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39·도봉구청)이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홍열(39·도봉구청)이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불혹의 비보이가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쳤다. 메달 레이스에 다가서지는 못하고 후배에게 사실상 자리를 넘겨줬지만, 20년 동안 세계 비보잉을 지배했던 홍텐은 후회 없이 무대를 마무리했다.

현지 시각으로 10일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브레이킹 경기에서 홍텐(본명 김홍열·도봉구청)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를 기록했지만 라운드 스코어에 밀려 메달 레이스에 참전하지 못했다.

불혹에 선 올림픽 무대

지난해 홍텐은 그야말로 관록의 활약을 펼쳤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내는가 하면, 브레이킹에서 가장 권위 높은 대회인 레드불 BC One에서도 우승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 올해 중국 상하이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 시리즈에서는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노익장 선수가 밟은 콩코르드 광장. 네덜란드의 Lee(레이라우 데미러)를 첫 번째 상대로 댄스 배틀에 나선 홍텐은 디제이 부스에서 나오는 비트에 맞추어 신나는 파워 무브(회전 동작), 그리고 깔끔한 프리즈를 선보였다. 특히 자신의 시그니처 동작인 단 두 개의 손가락으로 프리즈 하는 것 역시 이 경기에서 선보였다.

결과는 아쉬웠다. Lee가 젊은 나이를 무기로 한 수 위의 동작을 선보였기 떄문. 라운드 스코어는 0대 2(2-7, 3-6)로 첫 경기를 내줬다. 아쉬운 패배에도 홍텐은 Lee를 안아주며 승리를 축하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프랑스의 라겟(가에탕 알린)을 상대했다. 스텝 동작인 탑 락에서 멋진 발재간을 보이며 상대를 압도한 홍텐은 역시 헤일로와 프리즈를 선보이며 라겟과의 경기를 이어나갔다. 2라운드를 1대 1(7-2, 4-5)로 마쳤지만, 총 투표수에서 앞서 라겟에 승리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의 제프로(제프리 루이스)를 상대한 홍텐은 모두가 알던 그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변화무쌍한 음악에 맞추어 자신의 장기를 모두 선보인 홍텐은 아크로바틱한 프리즈 동작, 그리고 파워 무브를 선보였다.

라운드 점수 1대 1(3-6, 8-1)로 제프로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라운드 점수가 한 점 부족한 탓에 8강부터 주어지는 메달 라운드에는 오르지 못하고 아쉽게 이번 대회를 마쳤다.

'리빙 레전드'의 빛났던 도전, 올림픽 영광은 후배에게로

한편 이번 대회의 금메달리스트에는 한국계 캐나다인 필 위자드(필립 킴)가 올랐다. 지난 202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 브레이킹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는 필 위자드는 홍텐과 무제한 배틀을 펼치는가 하면, 함께 훈련을 이어오기도 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드러냈던 선수다.

결승에서 프랑스의 대니 댄을 승부한 필 위자드는 스텝에서도, 프리즈와 파워 무브에서도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같은 모습을 보이며 금메달을 따냈다. 필 위자드는 누가 보더라도, 실제로도 완벽한 승리로 대회를 장식하며 올림픽 사상 첫 번째 비보이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1998년부터 비보잉을 시작해 26년 동안 춤을 춰왔던 홍텐에게는 이번 올림픽이 어느 때보다도 반갑고 힘나는 자리였을 터였다. 스포츠의 변방에 있었던 브레이킹이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에 데뷔할 수 있었던 데다, 그 자리에 본인 역시 함께했으니 더욱 영광스러웠을 터.

아쉽게도 하늘이 내린다는 올림픽 메달은 그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불혹의 댄서 홍텐이 걸어온 올림픽 도전은 이제 마침표를 찍지만, 그가 열 살, 스무 살 어린 선수들 앞에서 보인 도전만 하더라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공식 인터뷰에서는 아쉬움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홍텐은 자신의 춤 인생이 마지막 챕터에 들어섰다며, 이제는 후배들이 자신이 당했던 것을 복수해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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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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