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간의 열전을 마친 2024 파리 올림픽은 대회 안팎으로 논란도 많았다.

시작부터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의 올림픽과 달리 처음으로 경기장이 아닌 파리 센강을 배경으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화려한 개회식을 열었다.

각국 선수단은 보트를 타고 센강을 행진했으며, 레이디 가가와 셀린 디옹 등 유명 아티스트이 나섰다. 여기에 에펠탑, 베르사유 궁전, 오르세 미술관 등 세계적인 명소를 배경으로 한 공연을 펼치며 '예술의 도시' 파리의 매력을 뽐내려고 했다.

한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IOC 회장이 사과한 개회식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이 사상 최초로 야외에서 열린 7월 26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한국선수단이 탄 배가 지나가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이 사상 최초로 야외에서 열린 7월 26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한국선수단이 탄 배가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개회식 현장 아나운서가 태극기를 휘날리며 입장하는 한국 선수단을 '북한'이라고 잘못 소개하면서 사고가 터졌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즉각 항의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전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 발생했다"라고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 공연 중계 방송 갈무리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 공연 중계 방송 갈무리 ⓒ 국제올림픽위원회

 
개회식 공연도 뒷말이 나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작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공연에서 예수의 사도로 여장 남자(드래그 퀸) 공연자들을 등장시키자 종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개최국 프랑스의 주교회까지 "불행하게도 기독교를 비웃고 조롱하는 장면이 포함되었다"라며 깊은 유감을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공동체의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도 "어떤 종교든 무시하거나 조롱하려는 뜻은 없었고 불쾌감을 느낀 사람들이 있다면 당연히 사과드린다"라고 물러섰다.

폐회식에서도 선수들이 축하 공연을 하는 무대에 난입하거나, 어설픈 프로그램 탓에 막판에는 선수들이 바닥에 주저 앉거나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썰렁한 광경을 보여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파리 뒤덮은 염색체 논란... 이제 시작일 뿐?
 
 1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예선전에서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왼쪽)를 꺾은 알제리의 이마네 켈리프(오른쪽)가 경기를 마친 후 기뻐하고 있다.

1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예선전에서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왼쪽)를 꺾은 알제리의 이마네 켈리프(오른쪽)가 경기를 마친 후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파리 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선수 비율을 정확히 1대 1로 맞추며 '양성 평등' 올림픽을 강조했다. IOC는 성비를 맞추기 위해 여성과 혼성 종목을 늘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염색체 논란'이 파리 올림픽을 뒤덮었다. 여자 복싱에 나선 이마네 켈리프(알제리)와 린위팅(대만)이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를 넘겼다며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리당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반면에 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지을 수 없고, IBA의 결정이 자의적이라며 칼리프와 린위팅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칼리프와 린위팅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승승장구하며 금메달까지 획득했으나, 그럴수록 논란은 거세졌다.

칼리프와 린위팅에게 패한 선수들은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비난이 쏟아지자 칼리프는 직접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라며 혐오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스포츠에서 남성 호르몬 수치나 염색체를 잣대로 성별을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경쟁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뿐더러 복싱처럼 격투기 종목에서 선수의 안전을 외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 올림픽이 끝나자 IOC는 "우리는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분명히 남녀를 구분하는 방법과 잣대를 제시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는 모든 스포츠의 문제이며,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의 말을 기꺼이 경청할 것"이라고 새로운 논쟁의 장을 열었다.

다만 온라인 학대를 견디지 못한 칼리프는 "정의와 존엄, 명예를 지키겠다"라며 파리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새로운 싸움에 나섰다.

2조 원 쏟아부었는데... 센강에서 수영해도 될까

개회 전부터 시끄러웠던 센강 수질 논란은 올림픽 막판까지도 이어졌다. 파리 올림픽은 센강에서 수영 경기를 열겠다는 낭만적인 그림을 떠올리며 수질 개선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으나, 기대 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선수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센강에서 수영 경기를 열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자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프랑스 체육장관과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직접 센강에 뛰어들어 수영하며 깨끗한 수질을 증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개회식 때 내린 비로 오폐수가 센강으로 유입되면서 수질은 다시 나빠졌다. 기준치 이상의 대장균과 장구균이 검출되며 트라이애슬론 공식 훈련에 이어 남자부 첫 경기까지 연기됐다.

센강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나선 캐나다 선수는 10여 차례나 구토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방송됐고, 스웨덴 수영 선수는 경기에 앞서 센강에서 훈련했다가 몸이 아파졌다며 기권을 선언하기도 했다.

파리 올림픽을 위해 센강 수질 개선에 14억 유로(약 2조 원)가 넘는 돈을 투입하며 '세금 낭비' 논란까지 휩싸였던 프랑스 정부는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시민들이 센강에서 수영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말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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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복싱 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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