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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온타리오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6일(현지시간) 미시소거에서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 도착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온타리오주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8일부터 4주 동안 '자택 대피령'을 내렸다. 이번 조치에 따라 식료품점과 약국 등 필수 업종만 실내 영업을 할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6일(현지시간) 미시소거에서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 도착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온타리오주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8일부터 4주 동안 "자택 대피령"을 내렸다. 이번 조치에 따라 식료품점과 약국 등 필수 업종만 실내 영업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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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연말연시 직후 코로나 2차 유행을 호되게 겪었다. 록다운과 외출금지 등 '닫고 막는' 제재조치들을 동원해 가까스로 확산세가 완화되긴 했으나, 2~3월 내내 하루 확진자 수가 2000~3000명대다.

그 기간, 전문가들은 모델링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 변이, 특히 영국발 B1.1.7로 인해 4월쯤 3차 유행이 올 것이라는 회색빛 전망을 내놓은 바 있었다. 예상대로 백신접종 속도는 변이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이제 우려는 현실이 돼 있다. 3월 후반부터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 하루 확진자수는 최근 8000명대를 오갈 정도로 심각해졌다. 다시 한번 주별로 강력한 제재 조치가 내려졌다.

특히 타격이 심한 온타리오주에서는 4월 8일부터 팬데믹 이후 두 번째 외출금지령이 시행되고 있다. 식료품과 약품 구입, 병원 방문, 가벼운 산책 등 제한된 몇몇 목적 외에는 집 밖을 나설 수 없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난 16일에는 각종 제재 수위를 더욱 높이고, 외출금지령의 집행 강화를 위해 경찰력까지 동원한다는 발표가 났다. 뉴스를 읽은 딸이 놀라서 말했다.

"엄마, 들었어요? 이제 경찰이 길가는 사람을 불러서 왜 집에 있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대요."

생전 처음 겪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천지가 개벽한 것 같은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생전 처음 겪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경찰력이라니. 온타리오 주정부는 외출금지령이 행해지는 동안 경찰에게 한시적으로 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집 밖에 있는 누구에게든 외출한 목적과 집주소를 요구할 수 있으며, 차량을 세워 집을 벗어난 개인적 이유를 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농산물 가공 공장, 농장, 식료품점 등 식품 관련 업계와 물류센터, 장기요양시설 등 코로나에 노출되기 쉬운 최전선 필수업종 노동자들 중에는 사회적 취약 계층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민자, 흑인, 소수 인종 집단, 원주민이 그러하다.

지난해 10월 캐나다 통계청의 보고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코로나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군에서 불균형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최전선에서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34%가 소수인종집단이다. 또 '코로나 1년 보고서'에 의하면 소수인종집단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직업군이 가장 낮은 직업군보다 2배 가량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권한을 부여받은 경찰이 주로 향하는 곳은 확진자가 많은 지역, 즉 코로나에 취약한 직업군 종사자들이 많은 지역이 될 것이다. 토론토 대학 부교수 샘 테클과 저널리스트 데스몬드 콜 등은 바로 그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토론토의 소수인종집단 커뮤니티에는 이미 경찰들이 자주 나타나곤 합니다. 그곳들은 수많은 최전선 노동자들의 보금자리입니다. 지역주민들의 정신건강에 더 큰 타격이 가해질 것입니다."

"이번 조치는 온타리오주 흑인, 원주민, 무슬림, 그외 소수 인종 집단에게 늘상 일어나고 있는 일의 확장입니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이런 조치는 '잘못은 정부가 아닌 개인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려를 표하고 비판에 나선 것은 그들만이 아니다. 보건전문가와 활동가들, 야당측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온타리오 NDP(New Democratic Party) 의원 라우라 메 린도는 이렇게 비판했다.

"온타리오에서 흑인, 원주민, 소수인종집단은 더 쉽게 코로나에 걸립니다. 그들은 필수업종 노동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프고 나이든 우리의 가족을 돌봐주고, 식품점의 선반을 채우며, 공장이 돌아가도록 해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대신, 더그 포드(온타리오 주지사)는 감시하고 처벌하는 편을 택했습니다."

"이는 늘 그랬듯 차별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전문가도 이같은 조치가 코로나 확산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온타리오 자유당 리더인 스티븐 델 두카는 경찰에게 부여된 권한을 '계엄령', '소수인종집단에 대한 위험한 공격'이라 칭하며 비판했고, 캐나다 시민자유협회(CCLA) 또한 이렇게 밝혔다.

"오늘은 퀸즈파크(온타리오 주지사가 발표를 행하는 장소)에 의해 권리에 해를 입은 '블랙프라이데이'(불길한 날을 뜻함. 발표일도 금요일이었다)입니다. 인종프로파일링(피부색, 인종 등을 기반으로 용의자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과 과도한 경찰 권력이 난무할 위험이 있으며, 바깥에 있는 모든 이들을 유죄로 간주하겠다는 것입니다."

돌봄 대신 감시 택한 캐나다 정부
 
캐나다 중서부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1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와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코로나19 3차 유행에 직면하자 지난 1일부터 지역별로 비필수 영업장 폐쇄, 야간통금 시간대 확대 등 봉쇄 조처를 강화했다.
 캐나다 중서부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1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와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코로나19 3차 유행에 직면하자 지난 1일부터 지역별로 비필수 영업장 폐쇄, 야간통금 시간대 확대 등 봉쇄 조처를 강화했다.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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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동일하다. 지금 강화해야 할 것은 경찰권이 아니라는 것, 필수업종 종사자들을 위한 유급병가 확대, 실내 환기시설 보강, 코로나 테스트 확충 등이라는 것이다.

현재 대규모 감염이 일어나는 곳은 주로 산업 작업장이나 창고, 아마존 물류센터, 우체국 같은 업무현장이고, 감염자의 상당수가 아파도 쉴 수 없는 저소득층이거나 고용안정성이 낮은 직종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원을 늘리고 유급병가를 제공하는 데 사용돼야 할 재정이 경찰 권한 강화에 사용되고,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돌봄 대신 '감시'를 택한 정부의 거꾸로 행정에 대한 비판과 안타까움이다.

서스캐처원 보건당국의 전 책임자였던 한 아시아인 의사가 CBC뉴스에 기고한 글이 인상 깊다. 4월 13일 서스캐처원 정부가 발표한 공중보건조치에 최전선 및 필수 서비스업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계획이 전혀 없음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육류와 농산물 가공 같은 대부분의 필수 서비스업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며, 해당 업종 노동자들이 건강과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덕분에, 나머지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나아가 개인보호장비 개선, 유급병가 보장, 감염된 노동자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격리시설 마련 등의 대책이 제시되어 있었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하고 코로나에 취약하며 아파도 쉬기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기에 나머지 사람들이 코로나를 피해 집에 머무를 수 있음은 비단 캐나다에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글 말미에 남긴 말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는 우리 모두의 머리를 주억이게 한다.

"팬데믹이 시험하고 있는 것은 집중치료실 수용한도나 경제적 예비 수준만이 아닙니다. 평등주의의 가치에 입각해 다양성이라는 모자이크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 캐나다의 그 커다란 비전 또한 시험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글의 제목을 돌아보게 된다.

"3차 유행에 대항하는 이번 계획은 '어떤 캐나다인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가치있다'는 무언의 시인이다."

태그:#코로나, #캐나다, #외출금지령, #경찰 권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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