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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격자>의 한 장면
 영화 <추격자>의 한 장면
ⓒ 비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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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 영화 돌풍의 주역이었던 <추격자>, 웃으면서 소름 끼치는 살인을 태연하게 연기한 하정우와 분노로 가득 찬 연기를 보여준 김윤석을 단번에 한국 영화의 블루 오션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정우가 연기한 연쇄살인범은 일명 '사이코패스'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지을 수 있습니다. <공공의 적> 1편에서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조규환(이성재 분), 이제 사이코패스의 고전이 된 영화 <양들의 침묵>,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현재 개봉중인 영화 <체인질링>에서도 우리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태연하게 살인을 일삼는 살인자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들 영화에서는 '사이코패스' 범죄인들을 미화하지 않고 냉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추격자>에서만 '사이코패스' 범죄인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발생한 경기 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을 일으킨 연쇄살인범 강아무개(38)씨도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사이코패스, 정신병 아냐

유영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다.
 유영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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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연쇄살인범 강아무개씨가 사이코패스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이코패스의 의학적 명칭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인데,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상징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에게 '정신병'이 있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정신병(psychosis)은 대인관계 및 일상생활이 곤란하고, 직업을 유지할 능력이 떨어지며 망상과 환청과 같은 정신증적 증상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인격장애자'들은 대인관계와 일상생활에 이상이 없을 뿐더러 직업도 좋은 경우가 많고, 사회적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인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많이 존재합니다.

'인격장애'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중에는 편집증, 히스테리, 강박증과 같이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인격장애도 있고, 회피성, 의존성 인격장애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인격장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종류의 인격장애를 아우르는 특징이 있으니 그 특징은 자신이 이러한 성격들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잘못된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점에 있습니다. 오히려 주변에서 그 사람을 이상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인격장애'를 10가지 정도로 나누고 있는데, 이 중 사회적으로 가장 해를 많이 끼치는 인격장애가 바로 사이코패스로 지목되고 있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입니다.

사이코패스, 대한민국 1%?

일반적으로 미국의 경우 반사회적 인격장애 환자가 남자의 3%, 여자의 1%정도인 것으로 보아 중증 범죄인에게서 최소 5배 정도나 많이 발생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의 비율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미국의 경우 감옥 내 죄수들 4명 중 3명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보고도 있을 정도로 범죄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의 관계는 끈끈하지만, 이들이 모두 범죄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민성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사이코패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감정이나 충동성을 교묘히 숨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강씨의 주변 인물도 그를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만 가령 아내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는다든지, 금전적인 문제로 심한 압박을 받는 등의 계기가 있으면 자신의 폭력성을 밖으로 드러내게 됩니다.

민성길 교수는 사이코패스의 다른 특징에 대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양심의 가책이 없다"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불안해 하지도 않고,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술이나 약물중독 등 뇌의 각성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충동적 감각을 추구하려 하고 법을 두려워할 수 있지만, 이것은 처벌의 고통을 싫어하는 것이지,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이코패스 가능성, 15세 이전에 알 수 있어

영화 <공공의 적>에서 이성재는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이성재는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 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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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회적 행동은 아동기나 15세 이전의 초기 사춘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들의 행동은 사춘기와 초기 성인기에 절정에 도달합니다.

그렇다고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모두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2가지의 경과를 밟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우선 21세가 지나면서 차차 반사회적 행동이 경감되면서 개선되는 경우와 성인기에 들어서면서 반사회적 행동이 멈춰지는 반면에 우울증이나 건강염려증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또한 40세가 넘어가면서 자연히 호전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낙인을 찍기보다는 이들을 궁지에 몰아넣지 않고 잘 교화하여 악성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 국민의 1%가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은 어디까지나 우리 사회의 구성원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주변에 있다면

그러나 현재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주변에 있고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반건호 경희의료원 정신과 교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강자에게는 굽히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이들은 죄책감을 경험하는 능력과 특히 처벌 등에 의해 경험을 얻는 능력이 없고, 좌절을 인내하는 힘이 매우 약하고 폭력을 포함하여 공격성을 참는 수준이 낮기 때문에 약자에게는 무자비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반건호 교수는 "단호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면 이러한 인격장애자들은 피해간다"면서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싫고 좋고를 분명히 하고 폭행이나 폭력에 맞서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한 번 기를 꺾이고 약점을 잡히면 이들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착취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아직 전무한 실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연쇄살인범들의 경우 개인적 성향에 덧붙여 사회구조적 모순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청소년기를 보낼 때 가정 내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경우 극단적으로 자라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합니다.

한편 처음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경우 '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를 받게 하는 것도 연쇄살인과 같은 참사가 발생하기 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태그:#사이코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 #정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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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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