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일본 요코하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브라질 대 독일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브라질, 가시밭길 끝에 거둔 위업

(요코하마=연합뉴스) 브라질이 독일을 꺾고 통산 5번째 월드컵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축구황제' 펠레를 앞세워 58년과 62년, 70년 등 3회 우승으로 줄리메컵을 영구 보관했던 브라질은 94년에 이어 다시 8년만에 FIFA컵을 다시 가져옴으로써 앞으로 12년간 최다 우승기록을 보유하며 세계 최강의 명성을 누리게 됐다.

또한 월드컵 72년사에 유일하게 모두 얼굴을 내민 본선 개근국으로서 32년 만에 본선 전승 우승의 위업도 달성하는 한편 8차례씩 우승컵을 나눠가졌던 남미와 유럽간의 힘의 균형을 깨트리며 경제난으로 실추된 남미축구의 자존심을 곧추세웠다.

그러나 21세기 첫 월드컵을 품에 안기까지 브라질이 걸어온 과정은 한마디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본선에서는 강호들의 잇단 탈락 속에 대진운까지 겹쳐 우승을 향한 행보가 비교적 순탄했지만, 브라질이 넘어야했던 남미 지역예선의 문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험난했다.

브라질은 본선 개막 전까지만 해도 우승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만큼 안팎으로 심하게 흔들렸다.

전문가들은 양강인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외에 포르투갈과 잉글랜드가 결승에 오를 전력으로 평가하면서 브라질을 독일, 스페인, 스웨덴과 함께 8강 전력으로 분류했던 게 사실.

브라질의 위상 추락은 스타들의 해외 엑소더스 속에 심각한 경제난으로 국내리그가 침체에 빠지면서 빚어진 예고된 수순이었다.

스타디움의 조명탑을 밝힐 전력이 부족해 야간경기가 취소되는 와중에서도 축구계 인사들은 사리사욕에 급급한 나머지 이전투구를 계속했고, 이는 삼바축구를 나락으로 빠트리는 데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남미예선 도중 감독이 4차례나 바뀌고 축구협회와 대표팀 감독 및 선수들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검찰과 의회에 줄줄이 불려다니는 상황에서 조직력을 쌓는다는 것자체가 무리였다.

브라질은 남미예선에서 무려 6번이나 패하는 수모 끝에 막판 저력을 앞세워 본선 티켓을 땄지만 '삼바축구는 물건너갔다'는 냉소만이 영원한 우승후보 앞에 기다릴 뿐이었다.

그러나 브라질은 막상 본선 뚜껑이 열리자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정상을 향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거듭했다.

조별리그에서 터키, 중국, 코스타리카를 연파하더니 8강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에 투혼의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삼바축구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브라질의 선전은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프랑스와 86년 멕시코대회 우승 이후 최강의 전력이라던 아르헨티나가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같은 저력은 대진운이 좋았다는 점도 있지만 때를 맞춰 부상에서 회복한 호나우두와 화려한 부활과, 대표팀의 조직력을 시기적절하게 끌어올린 스콜라리 감독의 지도력이 어우러진 결과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호마리우를 대표팀에서 제외시킨 감독의 팀 우선주의는 팀내 갈등의 벽을 허물고 선수단에 집념과 투지를 불어넣음으로써 우승의 숨은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악전고투 끝에 삼바축구의 명예를 지킨 브라질의 우승은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쳐 만들어낸 팀워크의 결실이나 다름없다.

월드컵 결승, 브라질-독일전 하이라이트

(요코하마=연합뉴스) 72년 월드컵 역사상 첫 대결하는 브라질과 독일의 결승전의 킥오프 휘슬이 울리는 순간 요코하마종합경기장 관중석에서는 끊임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6만9천여 관중의 시선은 `마의 6골벽' 돌파에 도전하는 브라질의 호나우두와 야신상 수상에 빛나는 `거미손' 독일 수문장 올리버 칸에게 쏠렸다.

팬들의 관심은 경기에서 그대로 연출됐고 두 선수의 자존심 대결에서 콜리나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릴 때 마지막으로 웃은 선수는 결국 골잡이 `지존' 호아우두였다.

`전차 군단' 독일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매 경기 상대팀 선수까지 위로해 주는 늠름한 모습의 칸은 이날 한동안 자기 골문에서 서성이며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전반 두 차례의 맞대결은 칸의 판정승.

전반 30분 호나우디뉴가 토킥으로 띄운 로빙패스를 받은 호나우두가 골지역 정면에서 칸과 맞섰지만 발을 길게 뻗으며 건드린 공이 그대로 칸의 품에 안겼다.

칸은 전반 인저리타임에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슈팅같은 패스를 받은 호나우두가 아크 정면에서 강하게 왼발 터닝 슛한 공을 여유있게 무릎으로 쳐내 실점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전반 독일 수비에 꽁꽁 묶여있던 히바우두의 움직임이 훨씬 자유로워지면서 후반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후반 초반 독일의 압박 공격을 잘 막아낸 브라질은 경기시작 67분만에 지루하던 0-0 공방에 마침표를 찍었다.

독일 수비수 디트마어 하만이 자기 진영에서 어설프게 공을 다루는 틈을 타 호나우두가 가로챘고 이를 옆의 히바우두에게 찔러주자 히바우두가 강하게 왼발 슈팅을 날렸다.

땅에 깔려 들어온 슈팅을 칸이 자세를 낮추며 막아냈지만 가슴에 안겼던 공은 퉁겨나갔고 호나우두가 질풍처럼 달려들며 오른발로 리바운드 슛, 그물을 갈랐다.

호나우두의 슛을 막기 위해 칸이 다시 몸을 날렸지만 역부족.

지난 74년 서독대회에서 폴란드의 라토가 7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이래 '98프랑스월드컵까지 누구도 올라보지 못한 7골 고지에 당대 최고 스트라이커 호나우두가 큰 걸음을 내디뎠다.

준결승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1골만을 내주며 야신상을 수상한 칸은 12분 뒤 다시 골문을 열어주었다.

브라질의 두번째 골은 클레베르손으로부터 시작됐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클레베르손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중앙으로 찔러주었고 이를 히바우두가 `거짓동작'으로 그냥 흘려버리자 볼은 무방비의 호나우두에게 이르렀다.

당황한 독일 수비가 급하게 달라붙었지만 칸의 동작을 읽은 호나우두가 순간 판단력으로 먼 쪽 포스트를 향해 오른발로 감아차 그물을 출렁인 것.

공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몸을 날린 칸은 손도 뻗어보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독일은 후반 4분 올리버 노이빌레가 약 35m짜리 오른발 직접 프리킥으로 브라질 골문을 두드렸지만 골키퍼 손에 스친 공이 포스트를 맞고 나온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아듀 월드컵...4강신화를 축구사랑으로

(서울=연합뉴스) '온 국민이 하나 돼 만들어낸 감동과 화합, 축제의 장이었던 이번 월드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한달간 60억 지구촌의 눈과 귀를 모으며 축제의 감동과 열기를 한껏 고조시켰던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30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독일과 브라질의 결승전을 끝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한국은 그동안 23인의 태극전사가 불굴의 투혼으로 유럽의 강호들을 물리치며 국민의 염원이었던 월드컵 16강을 넘어 8강, 4강 진출의 이변까지 연출했다.

남녀노소 누구랄 것도 없이 한겨레가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로 하나돼 온통 기쁨과 감동이 넘쳐났고 한국과 한국인의 숨어있던 저력을 느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각국들도 48년만에 월드컵 첫 승과 4강 진출의 신화를 일궈낸 한국의 선전은 물론 한달여간 2천400여만명의 붉은 악마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펼친 열광적이고 질서정연한 응원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들은 월드컵 폐막을 아쉬워하면서도 이번 월드컵을 일회성 축제의 성과물로 끝내지 말고 앞으로 한국민의 잠재력을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른 분야에도 접목,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교 2학년생 김지환(18)군은 '너무나 아쉬워 월드컵을 되돌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라며 '잘 싸워준 한국 선수들과 히딩크 감독에게 정말 수고했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무원 이성호(36)씨는 '힘들었지만 월드컵 기간 온 국민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하나된 것만으로도 기쁘다'면서 '언제 어느때고 이같은 국민의 화합된 저력이 변치 않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각종 월드컵 관련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도 세계 4강까지 도약한 한국팀과 이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마지막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앞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기원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쇄도했다.

네티즌들은 이날 월드컵이 끝나는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곧 펼쳐질 K-리그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변합없는 `축구 사랑'을 이어갈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사람들' 카페에 `이제 우리는 그들과 함께 숨을 쉰다'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하루 하루가 행복한 한달이었다' 며 '4년 뒤 독일 월드컵에서도 4천700만 붉은 악마가 다시 모여 아시아의 자존심을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ID 초콜릿 무스는 '우리가 꿈꿔왔던 모든 일들이 진실로 되는 것을 보고 열심히만 하면 뭐든지 할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고마워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가 월드컵중 프로축구 관심도를 묻는 네티즌 설문조사에서 1천197명 중 62%(752명)가 '적어도 시즌 중 한두번은 꼭 경기장을 찾겠다'고 답해 월드컵의 열기가 프로축구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붉은 물결의 감동에 앞장 선 붉은악마 회원 박춘성(24)씨는 '경이로운 경험을 한 한달이었다.이제 프로축구를 사랑할 때'라며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끝난데 대해 뿌듯해했다.

자원봉사자 신남희(33.주부)씨는 '감동에 젖었던 월드컵을 추억에 남길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고, 소방방재본부 이상전(33)씨와 서울경찰청 월드컵 기획단 김영환(22)씨도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끝나 보람되고 성숙한 시민들에게 감사드리며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 30일 일본 요코하마경기장에서 2002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식전행사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월드컵- 한국대표팀, 30일 해산

(경주=연합뉴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4강 신화를 창조한 한국축구대표팀이 30일 베이스캠프가 차려졌던 경주에서 해산했다.

29일 대구에서 터키와의 3-4위전을 마친 뒤 경주 현대호텔에 도착한 선수들은 30일 새벽까지 축하 파티를 열었고 경주에서 집이 가까운 선수들은 이날 오전부터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선수들은 이날 오후 1시 항공기편으로 울산을 출발, 김포공항으로 이동해 해산했다.

선수들은 1일에는 공식행사 없이 휴식을 취한 뒤 2일 오후 6시30분 월드컵한국조직위원회(KOWOC)와 대한축구협회 공동주최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지는 국민대축제에 참가해 카퍼레이드를 벌일 예정이다.

3일에는 축구회관에서 16강진출 보너스로 현대자동차를 받게 되며 이어 오후 7시부터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축하연(조선호텔)에 참석, 공식 해단식을 갖게 된다.

이 밖에 5일에는 청와대를 방문, 김대중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마친다.

독일 올리버 칸, 야신상 수상 확정

(서울=연합뉴스) 최고의 골키퍼에게 수여되는 야신상 수상자로 독일의 올리버 칸(33)이 최종 선정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은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최고의 골키퍼로 준결승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1골만 허용한 칸을 선정, 야신상을 수여키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98년 프랑스대회에서는 팀을 우승으로 이끈 파비앵 바르테즈가 야신상을 수상했다.

칸은 조별리그 2차전 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로비 킨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것이 유일한 실점이며 결승토너먼트에 접어들어서도 매 경기 결정적 실점 위기를 선방, `전차군단'의 결승행에 크게 기여했다.
2002-06-30 20:11ⓒ 2007 OhmyNew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 언론 빠른 뉴스' 국내외 취재망을 통해 신속 정확한 기사를 제공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입니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