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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2008 베이징올림픽 17일간의 열전이 막을 내렸다. 중국인들은 성공적 올림픽 개최와 세계 최강 미국을 꺾고 종합 1위를 달성했다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기쁨에 한껏 들떠있다.

 

메달 수가 국력을 직접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은 금메달 수에서 51대 36으로 미국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종합 1위의 이 막강한 상징성은 거침없이 사회주의체제의 공고화와 중화민족주의의 결속, 그리고 중국 내부의 다양한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마취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화민족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동하면서 개혁개방 30년의 성과를 발판을 삼아 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인들에게 더 큰 자신감과 정신적 자양분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세계의 강자로 우뚝 서다

 

올림픽은 어디까지나 스포츠제전이지만 역대 종합순위를 살펴보면 각국의 국력과 세계 질서의 변화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40년대 이전에 프랑스·영국·독일이 각각 한 차례씩 종합 1위를 차지한 적이 있고, 1948년 이후 대회부터는 미국과 소련이 종합 1위를 양분했으며, 소련 붕괴 이후 1996애틀랜타올림픽 이후는 미국이 종합 1위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스포츠에서나 국제질서에서 미국의 독주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은 바로 중국이고,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차이로 종합 2위를 하면서 이미 2008베이징올림픽에서의 종합 1위를 예고하였다. 그리고 종합1위 목표를 현실로 실현시킴으로써 중국은 이미 세계의 강자가 됐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세계 질서의 모든 분야에서 거침없는 도전이 계속될 것임을 또 한 번 예고하고 있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종합 1위가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체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중화민족주의를 고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임을 간파한 중국정부는 스포츠강국 건설을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종합 1위 달성은 국가 차원의 대대적 지원과 투자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119공정'이다. '119공정'은 '올림픽 취약종목 육성 프로젝트'인데 육상·수영·카누·조정·요트 등의 총 금메달수가 119개나 되는 취약 종목에 대하여 유망주 육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선진 지도자 스카우트 등을 위해 국가적인 지원과 투자를 경주하는 프로젝트이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육상남자허들110m·여자1000m·수영·카누에서의 4개 금메달과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수영·조정·카누·요트에서의 4개의 금메달은 바로 이 '119 공정'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종목에서도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서 세계적인 지도자를 영입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실시한 중국선수단의 선전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철저한 전력 분석을 통한 '선택과 집중'은 중국의 금빛 행진에 힘을 더 했다. 장미란 선수가 출전한 역도경기에 무솽솽을 출전시키지 않는 대신 다른 확실한 네 체급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낸 중국여자역도는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메달을 다퉈야 하는 체조는 '특별 관리종목'으로 더 각별한 투자와 훈련을 실시한 결과 중국은 금메달 9개를 딴 반면 미국은 단 1개의 금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중국은 금메달 47개가 걸린 최대 메달밭 육상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으며, 46개의 금메달밭 수영에서는 단 한 개의 메달을 따고도 종합 1위를 달성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전통적인 강세종목인 체조(9개), 역도(8개), 다이빙(7개), 사격(5개), 탁구(4개), 배드민턴(3개)에서 미국이 딴 금메달수와 같은 36개를 이미 따낸 것이다. 여기에 격투기 종목인 유도, 복싱, 레슬링, 태권도에서의 선전으로 7개의 금메달을 보탰다.

 

여자양궁 개인전에서 보았듯이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중국인의 비신사적일 정도로 일방적인 응원도 물론 중국의 선전을 가능하게 했던 중요한 요인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의 체계적인 선수 육성과 관리, 여기에 사회통합의 도구로 스포츠를 활용하려는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어우러지면서 중국스포츠는 당분간 세계 최강자로 군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다.

 

금메달 51개, 은메달 21개, 동메달 28개로 총 100개의 메달을 딴 중국은 또 미국과 구소련에 이어 역대 올림픽 '50-100 클럽'을 달성한 세 번째 나라가 되었다.

 

총 메달 수에서는 미국의 110개에 10개가 모자라지만 이 또한 아테네올림픽에서 103대 63으로 미국보다 40개가 부족한 것에 비해 많이 근접한 수치여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총 메달 수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민족문제 · 지진 딛고 일궈낸 올림픽 성공개최

 

3월의 티베트사태, 5월의 쓰촨 대지진, 여기에 인권·환경문제와 중국 내 분리주의자들과 세계정세의 불안으로 역대 어느 올림픽보다 높은 테러 가능성 등으로 누란지세였던 베이징올림픽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원만한 마침표를 찍으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민족문제와 쓰촨대지진의 재앙을 딛고 '백년의 꿈'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낸 중국은 한층 더 자신감을 갖고 세계무대에서 입지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림픽은 중국인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거대한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면서 중국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중화민족주의를 고양하는 도구가 될 것도 분명해 보인다.

 

올림픽 기간 찬란했던 전통문화와 무한한 저력을 세계에 알린 중국은 후진성을 딛고 일어선 제고된 국가브랜드로 경제발전의 고공비행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종합 1위를 달성한 중국이 충만한 자신감과 제고된 국가적 역량으로 다른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향해 도전장을 내미는 이 때, 바로 인접한 우리가 준비해야 할 바는 무엇인지 총체적인 점검과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태그:#베이징올림픽,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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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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