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 김시연 기자(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황방열 김종철 손병관 홍성식 공희정 임경환 김지은 권박효원 기자(광화문, 시청앞 일대 등)
사진: 권우성 기자
편집: 김경년 김미선 기자


▲석패한 한국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괜찮아! 괜찮아!" 서울시청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한국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그리고 열심히 응원한 붉은악마 자신들에게 기운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5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독일 4강전에서 패배한 한국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나오자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환호하며 그라운드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6월 25일, 우리들의 표정/김정훈·김용남 기자
<제5신 대체: 25일 오후 10시 25분> '전차군단'의 벽을 끝내 넘지 못하고...태극전사 잘 싸웠다.

태극전사들, 아쉽지만 잘 싸웠다. 언제 우리가 '월드컵 4강' 진출을 꿈이나 꾸었던가.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요코하마행 티켓을 거머쥐려 했지만 독일의 '전차군단'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태극전사들은 공중 볼 다툼에서 밀렸고, 강인한 체력을 앞세운 수비벽을 끝내 뚫지 못해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16강, 8강, 4강 진출 그 하나 하나가 모두 우리에겐 우승과 같은 쾌거였다. 우리가 월드컵에 첫 인연을 가진 이래 48년만에 첫 승리를 이번 대회에서 기록했고, 72년 월드컵 역사에서는 '이변'으로 기록됐다.

경기가 끝나고 상암동 월드컵경기장과 광화문 네거리에 울려퍼진 폭죽은 승리의 축하연주나 마찬가지였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거리로 터져나온 붉은 악마들의 함성도 꼭 그러했다. 아쉬움보다는 오히려 4강 위업을 달성한 태극전사들에 대한 격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스포츠신문 편집국은 또 하나의 '전장'
▲ 25일 한국-독일전 TV중계를 지켜보며 응원과 취재를 겸하고 있는 스포츠서울 편집국 기자들 ⓒ 오마이뉴스 손병관
"점유율이 높으면 뭐하나? 판매율이 높아야지...."

스포츠서울의 한 기자는 25일 저녁 한국-독일전을 지켜보다가 독일의 공 점유율(54%)이 한국(46%)보다 앞서는 것을 보고 이렇게 농담을 던졌다. 비록 농담이지만 월드컵 기간 중의 또 다른 '전장', 스포츠신문 간의 치열한 경쟁을 시사하는 말이다.

스포츠서울은 편집국 기자 144명 중 60여 명이 월드컵 특별취재단에 투입했다. 이날 서울 상암 경기장에는 20명의 기자들이 현장 취재를 나갔지만, 편집국에 남아있는 기자들도 TV를 지켜보며 경기가 끝난 후의 분주한 일정을 준비했다.

지난달 25일부터 편집국 인력의 풀 가동 체제가 들어간 가운데 마감시간을 저녁 11시30분에 맞췄지만, 기실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마감시간에 쫓기다보니 이겼을 경우와 졌을 경우를 각각 대비해 기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됐다. 당연히 기자들의 업무량도 평소의 2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사회레저부의 이상숙 차장은 "예전에는 밤 9시 무렵 퇴근했지만, 월드컵 이후로는 밤12시∼1시를 넘기기 일쑤다. 가판에 주력해온 스포츠신문이지만 일요판까지 찍다보니 하루밖에 쉬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한국팀의 연승 행진으로 신문 가판 부수가 갈수록 높아졌다는 것이 이들의 기운을 북돋는다. 이보상 스포츠서울 편집국장은 "한국팀 경기 다음날은 평소보다 15%이상 더 인쇄했고, 판매율도 그만큼 높아졌다. 월드컵의 성공으로 유소년 축구의 육성과 프로축구의 활성화 등 축구 붐이 불지 않겠느냐?"고 낙관적인 전망을 던졌다.

이날 경기의 패배에 편집국 직원들은 하나같이 "잘 싸웠다. 상대는 독일이었어"라며 한국팀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제 열기가 한풀 꺾이지 않겠느냐?"는 한 기자의 말에 데스크에서는 "3-4위전은 대구에서 한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편집부의 한켠에서는 "잘 싸웠다! 태극전사 / 가자! 3위"라는 26일자 조간 1면 타이틀이 뽑혀 나오고 있었다./손병관 기자

▲ 서울시청앞에서 응원전을 펼치던 한 여성응원단이 한국팀의 패배가 확정되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후반전 종료 휘슬이 끝난 뒤 한국측 응원객들은 벤치로 되돌아오는 선수들을 향해 일제히 '와∼'하는 함성과 함께 뜨거운 박수로 격려했다. 잠시 후 선수들이 운동장 한 가운데로 걸어나와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하자 6만여 관중들이 모두 일어서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보냈다.

일부 응원단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을 계속 연호하면서 주변의 쓰레기를 주워 질서있게 퇴장했다. 붉은 악마들도 일부 남아서 주변을 치우는 모습도 눈에 띈다.

한국 응원단들은 경기장 밖으로 나가서도 집으로 곧바로 귀가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경기에서는 졌지만 세계 축구 역사를 새로 쓴 태극전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는 거리 응원에 나선 붉은 악마들도 마찬가지다. 시청앞, 광화문 네거리 주변에 모인 응원인파는 경기종료 후에도 자리를 지킨 채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한국팀의 결승행이 좌절되었지만 기대이상으로 선전한 탓인지 경기 종료 후 잠시 실망한 모습에서 벗어난 붉은악마들이 다시 모여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길거리 붉은 악마들, 아쉬움 속 '4강 진출' 감격 나눠

시청 청사 꼭대기의 대형 전자시계가 11시 01분을 가리킬 무렵 주심이 경기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순간 시민들은 하나 둘씩 앉은 자리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를 껴 앉고 기뻐했으며, 또 서로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대~한민국' 함성이 시청앞 광장에 울려퍼졌다. 이어 가수 윤도현 씨가 무대위로 올라와 자신의 노래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하자 시청 앞 응원객 수 십만 인파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장애인이라고 특별하게 보지 마세요.”
대형 응원무대가 마련된 시청역 광장. “오∼필승 코리아”를 연호하며 손을 흔드는 붉은악마들 속에서 뇌성마비 장애인 이흥범(22·대구대 2년)군을 만날 수 있었다. ▲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응원에 열중하고 있는 이흥범군.ⓒ 오마이뉴스 김지은이군은 무대앞쪽에 마련된 ‘장애인석’에서 응원하고 있었다. 장애인석에 장애인은 이군 혼자였다. “방학이어서 거리응원에 나왔다”는 이군은 밀려드는 인파 때문에 휠체어로 이동하기 힘들 것 같은데도 “주로 혼자 다닌다”며 “자신을 특별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씨는 휴대폰 문자메시지 전송메뉴를 이용해 인터뷰에 응했다.

-누구랑 왔어요?
“혼자요.”
-어떻게 오게 됐어요?
“응원하려구요.”
-이번이 처음인가요?
“전에 미국전 때도 광화문에 왔었어요.”
-장애인석이 있는 걸 알았나요?
“몰랐어요. 그런 거(장애인석) 있든 없든 잘 안가리는데 있으면 편하죠.”
-사람들이 많은데 다니기 힘들지 않았나요?
“사람들이 잘 도와주니 괜찮아요.”
-좋아하는 대표팀 선수는 누구예요?
“김남일 선수요. 수비력이 좋아서요.”
-주위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같은 사람들을 이상하거나 특별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지은 기자뒤이어 다시 '오~필승 코리아'를 소리쳐 부르며 수 십만의 붉은 악마들은 패배를 잠시 잊기라도 한 듯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며 축구 대표팀의 선전에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10~20여명씩 무리를 지은 시민들은 '대~한민국' 대신 '잘~싸웠다'라는 구호로 바뀌었고, 시민들의 얼굴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고개숙인 시민들은 거의 볼 수 없었으나,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히는 여성들은 더러 눈에 띄었다.

이정혜(18)씨는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면서 "결승진출은 좌절됐지만 우리국민들은 여전히 우리 선수들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의 손에는 검은 비닐과 태극기가 꼭 쥐어져 있다.

오늘 독일전에서의 패배로 꿈에도 그리던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한국축구는 유럽 강호들을 차례로 격파하면서 유럽의 벽을 넘었을 뿐더러 세계 최정상급 수준으로 부상하는 신화를 기록했다. 이로써 그동안 남미와 유럽이 주도해오던 세계 축구의 판도에 일대 변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후반들어 공격이 다소 살아난 태극전사들은 후반 30분 독일에 먼저 선취골을 허용했다. 장신과 고공술에 능한 독일팀은 전후반 모두 우리팀을 압도했으며, 간간이 우리에게도 골 기회가 주어졌지만 상대팀의 빚장수비에 막혀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독일팀 13번 발락은 골키퍼 이운재 선수가 막은 골이 튀어나오자 이운재가 다시 수비를 재정비할 겨를도 없이 골을 차넣어 금쪽같이 귀한 한 골을 빼앗아 갔다. 이 골은 결국 결승골이 됐고, 한국은 아쉽지만 4강 진출에서 만족해야 했다.

▲ 25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준결승 한국-독일경기에서 박지성이 독일문전에서 강슛을 날리고 있있다. ⓒ 연합뉴스
▲ 25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준결승 한국-독일경기에서 한국 이천수가 독일 진영을 돌파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모든 국민이 함께 축구하는 것 같다"
▲ 핫비를 입은 주한 일본인들의 열띤 응원. ⓒ 오마이뉴스 황방열 롯데호텔 2층 에머럴드 룸에서는 130여명의 주한 일본인들이 한국-독일전 관람을 위해 모였다. 일본인들은 일본항공, 이토추 상사 등 주한 일본상사의 주재원들과 그 가족들. 이들은 익숙하게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오!필승 코리아"와 같은 응원구호를 외쳤다.

오늘의 열띤 응원에는 색색의 막대기 풍선, 소고, 태극기, 호각 등이 동원됐다. 붉은 색이나 짙은 녹색의 핫비(축제 때 입는 일본의 축제의상)를 입고 대형 스크린 옆에서 신나게 북을 치는 열성팬도 있었다. 뒷자리에 앉은 장년층들도 앉을 생각을 잊은 채 응원에 몰두했다.

이들 일본인 축구팬들은 대부분 안정환 선수를 좋아하고 있어 전반전에 안 선수가 나오지 않자 서운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미국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 산지 1년 된 구미코 수지씨는 "같은 개최국으로서 4강에 오르게 돼서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며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꿈을 실현시켜줘서 기쁘다. 앞으로 두 번의 경기도 다 이겨서 기쁨과 꿈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쓰비씨 전기 코오신 히데후미 이사는 "한국 국민이 다 축구하는 것 같다. 일본과의 차이다"라며 놀라움을 표시한 뒤 "젊은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응원열기에 대단한 에너지를 느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응원을 끝낸 거리가 너무 깨끗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을 주최한 롯데호텔 판촉이사 나카타 사토루씨는 "이틀 전 몇 명에게만 연락했는데 인원이 늘어나 130여 명이 모였고 결국 모임장소를 호텔 앞 야외프라자에서 150석 규모의 에머럴드 룸 안으로 변경해야 했다"며 "한국에 살면서 이렇게 기쁜 적이 없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러나 최소한 오늘 이 자리에서만은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처럼 느껴졌다./황방열 기자

이번 태극전사들의 월드컵 4강진출은 선수나 감독 못지않게 전국민이 '12번 선수'가 돼 붉은 물결을 이룬 것이 큰 힘이 됐다. 6월 4일 벌어진 한-폴란드전 조별 예선 첫 경기 이후 전국은 어디랄 곳도 없이 붉은 악마들로 넘실거렸다.

이후 한국팀이 참전하는 경기 때마다 '붉은 악마'들의 수는 기록을 경신하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이는 국민적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늘 서울에서만도 42개소에 240만명이 거리응원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거리응원의 메카'인 광화문 네거리와 '붉은광장' 시청앞에는 각각 55만, 80만명이 모여 한국팀의 결승진출을 염원하며 응원을 벌였다.

한국팀은 오는 2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26일 일본에서 열리는 브라질-터키전 패자와 3-4위전을 벌인다.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는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붉은 관중들 ⓒ오마이뉴스 김시연
외신들, "한국 4강 진출 놀랍다" 찬사 보내

▲ 태극기를 꼭 쥐고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던 여성응원단이 한국팀이 실점을 하자 놀라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한편 한국과 독일과의 경기가 1대0으로 끝나자 외신들은 즉시 타전한 기사에서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CNN 방송은 "한국 붉은 군대의 신화가 4강에서 멈췄다"면서 "하지만 수많은 시민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환호와 격려의 구호가 연이어졌다"고 서울 시청앞 광장 현지로부터의 방송을 긴급히 내보냈다.

영국 BBC 방송도 한국과 독일전에 대해 "한국의 월드컵 신화가 4강으로 멈췄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4강 진출 자체만으로도 세계는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NHK 방송은 "한국이 독일에 아깝게 패했지만 오는 29일 3, 4위전에 나가게 됐다"고 전했고, 독일 언론들은 경기가 끝나자, "독일이 한국의 돌풍을 잠재웠다"면서 "한국전을 위해 충분히 대비한 것이 주효했지만 한국의 파상적인 공격에 자칫 연장전까지 갈지도 모르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고 밝혔다.

태극전사들의 사령탑이자 '승부사'인 거스 히딩크 감독은 경기종료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요코하마에 가지 못해 아쉽지만 선수들이 매우 자랑스럽다"는 넉넉한 말로 태극전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29일 열릴 3-4위전 경기와 관련, "최대한 체력을 회복해 3위를 달성하겠다"며 아쉬움 속에 다음 경기에 대한 구상에 돌입했다.

<제4신 대체: 25일 오후 9시 20분> 전반전 득점없이 끝나, 전국 응원열기 극에 달해

▲ 6.25를 맞아 의미있는 피켓을 만들어온 응원단. ⓒ 오마이뉴스 권우성전반전 45분 경기가 양팀 모두 득점없이 끝났다. 태극전사들은 전국민의 응원에 힘입어 경기 초반부터 공세를 퍼부었다. 경기전반 한국팀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기선제압에 나섰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독일팀의 수비에 차단돼 번번이 골을 터뜨리지는 못했으며, 오히려 몇 번의 위기를 맞았다. 장신을 무기로 '제공권'을 장악한 독일팀은 한국팀 골대 앞에서 고공공격으로 위협하였으며, 개인기 역시 태극전사들보다 결코 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전반 8분경 이천수는 차두리의 '도움'을 받아 독일팀 골대 앞에서 강력한 슈팅을 처음으로 날렸으나 독일팀 골키퍼 칸이 넘어지면서 선방했다.

경기종료 1분 정도를 남겨놓고 한국팀은 독일의 코너킥으로 다시 위기를 맞는 등 위험한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다. 차범근 문화방송 해설위원은 "독일팀이 제공권을 활용한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며 "한국팀이 이를 잘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반전에서 한국팀은 독일에 비해 '슈팅'은 2:6으로, '점유율'은 독일 58에 비해 42로 뒤졌으며, '공격저지'는 한국이 25로 독일의 14를 앞질렀다.

독일의 파상공세가 계속되자 관중석 곳곳에서 '아∼'하는 안타까운 탄식 소리가 흘러나왔다. 또 붉은 악마들은 심판의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에 항의하듯 5∼6차례에 걸쳐 야유를 보내기도 하였다. 상암경기장을 가득메운 한국 응원단들은 대체로 불안한 가운데 전반전을 보냈다.

하지만 이들은 '오∼필승 코리아'를 계속 연호하며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북돋았다.

▲ 상암 월드컵 경기장 붉은악마들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내용의 카드섹션을 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고속도로도 잠재운 한-독전
한-독전은 고속도로도 잠재웠다.

밤 9시40분, 한-독전 후반전이 시작된 시각 경부고속도로 신탄진 휴게소 앞을 지나는 승용차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차량은 화물 트럭과 고속버스들. 그나마 고속버스는 대부분 텅 비어있다.

신탄진 휴게소는 입구부터 화물차들이 100여대가 꽉 들어차 있어 만원 상태다. 버스 한 대도 주차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휴게소 내에 설치된 대형 TV 앞에 300여명의 '붉은 악마'들이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이중 절반은 빨간색 티를 입고 있고,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붉은 두건까지 쓰고 있다.

기자가 타고 있던 고속버스 운전사도 라디오를 통해 한-독전을 청취하다가 "갑갑하다" "휴게소에서 보고가자"는 승객들의 성화 때문에 트럭으로 점령당하다시피한 휴게소 주차장에 간신히 차를 주차시키고 대형 TV 앞에서 응원에 동참하고 있다./유창재 기자저녁 8시 30분 정각. 대망의 결승전 진출을 놓고 '전차군단' 독일과의 한판 승부가 시작되자 서울 광화문우체국 옥상에서는 경기시작에 맞춰 여러 발의 축포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이 시각 한반도 전체가 흥분과 열정으로 달아오르고 있으며, 경기시작에 앞서 광화문에서는 대형 스피커를 통해 흥을 돋우는 대중음악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대형 전광판 화면을 통해 우리 대표팀의 얼굴이 소개될 때마다 함성을 지르며 열광을 쏟아냈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역시 6만2천여 관중이 가득 찼고 월드컵공원에 몰려든 수십만 인파들 역시 대형 전광판을 보며 응원을 펼치고 있다. 경기장 관중석은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었고 특히 독일진영 뒷편에 포진한 붉은악마 응원단은 미리 준비한 대형 카드섹션을 펼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편 이날 차두리가 독일과의 월드컵 4강전에 선발로 출전했다. 앞서 한일월드컵 두 경기에서 교체 멤버로 출전했던 차두리는 이날 4강전 출전 선수리스트 선발라인업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려 황선홍, 이천수와 함께 한국의 공격라인에 가담했다.

다음은 양팀의 선발 라인업.

▲한국 = 이운재(GK), 최진철, 유상철, 김태영, 이영표, 이천수, 차두리, 황선홍, 홍명보, 박지성, 송종국

▲독일 = 올리버 칸(GK), 토마스 링케, 카르스텐 라멜로브, 올리버 노이빌레, 디트마어 하만, 미로슬라프 클로세, 미하엘 발라크, 마르코 보데, 베른트 슈나이더, 크리스토프 메첼더, 토르스텐 프링스
▲ 25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독일 4강전에서 붉은악마들이 카드섹션 구호 `꿈★은 이루어진다"를 새기고 있다. ⓒ연합뉴스
"6월 25일은 '붉은 지옥'만들려고 불법남침한 날"
전국 자유수호 웅변대회에서 쏟아진 '빨갱이 타도'
▲전국자유수호 웅변대회 장면ⓒ임경환 기자
한국과 독일이 월드컵 결승진출을 놓고 상암동에서 혈투를 벌이는 25일은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52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시청과 상암동 경기장 앞은 붉은 악마들로 인해 주변이 빨간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고, 같은 시간 장충동 자유센터 대강당은 자유총연맹이 주최한 6·25 전쟁 52주년 기념 제 35회 '전국 자유수호 웅변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좌익 400만 시대"의 웅변 - 강수연 기자

이날 연설자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웅변대회는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거리 응원을 나선 붉은 악마들에게 태극기는 '치장 도구'였지만 웅변대회에 참석한 연사들에게 태극기는 여전히 '숭배'의 대상이었다. 연사들은 웅변을 시작하기 전 태극기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 뒤 연단에 올라섰다.

일부 전문가들은 붉은 악마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레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진단했지만, 웅변대회장은 예외였다. 연사들에게 북한은 여전히 '빨갱이 공산당'이었다.

"북한 공산당의 온갖 괴롭힘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성장해 메마른 북녘땅을 기름진 땅으로 만들었다."(이00. 고등학생)

"6월 25일은 독재왕국, 붉은 지옥을 만들기 위해 공산당 우두머리 김일성이 불법으로 무력남침한 날입니다."(이00. 초등학생)

연사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커다란 손동작을 곁들여 가면서 "6·25 전쟁을 교훈삼아 안보를 튼튼히 하고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고 목청을 높였다.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 지난 3월에 김정일 정권이 '선'이라고 생각하는 대답한 사람이 100명중에 10명,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사람이 19명이었는데, 4월에는 김정일 정권이 '선'이라고 답한 사람이 13명,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사람이 27명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친김정일 세력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 좌익이 400만명이 존재한다는 기사도 발표됐습니다. 좌익에 흔들리고 있는 국민의 안보불감증에 경종을 울립시다."(정00. 대구)

"북한 군부는 언제나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겉으로는 손을 내밀지만 등 뒤에는 칼을 숨기고 있다. 자유 대한민국을 적화시키려는 북한이 존재하고 있는데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면 사람들은 뭔가. (이00. 해군)"

이밖에도 이날 웅변대회장에서는 '퍼주기식 대북정책을 반대하는 발언과 탈북 난민들을 양산하고 있는 북한정권을 반대하는 연설이 쏟아졌다. / 임경환 기자

<제3신: 25일 오후 6시> 붉은 악마, "꿈★은 이루어진다" 내걸어

경기시작을 3시간 앞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은 일찌감치 모여든 붉은악마들로 '붉은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미 남문광장에 위치한 월드컵공원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모여들어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 앞에 무리지어 앉아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장 입구 주변 곳곳에서는 붉은악마들이 저마다 응원열기를 돋우기 위해 얼굴 페인팅을 하고 있으며, 대한항공, JVC 등 월드컵 공식 파트너들이 이벤트 행사를 통해 시민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4시 30분부터 입장이 시작된 경기장은 아직 많은 관중들이 입장하지 않아 드문드문 좌석이 차 있을 뿐이다. 경기장 남쪽 관객석에는 붉은악마들이 만들어놓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문구가 선명하게 보인다.

붉은 악마는 그동안 매번 의미심장은 내용의 문귀로 카드섹션을 벌여 화제를 모았다. 폴란드전 때 'WIN 3:0'을 시작으로 미국전 때는 'GO KOR 16'을, 포르투갈전에서는 '대한민국', 이탈리아전에서는 'AGAIN 1966'을, 스페인전에서는 'PRIDE OF ASIA'를 선보였다. 당초 이번 대회를 앞두고 네티즌들은 오늘이 한국전쟁 발발 52주년임을 감안, '오 필승 코리아' 대신 'OH PEACE KOREA'를 요청했었다.

▲25일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미군(군종)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한 한 미군이 '붉은악마' 스카프를 들고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독일과의 준결승전 대결은 여러가지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독일은 2차대전후 우리처럼 분단국으로 있다가 지난 89년 사회주의 붕괴와 함께 베를린 장벽을 헐고 통일을 이뤘다.

지난 74년 서독에서 제10회 월드컵을 개최한 이후 독일이 통일을 달성한 선례는 분단국인 우리에게 하나의 희망으로 와닿고 있다. 특히 오늘은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52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제1회 대회를 개최한 이래 이번까지 총 17회 대회를 치르면서 월드컵에서는 몇 가지 징크스와 함께 '정설'이 굳어져 전해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현 개최국과 다음 대회 개최국이 맞붙으면 현 개최국이 지지않는다는 것. 그동안 이같은 사례는 모두 세 번 있었는데 현 개최국이 2승1무로 이같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월드컵 사상 네번째로 현 개최국과 다음 개최국의 대결인 한국-독일전은 과연 한국이 독일을 이겨 이같은 전통을 이어나갈 것인지, 아니면 독일의 승리로 깨질지 주목된다.

한-독전 맞은 한국·독일대사관 표정은?
2002 한일월드컵 준결승 한국과 독일의 경기. 먼 이국에서 자신들의 조국을 응원하는 두 나라 대사관 역시 뜨거운 응원열기에 휩싸여있다. 주독 한국대사관(대사 황원탁)과 주한 독일대사관(대사 후베르투스 폰 모어)에 전화를 걸어 분위기를 확인했다.

"한마디로 감동과 흥분이죠. 여기 독일에서의 응원열기도 한국과 다를 바 없습니다"라는 말을 전하는 주독 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이현표(52)씨의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주독 한국대사관은 월드컵 개막식이 열렸던 지난 5월31일부터 문화홍보원 강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교민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쳐왔다.

"이번 한국축구팀의 이어지는 승리와 한국응원단의 열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 이미지 홍보"라며 뿌듯해하는 이현표 원장은 "주독 한국대사관에서 정기구독 하는 31개 신문들 거의 모두가 한국팀의 선전과 '붉은 악마'에 관련한 기사를 연이어 싣고있다"며, 독일 현지에선 차범근(MBC 축구해설위원)씨의 아들 차두리씨의 인기가 최고라고 전했다.

주한 독일대사관의 축구열기 역시 뜨거웠다. 도필영 공보관은 "한국축구를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그런 까닭에 어느 팀이 일방적으로 승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대부분은 독일팀이 이길 거라고 예상하고 있죠"라는 말로 독일대사관의 분위기를 전했다. 대사관 내 홍보실에는 독일팀의 유니폼과 축구화, 미니골대, 축구관련 포스터 등도 전시됐다고.

후베르투스 폰 모어 대사는 한미전이 열리던 지난 6월10일 비 내리는 광화문에 나가 붉은 악마들의 열띤 응원을 직접 목도하곤, "그들의 열기와 질서의식에 감동했다"는 말을 대사관 내 한국직원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독일과 결승진출을 다투는 날이니 라이벌 의식도 느끼겠죠"라고 도필영 공보관이 웃으며 덧붙였다. / 홍성식 기자
▲ 서울시청앞 광장에 설치된 무대앞에 가스총탄으로 보이는 탄알을 소지한 사람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축제 분위기같은 응원전에서 지나치게 경직된 모습을 보여 보는 이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2신: 25일 오후 5시>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도쿄행 비행기표 이미 바닥나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태극전사들이 마침내 수도 서울에 '금의환향'했다. 지난 6월 4일 부산에서 열린 대 폴란드전 이후 4승1무의 기록으로 승승장구해온 태극전사들은 오늘 오후 8시반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유럽의 강호 '전차군단' 독일팀과 대망의 결승진출을 놓고 결전을 벌인다.

당초 비가 올 것으로 예고된 서울의 하늘은 아침부터 쾌청했다. 마치 태극전사들의 좋은 결과를 예고하는 듯 하다.

내외신 언론들은 독일과의 경기는 한번 '해볼만한' 경기라며 한국의 결승진출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열성 축구팬들은 이미 한국의 결승진출을 확신하며 일본행 비행기표 구입에 나서 대한항공, 아시아나의 29일, 30일 도쿄행 티켓이 모두 바닥난 상태라고 한다.

폴란드, 포루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꺾은 태극전사들이 독일을 무찌르고 요코하마행 티켓을 거머쥘 경우 월드컵 72년 역사에서 또하나의 '이변'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대형 '단일기' 게시 무산
25일 서울 상암동월드컵 경기장에서의 통일을 기원하는 대형단일기 게시가 무산됐다.

6.15 남북공동선언실현과 한반도평화를 위한 통일연대(이하 통일연대)는 지난 6월 22일 광주에서 있었던 한국과 스페인전에서의 한국 승리를 기원하며 붉은악마 측에 대형단일기 게시를 제안하였으나 시간상의 제약으로 이뤄지지 못한바 있다.

하지만 통일연대는 지난 24일 붉은악마측으로부터 서울 상암동월드컵 경기장에서의 대형 단일기 게시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붉은악마가 한국 경기가 있을 때마다 운동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태극기와 똑같은 크기인 가로 60m, 세로40m의 대형 플래카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붉은 악마측은 대형단일기를 내거는 것이 '정치적'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통일연대측에 다시 난색을 표시해왔다.

이와 관련 '붉은악마'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 통일연대의 제안을 받았을 때 마침 경기당일이 6.25고 해서 정말 순수하게 받아들이려고 했으나, 순수한 스포츠 모임인 '붉은악마'가 거대담론을 이야기했을 때 그 순수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 들어 취소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선수단이 단일기를 들고 공동입장을 했던 감동적인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면서 "올 9월 6일에 있을 남북축구대회 때는 단일기를 사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공희정 기자태극전사들의 기록경신에 못지 않은 것이 길거리 응원인파다. 경찰의 추산에 따르면, 이날 서울시청앞 등 전국 397여곳에서 700만명이 넘는 임파가 거리응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길거리의 '붉은 악마'들은 대표팀의 결승진출을 기원하며 이들에게 '기'를 모아줄 예정이다.

한국축구의 신화와 함께 서울 시청앞 광장을 비롯한 광화문 일대의 거리 응원과 축제는 이미 시작됐다.

오후 5시 현재 서울 중구 세종로 10차선 가운데 6차선이 이미 붉은 물결로 채워졌으며, 시청 앞 광장과 주변일대에는 이미 50여만명에 달하는 '붉은 인파'가 거리 응원에 들어간 상태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해온 시청 앞 거리 응원 탓인지 많은 시민들은 질서 정연하게 자리에 앉아 '대~한민국' 과 '오~필승 코리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응원에 열중하고 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명당'으로 꼽히는 동화면세점 건물앞 광장에는 아침부터 모여든 붉은 물결로 보행이 어려운 상태다. 붉은악마들은 돗자리를 펴고 패스트푸드나 김밥, 샌드위치 등을 먹으며 응원준비를 하고 있다. 경기시작을 기다리며 낮잠을 자거나 양산을 펴고 따가운 햇살을 가리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그러나 어렵게 잡은 명당자리를 지키기 위해 절대 자리를 뜨는 법은 없다.

▲ "IT강국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사회자의 제안으로 휴대폰을 꺼내 든 응원단들이 휴대폰 불빛으로 이색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후 5시 반부터 조선일보 전광판 앞 응원무대에서는 붉은악마 주최로 윤도현밴드, 크라잉넛 등이 공연을 할 계획이다. 주최측은 공연에 앞서 응원음악을 트는 등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사상최대의 거리응원 인파가 예상됨에 따라 경찰특공대 등 경찰병력 30개 중대가 오전 11시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이들은 시민들이 몰려드는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차량제한을 할 계획이다.

또한 지하철 광화문역으로 통하는 세종문화회관 주변 인도는 응원도구와 음식들을 파는 노점상들이 빽빽히 들어찼고 이 일대 음식점들도 '붉은 손님'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이번 거리 응원전에도 마찬가지로 많은 시민들은 붉은 셔츠와 태극기를 이용한 다채로운 옷차림을 선보였고, 얼굴, 팔 등에 각종 태극 문양과 승리를 상징하는 문구 등의 '색칠하기'도 많이 눈에 띄었다.

특히 3시께 시청 옆 인도에서는 20세의 젊은 남학생 두명이 온몸에 태극문양의 '보디 페인팅'을 선보여 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모았다.

▲온몸을 태극 색깔인 빨간과 파란색으로 칠을 한 학생들이 햇빛을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있다. 우산 역시 같은 색깔로 칠해져 있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온몸을 빨간색으로 색칠한 정상문(20, 홍익대 영화과 1년 휴학중)씨는 "친구와 함께 한국축구의 승리를 바라는 마음에 온 몸의 태극 보디 페인팅을 생각했다"면서 "오늘 아침에 (페인팅) 작업을 했으며 시간은 1~1시간 30분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정 씨의 친구이면서 파란색으로 색을 칠한 안대열(20)씨도 "한국전의 승리를 위해 홍대, 압구정동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페인팅을 했지만 온 몸 전체를 다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결승 진출을 위한 중요한 결전인 거리 응원전의 메카인 시청으로 가서 우리 대표팀의 승리를 응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번 보디페인팅을 위해 머리도 완전히 깎았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내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 TV를 비롯해 해외 신문, 방송 기자들은 한때 이들 남학생의 온몸 페인팅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즉석으로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아빠를 찾습니다" 월드컵 세대가 바라보는 월드컵

"아빠를 찾습니다"
이름: 홍명보
나이: 서른 셋
직업: 축구선수
특징: 입술 위의 까만 점

한국 대표팀의 맏형 홍명보에게 설마 숨겨놓은 아이가?

경기 시작 3시간 전. 광화문 사거리는 이미 젊은 열기로 가득 찼다. 주로 10대와 20대 초반으로 이뤄진 붉은 악마들은 이미 광화문 사거리를 가득 메웠다. 월드컵 세대(일명 W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밝히는데 무척 솔직했다.

홍명보의 광적인 팬이라며 정성스럽게 홍명보 선수를 "아빠"라고 표현한 피켓을 만들어 온 이노을(등촌중 3학년)양은 "대표팀을 듬직하게 이끄는 홍명보 선수의 모습 속에서 아빠와 같은 친숙함이 들었다"면서 "지난 포르투갈 전부터 광화문에 나와 대표팀을 응원했다"고 목소리 높인다.

▲ "아빠를 찾습니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이양은 "이번 한국 월드컵 대표팀 경기 응원을 통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너무 좋았다"면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공부에 방해되니 자주 있으면 안된다"는 말도 덧붙여서.

신세대의 희망 '박지성' 팬이라고 자신을 밝힌 조아람(등촌중 3학년)양도 이양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 '이같은 광기는 청소년들의 일탈행위로 이어질 것'이라며 걱정스레 바라보는 일부 기성세대들에게 고하듯 이들의 외침은 이렇다.

"축구경기를 원래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축구를 사랑하게 됐어요. 월드컵 이후에도 사람들이 축구를 통해 이렇게 하나가 됐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이요? 당연히 걱정하시죠.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집에 들어가죠. 위험하잖아요. 학교에서도 오늘 단축수업을 실시했고 선생님들을 비롯해 전교생 거의 모두가 빨강색 옷을 입고 학교에 등교했어요. 얼마나 신났는지 모릅니다."

이들은 또한 최근 한국 경기후 불거지는 불상사에 대해서도 자신들만의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기분이 좋더라도 차 위에 올라가서 태극기를 흔들거나 자동차 창문을 통해 몸을 내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전사고에 주의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만들어가는 우리의 축제잖아요." / 공희정 기자

<제1신 대체: 25일 오후 7시> 네티즌 84% "이번에도 이긴다"

▲ '2006년 월드컵은 남과북이 하나되어'. 한 응원단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남북이 한팀이 되어 뛰자는 의미를 담은 피켓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이제 어느 누구도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기적', '우연의 일치'라고 폄하하지 않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30분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결승행 티켓을 놓고 사투를 벌입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시작되기 전까지 '녹슨 전차'라며 2류 팀에 분류되던 독일팀은 4강에 오르며 옛 명성을 재확인했지만, 그 동안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나라들을 연파하며 축구 강국으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한국팀에게는 그리 높은 벽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한국 - 독일전 스코어 알아맞히기 바로가기

한국팀은 부산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월드컵 진출 반세기만에 첫 승을 거뒀고, 대구에서 미국과 무승부, 인천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그 후 대전에서 이탈리아, 광주에서 스페인을 꺾고 서울에 입성했습니다.

태극전사들과 5천만 붉은 악마들이 만들어 가는 신화는 요코하마까지 이어질까요? 아니면 대구에서 마침표를 찍을까요?

<오마이뉴스> 독자들은 오늘 경기에서도 한국팀의 승리를 예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오전부터 시작된 '나도 축구 해설가, 한국-독일 전 스코어 알아맞히기'에는 25일 오후 7시까지 총 609명이 참여했습니다. 그중 '승리한다'고 예측한 독자들이 514명(84.4%)으로 압도적이었으며, '무승부' 20명(3.3%), '패배한다'는 75명(12.3%)이었습니다.

특히 '한국-독일 전 스코어 알아맞히기'에 응모한 독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인 217명이 한국팀의 '2대1 승리'를 점쳤으며, 이어 한국팀의 '1대 0 승리(99명)'가 뒤를 이었습니다.

그 동안 한국 대표팀은 <오마이뉴스> 독자들의 바람에 부응이라도 하는 듯 연전 연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 대표팀은 독일 꺾고 유럽과 남미가 양분해 온 월드컵 우승국 판도에 아시아의 힘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을까요? 결전의 시간이 이제 9시간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독자여러분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축구해설가로 데뷔하십시오. '한국-독일 경기 스코어 알아맞히기'는 경기시작 직전인 25일 오후 8시30분까지 가능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족집게처럼 경기스코어를 알아맞히고 정확하게 분석하신 10명의 네티즌을 뽑아 소정의 상품을 드릴 예정입니다.

'전운' 감도는 상암경기장 독일과의 준결승전이 열리는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이 맑은 하늘아래 펼쳐져 또 다른 한국팀의 신화창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독자들은 몇 시간 후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울릴 함성을 이렇게 예상했습니다

189. 김종국 한국 3 : 1 독일

한국과 독일의 전력은 압박축구와 고공축구라고 할 수 있는데 독일의 고공축구는 미드필드의 한번 문전 센터링으로 이루어지는 어찌 보면 단순한 공격 플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발락의 문전 센터링은 상당히 정교하게 보인다.

그런데 오늘 한국 압박축구는 스페인전과는 달리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이태리전과의 엄청난 체력소모로 순간 압박축구는 스페인전에 살아나지 못했지만 스페인전 결과는 비록 연장전까지 갔지만 체력소모는 덜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 예비엔트리 1~3명 정도가 전반 주전으로 뛰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전반전 선수로는 이운재, 이민성, 홍명보, 최진철, 송종국, 이영표, 이을용, 유상철, 최태욱(박지성),이천수, 차두리. 후반전은 이운재, 이민성(김태영), 홍명보, 최진철, 송종국, 유상철, 윤정환(이을용), 이영표, 설기현, 안정환, 황선홍(차두리) 박지성(이천수.차두리).

전반전 경기는 힘있는 차두리, 이천수, 최태욱 등이 압박축구로 2:1정도로 격렬한 경기가 되고 후반전은 대체로 노련한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 윤정환 선수 등이 공격과 수비를 노련하게 이끌어 1점 더 추가 3:1이 되지 않을까 싶다.

180. 김경호 한국 2 : 0 독일

이번 독일전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체력회복에 있다. 우선 전반전은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의 체력보호를 위해 이제와 다른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체력에 다소 우위가 있는 이을용, 차두리 등이 선발출장 가능할 여지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과 같은 압박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독일 팀의 느린 수비를 교란하고, 양쪽 돌파에 이은 선제골이 터질 것으로 보인다. 선제골은 차두리나 박지성에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후반전은 이탈리아, 스페인전과 마찬가지로 선수교체를 통해 압박을 유지할 것이다. 독일에 몇 차례의 결정적인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예전경기와 달리 쉽게 머리에 맞추지는 못할 것이다. 그 기회를 제외하면 독일은 이렇다할 기회를 잡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드필드에서 치열하던 공방은 후반 중반이 지나면서 교체 투입된 황선홍의 추가 골로 독일이 힘없이 주저앉을 것으로 보인다. For Final !!!!

오늘은 한국역사에 많은 왜곡과 슬픔이 함께 존재하는 날인만큼 한국선수들은 우리와 북한친구들에게 좋은 선물은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국 - 독일전 스코어 알아맞히기 바로가기

무승부에 이어 연장전까지 가지만 독일의 세계적인 골키퍼 올리버 칸의 선방에 막혀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한 분도 계셨습니다.

178. 박미정 한국 1 : 1 독일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낀 우리 선수들은 그 동안 출장하지 않았던 많은 선수들을 대거 스타팅 맴버로 기용하여 독일과 팽팽한 대결을 벌이지만, 전반전은 고공플레이를 앞세운 독일에 고전하다 클로제나 얀케, 발락 같은 키 큰 선수들을 놓쳐 선취골을 먼저 주게 된다. 하지만 반격에 나선 한국은 전열을 정비하고 기회를 노리다 후반 체력이 급급히 떨어진 독일 선수들을 몰아붙여 마침내 동점골을 얻게되고(설기현이나 황선홍 예상) 연장 30분까지도 한국이 주도권을 장악하지만 양 팀 모두 골 사냥에 실패하고 승부차기에 들어간 후, 아쉽게도 독일 골키퍼 올리버 칸의 선방에 막혀 승부차기 결과 4:3으로 석패한다. 하지만 관중들을 비롯한 4천만, 아니 7천만 우리 겨레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2002-06-25 11:08ⓒ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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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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