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대현이 16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일본과의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하여 극적인 5대3 승리를 한뒤 기뻐하고 있다.

정대현 ⓒ 유성호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한국과 쿠바와의 최종 결승 경기. 9회말 3-2 한 점 차의 리드지만 1사 만루 상황의 절체절명 위기상황에서 한국 대표팀은 포수 강민호의 퇴장까지 겹쳐 부상 중인 진갑용이 마스크를 써야할 만큼 극으로 몰렸다. 많은 이들이 한국 야구는 여기까지인가 걱정으로 고개를 떨구는 순간 등장한 정대현은 끝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구세주였다.

정대현은 23일 베이징 우커송구장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에서 9회 말 쿠바의 마지막 공격 1사 만루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병살타로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한국의 극적인 우승에 확인 도장을 찍었다.

맞선 상대는 강타자 율리에스 구리엘. 하지만 정대현은 실투 하나 없는 안정된 투구로 상대를 유리한 볼 카운트로 몰고 갔고, 정확히 의도한 확실한 바깥쪽 유인구 하나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대한민국 대표팀에 역사에 길이 남을 금메달을 선사했다.

모든 상황으로 미뤄 사실 병살로 끝나지 않았더라면 정말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 자명했다. 주심의 볼 판정에 우리 선수들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기본 한 방이면 동점은 고사하고 9회말 끝내기 역전패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었다.

한국발 ‘핵 잠수함’의 위력을 전 세계에 다시금 떨치는 순간이었다. 첫 경기였던 미국과의 경기에서는 2와 3분의 2이닝 동안 중간 계투로서 역할을 다했고, 일본과의 예선 경기에서는 9회 주자 2, 3루 위기 상황에서 삼진과 땅볼을 유도하며 마무리로서 일본을 물리치는데 앞장섰다.

사실 김경문 감독은 마무리 카드로 오승환과 한기주를 따로 구분했지만 결승전 마지막 중요한 상황에서는 결국 '정대현 카드'를 뽑아들었다. 중국으로 오기 전만 하더라도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중간 계투에 그쳤지만 오승환과 한기주가 제 몫을 못해주고 무너지면서 그 몫이 정대현으로 옮겨졌다.

불안 섞인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정대현은 좋은 투구로 김경문 감독의 시름을 덜어냈고, 결국 결승전 중요한 상황에서 간택을 받았다.

비록 그가 던진 공은 3개에 불과했지만, 흔들림 없이 침착했던 정대현의 '금빛 싱커'는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감격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그로 인해 거함 쿠바는 눈물과 함께 오랜 세월 지켜온 왕좌를 한국에 넘겨줘야 했다.

올림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