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는 '류승완이 류승완했다'는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 가능하다. 그건 두 가지다. 흥행사로서의 면모와 데뷔 20년이 넘은 작가로서의 관록.
먼저 흥행 감독으로서의 약사부터. <베테랑>(2015)은 1341만을 동원했다. 전체 영화 흥행 역대 8위, 한국 영화 역대 흥행 5위다. 류승완 감독이 이때부터 여름 텐트폴 시장에 진입했다. 다음은 <군함도>(2017)다. 영화 안팎의 외우내환을 겪으며 695만을 동원했다. 이어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엑시트>(2019)의 942만 흥행도 여름이었다.
그리고 <모가디슈>(2021)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한가운데서 개봉을 고집, 마스크 쓴 관객 361만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한국영화 흥행 1위였고, 그해 12월 개봉해 556만을 끌어 모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이전까지 전체 흥행 1위를 고수 중이었다. <모가디슈> 외에 박스오피스 톱10 중 한국영화는 219만을 동원한 <싱크홀>이 전부이었다.
펜데믹이 아니었다면 단연 '천만'각이란 탄식이 자자했다. 전문가와 대중 공히 재미와 의미 두 측면에서 모두 만족을 표했다. 저 멀리 동아프리카 대륙에서 벌어지는 분단이란 비극의 축소판이나 소말리아 내전을 뚫고 가족과 동료를 구출하고자 하는 이들의 분투,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감탄할 만한 액션 설계까지.
류승완 감독은 <모다디슈>로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해 20년이 넘도록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장르와 액션영화의 장인으로 인정받는 류승완표 활극의 정점을 찍었다. 그럼에도 극장가에 불어 닥친 팬데믹 여파가 <모가디슈>에 허락한 숫자는 딱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밀수>가 왔다. 류승완 감독이 여름시장 빅4의 포문을 열게 됐다. 순제작비는 175억~180억, 손익분기점은 350만 명으로 알려졌다. 영화계는 류승완이란 이름값에 더해 <범죄도시3>에 이은 <밀수>의 흥행 성공이 팬데믹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를 구원할 신호탄이 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그 가운데 지난 26일 개봉한 <밀수>의 첫날 스코어는 32만 명. 지난해 같은 기간 개봉, 726만을 동원한 <한산: 용의 출현>의 첫날 성적인 38만에 살짝 못 미친다. 최근 시사회에서 류승완 감독이 한 말마따나, 한국영화가 언제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그럼에도 침체된 극장가 분위기를 살리기엔 부족함이 없을 기분 좋은 출발인 건 맞다.
확실히 관객들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엘리멘탈>과 같이 비슷한 눈높이를 가진 관객들의 평을 살피고 안심하는 분위기 속에서 흥행의 뒷심을 발휘하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 <밀수>도 <베테랑>부터 <모가디슈>까지 류승완의 이름값을 기억하는 관객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여기서 두 번째 정의. 결론적으로 <밀수>는 긍정적인 의미로, 문자 그대로 '류승완이 류승완'한 작품이다.
후반부 액션의 연쇄가 주는 궁극의 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