든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직원이 있다. 음식 부스와 맥주 부스가 분리된 국내 페스티벌과 달리 모든 음식 부스에서 생맥주를 팔고 있다. 해외 뮤직 페스티벌 입문자에게 늘 '섬머소닉'을 추천하는 이유다.
그러나 쾌적하다는 소개가 무색하게 페스티벌 첫날, 100여 명이 더위에 쓰러졌다. 나도 그 중 하나가 될 뻔 했다. 체감온도가 40도를 넘나들던 낮 12시, 뉴진스가 실외 무대인 마린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6만 명이 뉴진스를 보기 위해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무서운 폭염 속에서 뉴진스는 40분 동안 시대가 원하는 감각을 증명했다. 미국 '롤라팔루자'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것처럼, 밴드 라이브로 구성된 1부, 보다 '케이팝'스러운 퍼포먼스로 무장한 2부로 나누어 공연을 구성했다. 댄스 라이브는 안정적이었다. 뉴진스의 공연이 끝나마자자 급하게 그늘로 달려가 이온 음료로 생명력을 충전했다. 온몸이 빨갛게 익었지만,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최근 수년 동안 섬머소닉에서 한국 뮤지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뉴진스 외에도 빅뱅 출신의 태양, 엔하이픈, 트레져 등 많은 케이팝 뮤지션들이 섬머소닉 무대에 올랐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등 험상궂은 뉴스와 별개로, 어느 때보다 민간의 문화 교류가 활성화된 시점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