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모로코의 아크람 나카치가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모로코의 아크람 나카치가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아프리카 돌풍의 최종 승자는 모로코였다.

9일(한국시간) 프랑스 낭트 스타드 드 라보주아르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모로코가 이집트를 6-0으로 대파하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모로코(피파랭킹 14위)와 이집트(36위)는 나란히 이번 대회 최고의 주목 팀으로 꼽혔다. 올림픽 축구에서 아프리카 대륙 가운데 두 팀 이상 준결승에 오른 것은 사상 최초였다. 두 국가 모두 지리적으로 북아프리카에 속한다.

모로코와 이집트 모두 이번 대회에서 내로라하는 유럽과 남미의 전통 강호들을 격파하고 4강까지 올라왔다. 모로코는 조별리그 B조에서 첫 경기부터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격침시키는 이변을 연출했다. 2차전에서 우크라이나에 덜미를 잡혔으나 3차전에서 이라크를 다시 잡고 아르헨티나에 승자승에서 앞서 조별리그 1위를 차지했다.

8강전에서는 북중미의 강호 미국을 4-0으로 완파했다. 준결승에서는 스페인을 만나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에 연속골을 내주며 아쉽게 역전패했지만 대등한 선전을 펼쳤다.

이집트 역시 만만치 않았다. 조별리그 C조에서 도미니카 공화국과 무승부를 기록하고, 우즈베키스탄을 제압한 데 이어, 최종전에서는 이미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한 스페인을 잡고 2승 1무로 조 선두를 차지했다.

8강에서는 남미의 파라과이를 상대로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데 이어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준결승전에서는 홈팀 프랑스에 선제골을 넣으며 선전했지만 후반전 막바지에 뼈아픈 동점골을 내줬고, 연장전에서는 퇴장으로 인한 수적열세까지 겹치며 역전패를 당했다.

올림픽 축구 최초로 성사된 아프리카 팀 간의 동메달 결정전은 의외로 싱겁게 승부가 갈렸다. 모로코는 전반 23분 압데 에잘줄리의 선제골에 이어 3분뒤에는 소피앙 라히미의 추가골로 전반전을 2-0으로 마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후반에도 모로코의 기세가 이어졌다. 6분 빌랄 엘 카누스의 골에 19분 라히미의 멀티골, 28분 아크람 나카치의 골이 연이어 터졌고,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2분엔 아슈라프 하키미의 직접 프리킥 쐐기골까지 골망을 가르며 6골차의 대승을 완성했다.

아프리카 국가가 올림픽 축구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모로코가 역대 6번째다. 가나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동메달로 아프리카 최초의 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나이지리아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아프리카 최초의 금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2008 베이징 대회 은메달, 2016 리우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각각 수확하며 유일하게 금은동을 모두 경험한 아프리카 팀이 됐다.

카메룬은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나이지리아에서 이어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팀이 됐다. 이중 모로코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중앙아프리카 팀들이었다.

모로코의 종전 올림픽 축구 최고 성적은 1972년 뮌헨 대회 때의 8강이었다. 또한 모로코 축구는 2년 전인 2022 카타르 FIFA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최초의 4강 신화(4위)'를 창조한 데 이어, 이번엔 올림픽에서 '북아프리카 국가 최초의 메달'이라는 이정표를 세우며 또 한번 아프리카 축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올림픽 남자축구 피날레는 유럽 강호 대결
 
 5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축구 준결승전에서 이집트와 맡붙은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장 필리프 마테타가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티에리 앙리 감독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5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축구 준결승전에서 이집트와 맡붙은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장 필리프 마테타가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티에리 앙리 감독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파리올림픽 남자축구는 이제 '유럽의 두 강호' 프랑스와 스페인의 결승전 빅매치만을 남겨놓고 있다. 두 팀은 나란히 프랑스가 피파랭킹 2위, 스페인이 3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세계축구의 대표적인 강팀들이다. 프랑스는 1984년 LA대회, 스페인은 1992년 자국에서 개최한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각각 두 번째 우승을 노린다.

프랑스는 자국 역사상 최고의 골잡이로 불리던 티에리 앙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승승장구했다. 조별리그 A조에서 7골 무실점의 3전 전승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고, 최대 고비였던 8강에서는 남미의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었다. 준결승에선 이집트에 고전했으나 연장전까지는 접전 끝에 3-1로 역전승하고 결승에 올라왔다.

프랑스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와일드카드(기준 연령 초과 선수)로 발탁하려 했던 세계 최고의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의 합류가 무산되며 아쉬움을 자아냈지만, 다행히 팀내 최다득점자인 장 필리프 마테타(4골)와 베테랑 공격수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등이 빈 자리를 잘 메웠고, 준결승까지 11골을 기록할 동안 단 1실점만 내준 탄탄한 수비력으로 공수 밸런스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평가다. 홈팀으로서 결승전에서 홈 관중들의 엄청난 응원이 기대되는 것도 프랑스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스페인은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결승 진출이다. 4년 전에는 결승에서 브라질에 석패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프랑스에 비하면 다소 수월한 대진운을 거쳤다. 조별리그부터 무난한 대진표를 받아 우즈베키스탄과 도미니카 공화국을 격파하고 일찌감치 8강행을 확정지었다. 3차전에서는 어느 정도 힘을 빼고 경기하다가 이집트에 덜미를 잡혀 조 2위로 내려앉았으나, 8강전에서 만난 일본을 3-0으로 가볍게 완파하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준결승에서 모로코를 2-1로 제압했다.

다만 스페인은 일본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실점을 내줄 만큼 수비의 안정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게 약점이다. 경기 내용면에서도 여러 번 상대에 흐름을 내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교체카드와 후반 뒷심으로 어렵고 이기고 올라온 경기가 많았다.

스페인은 A대표팀이 지난 6월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24)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림픽 동시 석권까지 노리고 있다. 당시 스페인은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격파한 바 있다. 대망의 결승전은 10일 오전 1시(한국시간) 파르크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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