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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장애인 시설 관련 기사 두 편을 읽었다. 충북 옥천 지역잡지 '월간 옥이네'에 실린 글이었다. 기사 '이 경사로를 오를 수 있는 사람, 없는 사람(기사보기)'에서는 법률이 지정한 '경사로와 같은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1998년 이후 신·증축된 공공기관 및 약 90평 이상의 건물에만 적용되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곳은 대부분 소규모 점포이기 때문에 '거리 전체가 하나의 큰 장애물'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낮은 문턱, 계단 사라진 놀이터… '무장애 도시'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무장애 도시 조성 조례'(무장애 도시란 공공시설·교통·정보시스템 등 생활 전 영역에 대한 접근권이 모든 주민에게 평등하게 보장되는 곳을 뜻함)를 지정함으로써 정책적 실천을 시도하고 있는 지역사례를 소개했다. 
   
앞서 <월간 옥이네> 기사에서 소개된, 쓸 수 없도록 잘못 설치된 읍내 한 점포 경사로의 모습.
 앞서 <월간 옥이네> 기사에서 소개된, 쓸 수 없도록 잘못 설치된 읍내 한 점포 경사로의 모습.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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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 도시' 실린 기사 보고 든 생각... 내가 있는 캐나다는 어떤가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건물 입구의 턱 때문에 매번 '가고 싶은 곳'이 아닌 '갈 수 있는 곳'을 힘겹게 찾아야만 한다면, 높낮이가 들쑥날쑥한 마감석으로 인해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돌아가야만 한다면, 그건 일상 속 작은 '불편'이 아니라 오랜 세월 공고히 세워져 온 차별의 '장벽'일 터였다.

늦었지만 다행히도, 경기도 수원시, 경북 문경시, 경기 가평군, 경기 양주시, 경기 포천시, 전남 여수시, 서울 성북구, 광주 북구, 경남 진주시, 총 9곳에서 '무장애 도시 조성 조례'가 제정돼 무장애 환경을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었다.

생각의 물길은 자연스레 이곳 캐나다의 장애인 생활환경으로 이어졌다. '장애인 천국'이라 불리는 캐나다의 장애인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재정적 혜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부 홈페이지(링크)를 살펴봤다. 우선 연방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만 해도 열 가지 정도가 있었다.

장기적 심각한 장애를 지닌 18세 이하 자녀를 돌보는 가족에게 매달 지급되는 '어린이 장애 급여'는 2020-2021년 기준 매달 2886 달러(약 258만 원)가 지급되며 가족의 연 순수익이 6만8708 달러(약 6150만 원)를 넘으면 액수가 차츰 줄어든다.

일정기간 연금을 납부해온 사람들 중 장애로 일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달 510달러(약 46만 원) 이상의 '캐나다 연금 장애 급여'를 받게 된다. 또한, 이 수당을 받는 장애인에게 돌보아야 할 25세 이하 자녀가 있다면 그들 또한 2021년 기준 매달 약 257달러(약 23만 원)의 '캐나다 연금 자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 급여는 장애인 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계속해서 지급된다.

장애인이 '장애 저축상품'에 가입해 예금하면, 정부가 가족 수입에 따라 예금액의 최대 300%까지 보조금을 함께 입금해주는 '캐나다 장애 저축 보조금' 제도도 있다. 연간 최대 3500달러(약 313만 원)까지, 평생 7만 달러(약 6265만 원)까지 계좌로 직접 입금된다. '캐나다 장애 저축 채권' 역시 장애인들의 저축을 돕기 위한 제도로서 저소득 및 중간소득층의 장애 저축상품 가입자에게 소득에 따라 연간 1000달러(약 90만 원)까지 지불하며 평생 2만 달러(약 179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캐나다에는 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이 예금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함께 입금해주는 '캐나다 장애 저축 보조금' 제도도 있다. 캐나다 정부 홈페이지 관련프로그램 소개 영상 중 화면갈무리(Registered Disability Savings Plan).
 캐나다에는 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이 예금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함께 입금해주는 "캐나다 장애 저축 보조금" 제도도 있다. 캐나다 정부 홈페이지 관련프로그램 소개 영상 중 화면갈무리(Registered Disability Savings Plan).
ⓒ 캐나다정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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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교육 기금'은 셋으로 나뉜다.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 등록된 장애학생에 대한 재정지원, 수업료와 교과서 및 숙소 비용에 대한 보조금, 심각한 영구적 장애로 인해 학업을 지속하거나 일할 수 없는 경우 학자금 상환을 탕감해주는 제도가 있다.

이외에도 캐나다군이나 기마경찰출신, 제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쟁 참전용사라면 '참전용사 장애급여'를 받을 수 있고, 영구 장애가 있어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면 차량 연료 소비세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정부가 장애인의 생활, 교육, 미래를 위한 저축, 그들 가족의 안녕까지 세심하게 챙기고 배려하고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의 장애급여들 외에 각 주별로 운영하는 지원제도도 있으니 이 정도면 '장애인 천국'이라는 별칭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버스는 100% 저상버스, 상가마다 경사로 설치... 덕분에 노인·임산부도 편리 

이렇게 캐나다의 재정적 복지를 이야기하노라면 예상되는 반응이 있다. "캐나다는 부자나라니까" "대신 세금을 엄청나게 걷어가잖아" 등. 이곳이 부자나라인 것도 맞고 세금을 많이 걷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누구'에게서 더 세금을 많이 걷고, 거둬들인 세금을 '어디'에 비중을 둬 사용하느냐다.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도 많이 내고,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일수록 혜택은 많이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 캐나다의 기본세법이다.

자료조사를 통해 알게 된 장애인 재정지원 현황도 주목을 끌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들으며 피부로 느끼는 장애인 배려 시스템과 문화는 더욱 인상적이다.

이곳 장애인들은, 중증이 아니라면 전동 휠체어를 이용해 혼자서 쇼핑하고 커피 마시고 산책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어느 상가든 널찍한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이 건물과 가장 가까운 곳에 넉넉히 마련돼 있고, 비장애인은 절대 그곳에 주차하지 않는다. 상가 앞에는 당연히 경사로가 있고 출입문은 자동이거나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열리니, 휠체어를 탄 채로 문을 열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는 장애인 표시가 부착된 장애인 전용 테이블이 있어서 휠체어 탄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공중화장실에도 한두 개의 장애인과 노약자 전용칸은 꼭 설치돼 있다. 공간이 넓은 것은 물론,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손잡이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버튼 등이 별도로 달려 있다.

대중교통 또한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돼 있다. 모든 버스는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으며, 경사판이 장착된 저상버스다. 따라서 휠체어를 타거나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채 탑승할 수 있고 노약자들도 이용이 편리하다. 필요하다면 운전자가 직접 내려 휠체어 탑승이나 시각장애인의 보도 횡단을 돕기도 하는데, 이때 승객들에게서 불만스러워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당연한 일상인 듯 기다릴 뿐이다. 처음 봤을 땐 문화충격으로 다가올 만큼 인상적인 광경이었다.

그밖에, 장애 학생들은 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할 수 있는 전용 통학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정부 기관에서는 메시지를 입력하면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TTY(text telephone) 서비스를 통해 청각장애인이나 언어장애인도 전화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애 유무가 차별로 이어지는 한국... 캐나다엔 장애인 뒷받침할 제도가 있었다  

집 근처 월마트에 가면, 휠체어를 타고 정문에서 손님들을 반기는 직원이 있다. 약간의 장애가 있어 보이지만, 언제나 친절히 물건의 위치를 알려주거나 진열대에 상품을 채우고 있는 직원도 있다.

지난달에는 "호텔 정문에 왜 장애인을 세웠냐"는 지배인의 지적이 있고 난 뒤 장애인 청년이 해고됐다는 KBS 기사를 접하고서, 이곳 마트 직원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장애가 있다고 해도 자신의 업무 소화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데, 그 지배인은 대체 무엇이 불편했던 건지 모를 일이다.
  
지난 3월2일 KBS뉴스로 소개된 '[제보] “호텔 정문에 왜 장애인을 세웠냐”…지배인 지적 뒤 해고된 청년' 기사 화면.
 지난 3월2일 KBS뉴스로 소개된 "[제보] “호텔 정문에 왜 장애인을 세웠냐”…지배인 지적 뒤 해고된 청년" 기사 화면.
ⓒ KBS뉴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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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처음 왔을 땐 캐나다에 한국보다 유난히 장애인이 많은 것인지 헷갈렸다. 백화점이나 몰, 마트, 도서관, 카페, 어디를 가든 쉽게 장애인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캐나다에 유독 장애인이 '많은' 게 아니라, '많이 보일' 뿐이란 사실을 말이다. 한국과는 달리, 캐나다 정부는 장애인들이 바깥 활동을 하기에 불편함 없는 제도·시스템으로 뒷받침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요한 또 한 가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이 형성되는 바탕에는 캐나다의 '통합교육'이 자리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중증 장애인이 아니라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생활한다. 장애학생을 위한 별도의 수업이 있기도 하지만, 가능한 한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시간표가 구성된다. 같은 교실에 있는 때라도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사가 배치돼 있기 때문에 비장애학생에게 불편함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간혹 사소한 불편을 겪게 된다고 하더라도 한 공동체에서 함께 지내야 할 친구이므로 괘념치 말고 이해해야 한다고 배운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한데 어울려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니, 어른이 된 후에도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불편하게 여기는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한국보다 캐나다에 장애인이 더 많은 게 결코 아니었다. 한국도 배제와 차별이 아닌, 배려와 공감으로 인해 장애인이 '많이 보이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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