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간의 대장정을 마친 2024 파리 올림픽은 한국 선수단에 '잊을 수 없는 영광'으로 남았다.

역대 가장 많은 13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 세운 역대 최다 메달 33개(금 12·은 10·동 11)보다 하나 적었다.

새로운 '올림픽 스타'도 쏟아졌다. 탁구 혼합 복식과 여자 복식 동메달을 따낸 '삐약이' 신유빈, 압도적인 기량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여자 배드민턴 안세영,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역도에 8년 만의 메달을 안겨준 박혜정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모두가 웃기만 한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메달이 유력했고 기대를 한껏 모았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한 스타들도 있다.

세계 정상 찍었는데... 파리서 고개 숙인 황선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대표팀 황선우가 7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실시된 훈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 수영 대표팀 황선우가 7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실시된 훈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수영의 '황금세대'를 이끄는 황선우는 주 종목인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9위에 그쳐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자유형 100m에서도 예선 16위로 부진했다.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남자 계영 800m 결승에 나섰으나 자신의 속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6위로 마쳤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3회 연속 시상대에 오르며 금·은·동메달을 모두 따냈던 그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였다.

황선우는 3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자유형 100m에서 한국 선수로는 역대 처음이자 아시아 선수로도 1956 멜버른 올림픽 다니 아쓰시(일본) 이후 65년 만에 이 종목에서 결승에 올라 5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자유형 200m 예선에서도 1분44초62의 당시 한국 신기록과 세계주니어 신기록을 세우고 준결승에 진출한 뒤 한국 선수로는 2012 런던 올림픽 박태환 이후 9년 만에 결승까지 진출해 7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알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로 물오른 기량을 과시한 황선우는 자신있게 파리 올림픽에 나섰으나 빈손으로 대회를 마쳤다. 그 역시 "나도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좌절하기는 이르다. 황선우는 아직 21살이다. 그는 "지금까지 나 자신을 '나이 든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어리고 내 수영이 파리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하고 발전하면 LA 올림픽에도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4년을 준비할 힘을 얻었다"라고 웃었다.

한국 육상 '아이콘' 우상혁... "내 점프 안 끝났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 출전한 한국의 우상혁이 2m 31cm를 도전하다 모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 출전한 한국의 우상혁이 2m 31cm를 도전하다 모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상혁은 한국 육상에 '불모지'나 다름없던 높이뛰기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떠올랐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 2m35를 넘고 4위에 오르며 육상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2022 세계실내선수권대회 우승(2m34), 실외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2m35), 2023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금메달(2m35),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2m33) 등 한국 육상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면서 파리 올림픽에서 역대 첫 트랙 앤 필드 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은 생각보다 높았다. 예선은 가볍게 통과했으나, 결승에서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보다 훨씬 낮은 2m27에 그치며 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상혁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해미시 커(뉴질랜드)가 2m36을 넘어 금메달을 획득했다. 우상혁이 맞대결에서 9승 6패로 앞섰던 셸비 매큐언(미국)도 2m36으로 은메달을 따냈기에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경기를 마친 뒤 카메라 앞에 선 우상혁은 "(김도균) 감독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감독님은 개인적인 생활을 모두 포기하고 나를 위해 힘쓰셨다"라면서 "오늘 메달을 따서 보답하고 싶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울었다.

그러나 이내 눈물을 닦고 "3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파리 올림픽은 끝났지만, 내 점프의 끝은 아니다"라며 "2028 LA 올림픽에서 불꽃을 피우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근대 5종' 전웅태의 아쉬움, 성승민이 달랬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남자 결승전 레이저 런에서 서창완이 질주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남자 결승전 레이저 런에서 서창완이 질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펜싱·수영·승마·레이저 런(육상+사격)을 모두 뛰는 근대 5종의 전태웅도 한국 올림픽의 '개척자'로 불릴 만하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근대 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겼던 전웅태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2회 연속 메달을 넘어 내심 3년 전보다 시상대의 더 높은 곳에 오르기를 꿈꿨지만 이루지 못했다.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235점으로 도쿄 대회(9위)보다 높은 4위에 오르며 이런 기대를 부풀렸던 전웅태는 승마에서 5번째 장애물을 넘으려다가 말이 한 차례 걸려 코스를 이탈하며 큰 감점을 받았다. 하지만 펜싱 보너스 라운드에서 상위 3명의 선수를 연달아 꺾으며 중간 합계 3위로 올라섰고, 수영에서도 전체 7위에 해당하는 1분 59초 41의 기록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사격과 육상이 발목을 잡았다. 앞선 종목들의 성적에 따라 출발 시차를 두는 레이저 런에서 선두보다 17초 늦게 출발한 전웅태는 사격에서 집중력이 흐뜨려지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순위권에서 밀려나며 합계 1526점으로 6위에 자리했다.

숨을 헐떡이며 기자들 앞에서 주저앉은 전웅태는 "잘 되는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있는데 오늘은 그 안 되는 날 중 하나였다"라며 "그런 것도 참고 이겨내야 하는 게 선수인데 연이어 나온 실수가 아쉽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나도 기대를 많이 했고, 한국 분들이 많이 와서 응원해 주시는 것을 들으며 부응하려고 했는데 내가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라고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계속 근대 5종을 할 것이고,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4년 뒤 LA 올림픽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한국은 근대 5종 여자부에 출전한 성승민이 합계 1441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근대 5종 시상대에 올라 전웅태에 이어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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