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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위전에서 터키에 아깝게 패해 4위를 차지한 한국선수단이 시상식에서 메달을 받고 관중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태극전사들, 4강 진출 자축 파티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터키와의 3-4위전을 마지막으로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의 경기 일정을 모두 마친 한국축구대표팀이 4강 신화 창조를 자축하는 파티를 열었다. 29일 대구에서의 경기를 마치고 숙소인 경주 현대호텔에 밤늦게 도착한 선수들은 늦은 저녁식사를 한뒤 호텔내 나이트클럽을 빌려 30일 새벽까지 파티를 열고 그동안의 피로를 풀었다. 선수들을 비롯해 거스 히딩크 감독 등 코칭 스태프까지 참석한 이날 파티는 축하케이크를 자르며 시작됐고 선수들은 맥주를 곁들여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공식 파티 시간은 새벽 1시부터 2시까지였지만 일부 선수들은 오전 5시까지 동료들과 못다한 얘기를 나누며 밤을 지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아침 현대호텔에는 해산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얼굴을 보려는 투숙객과 팬들이 몰려 경찰이 배치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처음에 호텔 현관에서만 팬들의 출입을 통제했으나 투숙객으로 가장(?)한 팬들이 호텔안에 까지 몰래 들어가자 선수들의 투숙층 복도까지 경찰이 배치됐다. 특히 이날 개별적으로 귀가하던 선수들은 호텔 현관 앞에 진을 친 팬들을 피하느라 숨바꼭질을 벌이기도 했다. 부모와 함께 선수들과 같은 호텔에 투숙했던 한 여고생은 "선수들이 도착한 29일 밤부터 30일 새벽 5시까지 기다렸다가 홍명보 선수의 사인을 받아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히딩크, "매일 일할 수 있는 곳 택하겠다" (대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매일 일할 수 있는 곳을 택하겠다." 2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터키와의 한일월드컵 3-4위전을 끝으로 한국팀과의 계약기간을 마친 거스 히딩크 감독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미래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월부터 대표팀에서 선수들과 거의 매일 훈련할 수 있었다는데 대해 크게 만족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매일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클럽팀의 지휘봉을 잡고 싶다는 의사를 슬며시 내비쳤다. 히딩크 감독은 이와 함께 대한축구협회의 재계약 요구에 대해 "우선은 우리의 성과를 인정했다는데 대해 기쁘다"며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것이며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영광이다"라고 말해 잔류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음은 히딩크 감독과의 일문일답. --이날 경기를 평가하면 ▲패배에 대해서는 당연히 실망한다. 오늘 경기를 이겨 3위에 오르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전반전에 수비에서 큰 실수가 있어서 좌절됐다. 하지만 후반에 팬들의 엄청난 성원과 함께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오늘 졌지만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큰 성과를 냈다.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지난 2월부터 대표팀에서 선수들과 매일 훈련할 수 있었다는데 만족하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일하고 싶다. --리즈 유나이티드와 에인트호벤에서 영입의사를 타진했다는데 ▲리즈 유나이티드 건은 사실무근이다. 그러나 에인트호벤으로부터 대회 이전에 제의를 받긴 했다. 언제고 논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월드컵 기간에는 대표팀에 전념하고 싶다고 답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재계약을 공식 요청했는데 ▲우리가 이룬 성과에 대해 인정한다는 뜻이기에 우선은 기쁘다. 고려해 볼 것이다.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올림픽팀, 2006년 월드컵팀 등이 계속해서 구성될텐데 지금 한국축구는 수비수와 공격수의 발굴이 큰 과제다. 앞으로 내가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영광일 것이다. --언제쯤 진로를 결정할 것인가 ▲일단은 다음주 축하행사에 참석한 뒤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 몇주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번 월드컵에서 후회되는 것은 없나 ▲후회는 전혀 없다.
송종국·이운재, 전경기 무교체 출장 (대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송종국과 이운재가 2002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이 치른 전경기를 교체없이 소화했다.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룬 한국대표팀의 오른쪽 미드필더 송종국과 골키퍼 이운재는 조별리그 3경기와 결승 토너먼트 4경기 등 모두 7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어 강철체력과 함께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받는 신뢰의 정도를 증명했다. 이들이 그라운드를 누빈 시간은 보두 687분.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한 90분 경기를 5게임 소화했고 승부차기까지 간 스페인전(120분), 골든골로 끝난 이탈리아전(117분)에서도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이운재의 풀타임 출장은 움직임이 적은 골키퍼여서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것으로 받아 들여지지만 필드플레이어, 그 것도 가장 많이 뛰어야 되는 미드필더인 송종국이 무교체 전경기 출장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박지성도 미국전에서만 전반 38분 교체됐을 뿐 나머지 6경기는 풀타임 소화해 전체 경기 시간은 634분에 이르렀다. 송종국과 이운재가 한 번도 교체되지 않는 바람에 벤치만 지키면서 속앓이를 해야 했던 선수들도 나왔다. 골키퍼인 김병지와 최은성은 당연히 글러브를 껴 보지도 못했고 최성용 또한 송종국과 포지션이 겹치는 바람에 출장기회를 잡지 못했다.
선수·관중 하나된 감동의 뒤풀이 (대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아쉽지만 잘했다' '4년뒤를 기약하자' 한국과 터키의 3.4위전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대구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3천여 관중은 벅찬 환희와 아쉬움의 눈물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52년전 한국전에서 자유를 위한 피흘린 '혈맹'인 터키 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승자와 패자가 따로 없었고 오직 승자만 있었다. 6월의 뜨거움속에 조국의 명예를 걸고 뛰었던 한달간의 격전을 마무리하는 자리는 화합과 우정의 붉은 물결만 넘실댔다. 경기가 끝난 뒤 마련된 시상대에도 3위와 4위 자리가 따로 없었다. 4위를 차지한 우리 선수들이 먼저 오르고 3위가 된 터키 선수들이 나중에 오르는 순서상의 차이만 있었을 뿐 오로지 열심히 싸운 선수들을 위한 평등한 시상대만 놓여 있었다. 태극전사들이 관중에게 큰 절을 하고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코칭 스태프를 헹가래칠 때 응원단은 4강 신화 주역들의 이름을 하나씩 연호했고 수천발의 플래시가 그들을 축복했다. 히딩크는 그동안 선수들을 솔선수범해 이끌어 왔던 황선홍과 홍명보를 다시 불러내 같이 손을 맞잡았다. 명예롭게 은퇴하는 두명의 노장 선수들을 향해 관중들은 뜨거운 연호로 '사랑'을 전했다. 터키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를 때 관중은 "터키! 터키!"를 외치며 48년만에 진출한 월드컵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한 터키를 위해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태극전사들과 유니폼을 바꿔 입고 답례를 하기 위해 달려가는 터키 선수들의 손에는 터키국기와 태극기가 함께 들려 있었다. 한국대표팀으로서는 지난 10일 조별리그 미국전(10일) 이후 19일만에 다시 찾은 대구. 조별리그 미국전에서 패배의 위기를 일순간에 날려버렸던 안정환의 동점 헤딩골에 경기장이 터져 나갈 듯 솟아났던 함성은 이날 오히려 증폭돼 달구벌에 메아리쳤다. 이날 경기 시작 1시간전부터 북을 치며 "대-한민국"을 외치던 응원단은 물결 응원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응원단은 양팀 선수를 소개할 때 한국선수와 마찬가지로 터키 선수들을 뜨거운 박수로 맞았고 터키국가가 연주될 때는 본부석 왼쪽 스탠드에서 대형 터키국기가 펼쳐졌다. 이날 서해에서 일어났던 북한과의 해상 총격전으로 숨진 4명의 병사를 위한 묵념이 올려졌을 때는 숙연함이 경기장을 감쌌으나 양팀의 불꽃튀는 경기가 펼쳐지면서 '오 필승 코리아'와 '대한민국'이 달구벌의 밤하늘을 진동시켰다. 응원나온 이환일씨(46)는 "미국전을 보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의 월드컵 마지막 모습만은 꼭 보고 싶었다" 면서 "비록 졌지만 아쉬움은 없다. 한국은 차기 월드컵에서 반드시 우승할 것"이라고 태극전사들에 대한 강한 믿음을 표시했다. 또 아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최상국(38)씨는 "우리팀 못지 않게 터키도 4강에 오를 자격이 충분히 있는 팀이다. 그들의 선전에 따뜻한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달간 열전이 펼쳐졌던 월드컵이 대미를 향해 치닫고 있는 29일 달구벌엔 새로운 희망을 담은 우정과 화합의 함성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한국-터키 감독의 말 (대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 = 오늘 경기에는 실망했지만 우리가 이뤄낸 큰 성과는 부인할 수 없다. 준비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했지만 잘 따라 준 선수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축구협회도 A매치 상대를 정하는데 있어 내 의견을 반영해 주는 등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었고 그속에서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 팬들의 성원은 세계 최고였고 환상적이었다. 오늘 경기를 이겨 3위에 오르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전반전에 수비에서 큰 실수가 있어서 좌절됐다. 하지만 후반에 팬들의 엄청난 성원과 함께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쳐 동점을 만들 수도 있었다. 내 미래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앞으로도 그라운드에서 선수를 가르치고 싶다. 그 대상은 클럽팀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일하는 동안 선수들도 잘 적응했고 국민도 엄청난 성원을 보내줬다. 여기와 있는 관중들은 물론 전국에 있는 모든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회 일정이 공평하지 못했던 것은 유감이다. 한국팀은 일정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 축구협회에 당부할 말은 2004년 올림픽이나 2006년 월드컵에서도 넓은 시야를 갖고 선수들을 지켜봐 달라는 것이다.
▲셰놀 귀네슈 터키 감독 =무엇보다 우리 목표를 명예롭게 달성해 매우 기쁘다. 2000유럽축구선수권 대회이후 월드컵 예선을 열심히 준비했다. 가능한한 좋은 성적을 올리기를 바랐다. 사실 우리는 월드컵 우승을 꿈꿨지만 그렇지 못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첫 골에 모든 것을 걸었었는데 우리의 첫골이 가장 빨리 터진 골이 됐다. 이번 대회에 한국은 탄탄한 수비를 보여줬는데 그런 한국을 상대로 3골을 넣었다는 게 영광스럽다. 우리는 터키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팀은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안겨주었다. 이번 월드컵을 평가한다면 한국의 경기장 시설과 팬들의 응원문화에 매우 만족했지만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교통 소통에는 문제가 있었다.
태극전사들 한 마디▲홍명보 = 오늘 실수는 아쉽다. 하지만 마지막 월드컵을 영광스럽게 마쳐 기쁘다. 지금 이 자리가 나중에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 월드컵은 이번이 내게 마지막이다. 프로축구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조금 쉬고 싶다. 개인적으로 폴란드전에서 황선홍이 골을 넣었을 때 가장 기억이 난다. 오늘 경기에서는 나도 그랬지만 대부분이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 후반 교체 때는 다리가 안 좋은 상태였다. 대표팀 은퇴문제는 지금 내가 개인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이번 월드컵팀이 해체되고 프로축구 정규리그가 시작될 때 맞춰서 은퇴여부를 결정하겠다. ▲최태욱 = 항상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 경기였고 히딩크 감독이 꼭 이기고 싶어 했는데 뜻을 이뤄 주지 못해 아쉽다. 이번 대회기간 부상 때문에 어려웠다. 앞으로는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 ▲김태영 = 오늘도 팬들은 진심으로 우리를 지지해 줬다. 그렇지만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하고 패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은 모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뛸 각오가 돼 있다. 팬들도 아마추어와 프로를 불문하고 한국축구를 계속 성원해 주기를 바란다. ▲유상철 = 오늘 경기는 굉장히 실망스럽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 모두 열심히 뛰었다. 모두 열심히 뛰었다는 것은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나는 우리를 열렬히 응원해 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황선홍= 오늘 경기를 뛰지는 못했다. 가만히 앉아서 팀이 패하는 것을 보니까 많이 아쉬웠다. 이제부터 한국축구가 발전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어린 유망주가 많아서 희망적이라고 본다. 대표팀을 은퇴한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은 있지만 마지막을 잘 장식해서 물러나면서도 슬퍼지는 않다. 포르투갈전에서 16강진출을 확정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94년 이후 힘들었던 것이 사실인데 지금은 후회 없다. 지난 8년간 마음 한 구석에 빚을 진 기분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빚을 떨쳐 버리게 돼 기쁘다. 국민들의 성원이 없었더라면 94년, 98년월드컵 때 벌써 그만 뒀을 것이다. 지금은 쉬고 싶다.
한국대표팀, 30일 해산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4강 신화를 창조한 한국축구대표팀이 30일 베이스캠프가 차려졌던 경주에서 해산했다. 29일 대구에서 터키와의 3-4위전을 마친 뒤 경주 현대호텔에 도착한 선수들은 30일 새벽까지 축하 파티를 열었고 경주에서 집이 가까운 선수들은 이날 오전부터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선수들은 이날 오후 1시 항공기편으로 울산을 출발, 김포공항으로 이동해 해산했다. 선수들은 1일에는 공식행사 없이 휴식을 취한 뒤 2일 오후 6시30분 월드컵한국조직위원회(KOWOC)와 대한축구협회 공동주최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지는 국민대축제에 참가해 카퍼레이드를 벌일 예정이다. 3일에는 축구회관에서 16강진출 보너스로 현대자동차를 받게 되며 이어 오후 7시부터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축하연(조선호텔)에 참석, 공식 해단식을 갖게 된다. 이 밖에 5일에는 청와대를 방문, 김대중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마친다.
벤치워머, '2006년에는 내가...' (대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아쉽지만 많이 배웠다. 다음을 기약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출장 사인이 떨어지기를 학수고대하던 윤정환(세레소), 최성용(수원), 현영민(울산) 등 백업요원들이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은 29일 열린 터키전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같은 후보였던 최태욱(안양)만 교체투입돼 10여분간 그라운드를 밟았을 뿐 한국이 7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번도 뛰지 못하고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 무대에 서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당일 컨디션과 기량에 따라 멤버를 구성하겠다는 히딩크 감독의 결심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이 그 동안 명장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압박축구 등 선진축구의 노하우를 익힌 데다 간접적이나마 큰 대회를 경험한 것은 세계중심에 우뚝 선 한국축구에 큰 자산임에 틀림없다. 이들 개인으로서도 아쉬움은 남지만 차기를 도모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한 셈이다. 윤정환은 내년이면 30살로 접어들지만 본인 노력 여부에 따라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다시 도전장을 내밀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감각적이고 정교한 패스와 두뇌플레이가 발군인 윤정환은 플레이메이커로는 제격이나 히딩크 감독이 선호하는 멀티플레이어와는 동떨어지고 체력과 수비가담 능력 부족이란 멍에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다. 윤정환은 따라서 홍명보나 황선홍처럼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면 최고의 미드필더로 거듭날 수 있을 전망이다. 승부근성과 대인마크 능력을 인정받아 오랜 세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던 최성용은 송종국, 박지성 등 자신의 포지션과 겹치는 '젊은 피'들의 아성을 뚫지 못한 케이스. 그러나 27살로 아직 전성기인 데다 체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4년 도 머지않아 보인다. '단기필마'로 히딩크호에 합류한 현영민은 큰 물에서 놀면서 실력이 몰라보게 향상됐고 한국 수비의 노장 트리오인 맏형 홍명보는 물론 최진철, 김태영까지 사실상 이번이 월드컵 무대는 마지막이어서 주전 자리는 이미 떼어놓은 당상이다. 35m에 이르는 롱스로인이 특기인 현영민은 조금만 더 경험을 쌓는다면 한국 수비의 기둥으로 성장할 게 분명하다. 부동의 주전 수문장이었던 김병지(포항)는 이운재(삼성)의 상승세에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한 가운데 최은성(대전)도 4년 뒤에는 일을 낼 재목으로 성장했다. 이들 벤치워머에다 실력이 검증된 최성국(고려대), 정조국(대신고) 등 연습생이 기존 베스트 멤버와의 선의의 경쟁속에 한국축구의 상승세를 가속화해 독일월드컵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이끌어낼 것으로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