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우리는 정규 교육 과정 내 과학 시간에 곰팡이에 대해 배운다. 곰팡이는 미세한 포자를 퍼뜨려서 번식을 한다. 수가 많을수록, 좋아하는 환경일수록 포자는 빠르고 넓게 퍼진다. 그 포자는 번식을 할 만한 적절한 공간을 찾아내고야 만다.
나이가 들수록 전문가나 관련자들을 제외하고 그 곰팡이의 번식 조건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포자들이 무성생식을 하는지, 유성생식을 하는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그런데, 곰팡이가 무성생식만이 아니라 유성생식을 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아니한가.
얼마 전 흥미로운 연구 결과에 관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건 단 한 종의 미생물로부터 35억년이 넘는 시간 동안 1천 만종 이상으로 진화한 생물다양성의 기원에 대한 힌트였다. 유성생식, 그러니까 섹스야말로 미생물에서 생물로, 다양한 종으로의 진화를 견인하는 원동력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곰팡이와 유성생식 이야기를 꺼낸 건 다 전대미문의 상상력을 자랑하는 이 한국영화 탓이다. 2일 개봉한 <다섯 번째 흉추>와 박세영 감독이 바로 그 괴이한 상상력의 주인공들이다.
이 65분짜리 '슬림'한 영화를 보자마자 '곰팡이의 이상한 여정'이란 문장이 떠올라 버렸다. 맞다. <다섯 번째 흉추>는 실제 곰팡이가 여정을 떠나는 이상한데 아름다운 영화다. '아름다운 흉추'라는 표현이 어울릴 이 장편 데뷔작으로 박세영 감독은 국내외 유수 영화제로의 여정을 다녀왔다. 이 곰팡이 이야기는 왜 특별한가. 또 유성생식 이야기는 왜 꺼내야 했을까.
곰팡이 생명체의 이상한데 감동적인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