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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2형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김 아무개(78) 할머니. 한 달에 한 번 당뇨약을 타러 오시지만 가끔 혈당이 정상 수치가 나왔다는 소리에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의사 선생, 혈당이 정상이니까 이제 약 그만 먹어도 되지?"

의사로서 이와 같은 환자를 만날 때는 참 난감합니다. 감기약과 같은 경우는 며칠만 복용하고 치료가 되면 더 이상 복용할 필요가 없지만, 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의 경우에는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도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형 당뇨병이란 40세 이후에 주로 발생하는데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 저하 및 파괴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1형 당뇨병과는 달리 2형 당뇨병은 췌장의 기능 저하가 주요한 문제이므로 이를 개선시키는 약물을 매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이해하면서도 김 할머니에게 매달 같은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르신, 당뇨약은 정상 수치가 나왔다고 끊으면 안 돼요. 오히려 정상 수치가 나왔으니 약이 잘 듣는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드셔야 해요"

평생 당뇨약을 복용해야 하는 김 할머니와 같은 사람들에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발표되었습니다.

날마다 신경 써서 먹어야 하는 약을 이젠 더이상 먹지 않을 수 있는 희망어린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당뇨병의 증상치료에만 국한된 치료방법에서 근본적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연구진의 연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항암제 글리벡, 당뇨병 치료에 강력한 효과

당뇨병이 발생한 실험용 쥐(db/db 마우스)에 글리벡 투여후 혈당이 효과적으로 정상치로 떨어졌다. 혈당이 거의 정상화된 도표를 볼 수 있다.
▲ 글리벡의 당뇨병 치료 효과 당뇨병이 발생한 실험용 쥐(db/db 마우스)에 글리벡 투여후 혈당이 효과적으로 정상치로 떨어졌다. 혈당이 거의 정상화된 도표를 볼 수 있다.
ⓒ 이명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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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명식 교수-한명숙 박사팀은 미국 당뇨학회지 <Diabetes(IF 8.3)>에 항암제 글리벡이 당뇨의 원인인 '소포체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제2형 당뇨병 치료에 강력한 효과가 있다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글리벡'은 정상세포에서는 거의 작용하지 않고 백혈병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항암제입니다. 학계에서는 글리벡이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는 있었으나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한 것인지는 밝혀지지는 않았었습니다.

이명식 교수팀은 최근 제2형 당뇨병과 비만에 있어 소포체 스트레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 '지질에 의해 발생되는 소포체 스트레스가 인슐린 저항성 및 췌장 베타세포 기능저하 및 파괴를 유발하게 되고 결국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토대로, 글리벡이 지질손상에 의해 동반된 소포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데 이것이 당뇨병 치료의 주요 기전임을 밝혀냈습니다.

지질손상(lipid injury)에 의한 인슐린 저항성의 주요기전으로 생각되는 ER stress 마커들의 활성이 글리벡 투여에 의해 감소되었다.
▲ 글리벡의 소포체 스트레스(ER stress)에 대한 효과 지질손상(lipid injury)에 의한 인슐린 저항성의 주요기전으로 생각되는 ER stress 마커들의 활성이 글리벡 투여에 의해 감소되었다.
ⓒ 이명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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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체 스트레스 반응과정이란 소포체 기능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활성화되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게 되면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세포사멸이 유도되고 이 과정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죽게됩니다. 하지만 글리벡이 소토체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췌장의 베타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게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췌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명식 교수는 "글리벡의 소포체 스트레스 경감과 이로 인한 제2형 당뇨병에 강력한 치료효과를 밝혀냄으로써 글리벡 뿐만 아니라 글리벡과 관련된 화합물의 제2형 당뇨병 및 대사성증후군 치료효과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당뇨병으로 인한 파괴된 췌장 베타 세포가 글리벡 투여후 호전되었다.
▲ 글리벡의 췌장 베타세포에 대한 효과 당뇨병으로 인한 파괴된 췌장 베타 세포가 글리벡 투여후 호전되었다.
ⓒ 이명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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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기존의 당뇨병 치료제는 인슐린 등 혈당을 낮추는 대증요법 치료제로서 당뇨병의 원인에 초점을 맞춘 예방 또는 치료제는 전무한 상태인데, 이번 연구결과 글리벡이 혈당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당뇨병 발병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췌장소도세포 사멸의 억제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 근본적인 원인치료에 중점을 맞춘 신개념 당뇨병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당뇨병, 완치 가능할까?

이번 연구는 당뇨병의 근본적 치료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뇨병이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니고 생활습관병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단 하나의 약물로 만성질환이 완치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아직 실험용 쥐에서 얻은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적용해야 하고, 글리벡의 부작용과 가격적 측면이 더 고려되어야 한다"면서 "다른 연구가 임상적 개발로 연결되기까지의 기간이 약 4~5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볼 때 실제적인 약의 개발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 교수는 당뇨병 치료 효과에 대해서도 "글리벡의 실험용 쥐에 대한 실험에서는 당뇨병의 치료효과가 상당기간 지속되었다"고 말하면서도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의 생활개선이 이루어져야 치료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태그:#당뇨, #당뇨병, #글리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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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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