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장미란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 남소연


속된 말로 '쭉쭉빵빵'한 'S라인' 몸매가 없어도 좋았다. 갸름한 달걀형 얼굴이 아니어도 즐거웠다. '통통한'을 초월한 '퉁퉁한' 여인들의 힘 대결은 세계 각국 사람들의 탄성과 탄식을 하나로 모아내는 괴력으로 승화했다.

장미란을 비롯한 11명의 무제한급 여자 역도 선수들은 100kg이 훌쩍 넘는 바벨만 번쩍 번쩍 든 게 아니었다. 그녀들은 넘치는 힘으로 국가 간의 장벽도 들어메친 듯 했다. 이들 통 큰 여인들의 힘으로 무제한급 여자 역도 대결이 펼쳐진 베이징 항공항천대 체육관은 올림픽 정신이 활짝 피어난 장소가 됐다.

엘살바도르 선수가 바벨 앞에서 기도를 하면 관중들도 함께 침묵했다. 장미란 선수가 바벨을 들기 전 "으앗!"하고 기합을 넣으면 중국 관중들도 힘을 보태는 듯 소리를 질렀다. 미국 선수가 힘차게 바벨을 들어올리면 호주 응원단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졌고, 호주 선수가 실패하면 우크라이나 응원단에서 탄식이 터졌다.

장미란 기록 세우자 성조기가 나부껴

 장미란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장미란이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올리고 있다. ⓒ 남소연


 장미란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두손을 모아 '기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상에서 140kg, 용상에서도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감격에 찬 장미란이 두손을 모아 자기만의 '기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그리고 장미란 선수가 올림픽 신기록도 모자라 세계신기록을 연이어 갈아 치울 때면 모든 이가 벌떡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이어 태극기가 춤을 췄고, 성조기가 함께 나부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인들의 "대~한민국!" 구호와 중국인들의 "찌아요!" 그리고 영어권 국가 사람들의 "원더풀!"이 한 데 섞였다.

이날의 '챔피언' 장미란 선수가 자신을 위해 선곡한 노래는 바로 가수 싸이의 <챔피언>. 장 선수가 기록을 갱신할 때마다, 그리고 금메달을 확정 지었을 때 경기장에는 싸이의 음성을 타고 <챔피언>이 흘러 나왔다.

"모두의 축제! 서로 편 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소리 못 지르는 사람 오늘 술래. 다 같이 빙글 빙글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수월래! 함성이 터져 메아리 퍼져, 파도 타고 모두에게 퍼져!(중략)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하면서 이것 보소 남녀노소 좌우로 흔들어~. 챔피언! 소리 질리는 네가~."

 장미란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하자 한국 응원단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장미란이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하자 한국 응원단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 남소연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선수들에게 자원봉사자들이 "찌아요!"를 선창하며 전체 응원을 유도하고 있다.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관람객들에게 자원봉사자들이 "찌아요!"를 선창하며 전체 응원을 유도하고 있다. ⓒ 남소연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싸이의 <챔피언>을 미리 알았던 것일까. 아니면 현격한 기량 차이에서 비롯된 장미란 선수의 독주 때문이었을까. 관중들은 애초부터 국가 간 대결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국적에 상관없이, 그저 선수들이 바벨을 들어 올리면 몸을 흔들며 축하의 박수를 쳤고, 실패하면 탄식과 함께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그렇다고 대결이 빚어내는 긴장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사모아 선수가 인상 113kg을 들어올리면 호주 선수가 114kg을 성공시켰고, 나이지리아 선수는 몸을 비틀어서라도 기어코 115kg을 들어올렸다.

뒤이어 미국 선수도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115kg을 번쩍 들어 올린 뒤 관중들에게 살짝 미소를 보내는 '센스'를 발휘했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선수는 여기 보라는 듯 118kg을 성공시킨 뒤 관중을 향해 손으로 V를 그려 보이는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용상 경기에서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미국 선수는 150kg 도전에 실패했어도 한동안 경기장에 서서 관중에게 손을 흔들며 처음과 똑같은 미소를 보여줬다. 그리고 호주 선수는 '고작' 140kg에 도전하면서도 좌우의 관중석을 향해 '나에게 응원의 박수를 치라'는 과장된 몸짓을 선보였다. 호주 선수는 도전에 실패. 그래도 관중은 박수를 보냈다.

금메달 기록에 한참 모자라도 도전에 실패하면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 카자흐스탄 선수는 147kg 도전에 실패한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사모아 선수는 152kg을 들어 올리지 못한 뒤 선수 대기실에 주저앉아 얼굴을 묻고 오랫동안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계속 웃지 않던 장미란 선수는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에야 눈물 섞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반쪽'과 손잡고 걷는 호주 선수... 장미란도 그런 모습 보여줬으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경기에 출전한 미국의 쉐릴 하워스가 인상 118kg에 도전하고 있다. 오른쪽은 경기가 끝난 후 쉐릴이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습.

미국의 쉐릴 하워스가 올림픽 여자역도 인상 118kg에 도전하고 있다. 오른쪽은 경기가 끝난 후 쉐릴이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습. ⓒ 남소연


모든 경기와 메달 수여식까지 끝났을 때, 경기장 안의 인파는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이미 어두워진 베이징항공항천대 캠퍼스. 저 앞에 어깨가 떡 벌어진 덩치 좋은 백인 여성이 마치 동네 산책하듯 슬리퍼 질질 끌며 기분 좋게 걷고 있었다.

미국 선수 쉐릴(25)이었다. 그녀는 "좀 더 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며 "다음 올림픽에도 나가면 좋겠지만 4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다"며 웃어 보였다. 뒤를 따르던 그녀의 가족들도 환하게 웃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경기에 출전한 호주의 데보라 러블리(왼쪽). 그가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용상 140kg에 실패하고 있다.

호주의 데보라 러블리(왼쪽). 올림픽 여자역도 경기에 출전한 그가 용상 140kg에서 안타깝게 실패하고 있다. ⓒ 남소연


그리고 그 옆에 역시 덩치 좋은 백인 여성과 빼빼 마르고 호리한 백인 남성이 손을 잡고 다장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나에게 박수를 치라'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던 호주 선수 데보라(25)와 그녀의 약혼자였다.

데보라 선수 역시 "아까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너무 피곤해서 관중에게 응원을 받고 힘을 얻고 싶었다"며 "결국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결과에 만족한다"며 웃었다. 정말 그녀의 '반쪽'인 약혼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들은 우리 <오마이뉴스> 취재팀보다 먼저 현장을 떠났다. 문득 세계에서 가장 힘센 여인 장미란 선수는 '반쪽'과 함께 걸어가던 호주 선수처럼 애인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없다면, 빨리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베이징 올림픽 장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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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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