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무빙> 관련 이미지.
디즈니플러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부지불식 알아챘다. 그러자 버스를 몰던 초능력자 아들이 버스기사라는 본인의 업을 무시하고 불법 유턴을 감행한다. 저 트럭, 택배 트럭을 쫓아야 한다! 저 놈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시작된 자동차 역주행 추격전. 죽을 고비를 넘긴 아들은 택배 기사로 가장한 킬러의 난폭 운전 트럭과 충돌한 승용차가 날아오자 가까스로 버스를 멈춰 세운다.
원작엔 없는 '번개맨' 계도(차태현)와 킬러 프랭크(류승범)의 에피소드다. 볼거리로 보나 인물의 분노한 감정선으로 보나 여타 히어로물이라면 어찌됐든 버스로 승용차를 박살내더라도 킬러를 쫓는 것이 관습일 터. <무빙>은 그 멈춰선 계도가 승용차가 폭발하거나 다른 추돌이 벌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다시 버스를 출발시키는 장면을 기어코 삽입한다. 그리고선 1대1 대결로 넘어간다.
한 장면을 더 볼까. 희수의 아빠인 주원(류승룡)과 대결하던 프랭크는 곤죽이 된 채 이런 질문을 던진다. "아이가 있나...?"라고. 이전에 제거했던 능력자들에게도 동일하게 물었던 그 질문. <무빙>은 그 전후로 미국으로 강제 입양돼 킬러로 길러졌던 프랭크의 전사를 꽤나 공을 들여 보여준다. 영화 <꿈의 구장>으로 유명한 아이오와의 옥수수밭을 배경으로 한 전사 말이다.
<무빙>은 이처럼 원작의 유니트함과는 별개로 히어로물의 관습과 한국형, 그리고 서민형 히어로물의 차별점, 이를 뒷받침하는 강풀 원작의 자장이 뒤섞인 흥미롭고 다층적인 텍스트다. 이를 디즈니플러스라는 글로벌 OTT가 제작했다는 외형적인 특이점을 배제해도 그렇다.
<무빙>은 그러니까 가족드라마다. 부모의 (초)능력을 아이들이 물려받는다는 설정 자체가 '한국'적인 그 무엇 자체다. 17대1로 일진들과 싸우고도 멀쩡해서 더 미안해하는 희수에게 주원이 건네는 "아빠 닮아서 그래"라는 위로는 이중적이라 더 의미심장하다. 7화까지의 서사 전체가 이 능력의 유전을 둘러싼 느릿하고 따스한 설명과 기승(起承)으로 채워져 있다.
봉석의 엄마 미현(한효주)는 무조건 아들과 본인의 능력을 감춰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그건 주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삶과 생이라는 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또 청춘들의 성정이 그러한가. 내외부의 요인으로 인해 억눌러야 하는 능력을 제어하기란 부모도, 자식들도 쉽지 않은 법. 가족과 유전, 그로부터 오는 휴머니티(인간성)에 대한 탐구야말로 <무빙>의 열쇠말일 것이다.
<무빙>은 착한 드라마다. 10대의 성장 드라마라고 해서 다 귀엽거나 달달한 면모를 부각시키는 건 아니다. 후반을 위한 포석임을 감안해도, 봉석과 희주, 그리고 '반장' 강훈(김도훈)을 둘러싼 청춘물을 그리는 시선 자체가 그렇다. 꼬마 시절 프랭크의 고생과 회한을 꽤나 구구절절 감상을 담아 그리는 동시에 감정이입의 여지를 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능력을 물려받은 아이들은 어떻게 부모 세대와 힘을 합쳐 외부의 적과 맞서는가, 란 주요 소재를 잰체하거나 주제를 강변할 생각도 크게 없는 듯 보인다. 또 표현을 과하게 밀어붙이거나 폭력을 전시할 생각도 크게 없다. 추격 중에 피해 차량을 확인하는 계도의 모습이 그 일례다. 이런 제약 아닌 제약을 중후반부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궁금해질 정도다.
<무빙>은 이런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