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여자 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네덜란드의 시판 하산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여자 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네덜란드의 시판 하산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여자 마라톤 메달리스트 단독 시상식, 주제 공연, 성화를 입으로 불어서 끄는 퍼포먼스까지. 파격적인 시작을 알렸던 2024 파리 올림픽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파격적이었다.

2024 파리 올림픽이 달려온 17일 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폐막식이 현지 시각으로 11일 밤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렸다.

모든 것을 홀가분하게 떨친 선수들, 그리고 마지막을 함께하는 관중들이 모여 축제의 장을 펼친 폐막식에서는 4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기약했다. 로스앤젤레스도 톰 크루즈의 퍼포먼스, 그리고 스눕 독과 닥터 드레, 빌리 아일리시의 무대로 4년 뒤 펼쳐질 축제의 장을 약속했다.

박태준·임애지 기수로... 여자 마라톤, 폐막식서 첫 단독 시상

이날 폐막식은 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던 센 강을 배경으로 시작됐다. 지난 올림픽 개막식의 장면들을 보여준 뒤 세계 첫 열기구가 떠오른 곳이자 열기구 성화가 안치된 튀를리 광장으로 화면이 이어졌다. 자오 드 사가장과 앙델-헨드릭스 합창단이 '파리 찬가'로 유명한 샹송인 '파리의 하늘 아래(Sous le ciel de Paris)'를 열창했다.

이번 올림픽 수영 4관왕에 올랐던 레옹 마르샹이 열기구 앞에 마련된 성화가 든 랜턴을 들어올리자, 열기구 성화대의 성화가 서서히 꺼졌다. 그렇게 레옹 마르샹은 스타드 드 프랑스로 출발했다.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는 자히아 지우아니의 지휘에 따라 격정적인 오케스트라 공연이 이어지면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개막식과 달리 모든 국가가 한꺼번에 입장한 폐막식에서는 선수들이 음악에 맞추어 춤도 추고 메달을 들어보이기도 하면서 신나게 입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도 밝은 얼굴을 한 선수들이 차례차례 입장했다. 폐막식 기수로는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준과 여자 복싱 첫 메달을 따낸 임애지가 함께 나섰다. 선수들의 입장 뒤에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노래인 '레 샹젤리제', 선수들의 투혼을 빛내는 Queen의 'We are the Champions'도 흘러나왔다.

다음은 올림픽 폐막식의 전통인 마라톤 시상식이었다. 이번엔 역사상 최초로 여자 마라톤 선수 단독 시상이 진행됐다.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한 네덜란드의 시판 하산이 8만 명가량 모인 관중들의 축하를 받으며 올림픽의 챔피언으로 거듭났다.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감사의 시간도 이어졌다. 신임 IOC 선수 위원으로 선정된 앨리슨 필릭스(미국·육상), 킴 부이(독일·체조), 제시카 폭스(호주·카누), 마커스 대니엘(뉴질랜드·테니스)이 자원봉사자들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며 봉사자들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골든 보이저가 인류의 근간을 찾아 떠나는 몽환적 탐험을 주제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골든 보이저가 인류의 근간을 찾아 떠나는 몽환적 탐험을 주제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폐막식 주제 공연은 보이저 1, 2호에서 영감을 얻은, 근대 올림픽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공연이었다. 올림픽이 사라진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상정하는 그라운드에서 온몸을 황금으로 두른 '골든 보이저'가 지상으로 내려와 올림픽의 기억을 되찾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윽고 '골든 보이저'는 파리 소방대 체조단원을 비롯한 무용수와 함께 고대 올림픽을 '근대 올림픽으로 재건함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무용수들은 다섯 대륙에 묻혀 있던 오륜을 꺼내들면서 공중으로 띄워올렸다. 지난 개막식 때는 역설적으로 공간의 한계 탓에 선보이지 못했던 오륜 퍼포먼스를 폐막식 때 완성한 것.

톰 크루즈, '미션 임파서블' 퍼포먼스로 LA 기약

선수들을 위한 축하 공연도 펼쳐졌다. 프랑스의 록밴드 피닉스가 2009년 발표해 인기를 끌었던 'Lisztomania'를 열창한 것을 시작으로 역시 프랑스의 하우스 뮤지션인 카빈스키가 'Nightcall'을 연주했다. 벨기에의 뮤지션 앙젤, 프랑스의 일렉트로니카 듀오 에르의 무대도 이어졌다.

올림픽기 하기에 이어 차기 개최도시인 로스앤젤레스로 올림픽기를 이양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에게 대회기를 넘겨주었는데, 이는 역시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시장끼리의 대회기 이양이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미국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대회기를 건네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미국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대회기를 건네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차기 개최도시인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공연에서 배우 톰 크루즈가 와이어 액션으로 행사장에 등장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차기 개최도시인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공연에서 배우 톰 크루즈가 와이어 액션으로 행사장에 등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최국 문화공연의 차례. 갑자기 시선이 스타드 드 프랑스의 꼭대기로 향하더니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연 배우 톰 크루즈가 등장했다. 톰 크루즈는 경기장 지붕에서 뛰어 내리더니 이윽고 그라운드 위에 안착해 직접 올림픽 기를 캐런 배스 시장에게 받았다.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오토바이를 싣고 떠나 개선문, 에펠탑을 지나면서 파리 시내를 질주하던 톰 크루즈는 활주로에서 기다리던 수송기 위에 오토바이째로 그대로 올라타 이륙했다. 도중에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았던 톰 크루즈는 비행기가 캘리포니아 상공에 진입하자 낙하산을 타고 도중에 내렸다.

톰 크루즈가 가져온 오륜기는 미국의 MTB 바이크 선수 케이트 코트니에게 전달됐고, 케이트 코트니는 LA 올림픽의 개막식이 열릴 메모리얼 콜로세움으로 향해 미국 육상의 전설 마이클 존슨에게 오륜기를 넘겼다. 이어 이 올림픽기는 스케이트보드 선수 재거 이튼에게 다시 전달돼 베니스 비치의 이원 생중계 무대로 향했다.

2028 LA 올림픽의 앰블럼을 배경으로 열린 무대에서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대표곡 'Can't Stop'을 열창하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어 빌리 아일리시가 무대를 넘겨받아 'Birds of a Feather'를 열창하고 나섰다.

힙합도 빠질 수 없었다.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미국의 래퍼 스눕 독까지 닥터 드레와 함께 등장해 무대를 펼쳤다. 두 사람이 함께 열창한 노래는 특유의 비트를 들으면 모를 수 없는 노래, 'The Next Episode'. 이날 LA 이원 생중계에서는 할리우드 마크의 'oo' 위에 오륜이 채워지는 등 미국의 환영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제 2024 파리 올림픽과 완전히 이별을 고할 시간. 맨 처음 레옹 마르샹이 튀를리 정원에서 가져온 성화가 경기장으로 들어섰고 토마스 바흐 위원장 앞에 섰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파리 올림픽 대회의 폐회를 선언한 뒤, 선수들과 바흐 위원장이 함께 모여 입으로 성화를 불어 끄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이별을 알렸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성화 소화식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프랑스 수영선수 레옹 마르샹이 갖고온 성화 불씨를 함께 끄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성화 소화식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프랑스 수영선수 레옹 마르샹이 갖고온 성화 불씨를 함께 끄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종합 순위 8위로 올림픽 기쁘게 마쳤다

100년 만에 열린 올림픽 대회로 주목받았던 2024 파리 올림픽은 테러 위협, 세계 정세 악화 등으로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뒤로 하고 17일 간의 여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제 하계 올림픽의 무대는 4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약하게 되었다.

대한민국도 역대 최소 선수단인 144명이 출전했지만, '역대 최소 메달', '최저 흥행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이겨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따내며 베이징·런던 대회와 금메달 획득 타이 기록을 경신했고, 이번 대회 종합 순위에는 8위를 기록했다.

특히 '효도 종목'인 양궁·태권도·펜싱 뿐만 아니라 복싱, 탁구, 수영, 사격 등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메달이 나오지 않았던 종목에서 메달을 기록하는 등 대한민국 스포츠는 걱정 속 출발을 딛고 '최고의 17일'을 보내고 왔다. 선수단 본진은 오는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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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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