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남자 사격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진종오.

베이징 올림픽 남자 사격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진종오. ⓒ 대한사격연맹


'명사수' 진종오가 한국 선수단에 5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지난 9일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진종오는 '주종목' 50m 권총에서 합계 660.4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진종오는 수영의 박태환에 이어 '멀티 메달'의 두 번째 주인공이 됐고, 한국은 개회식 다음날부터 시작된 금메달 행진을 4일째 이어 갔다.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아쉬움

진종오는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당시 진종오는 50m 권총 예선에서 567점을 쏘며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금메달이 눈앞에 아른거리자 진종오는 그만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

3번째 격발에서 7.6점을 쏘면서 흔들리더니 7번째 격발에서 6.9점을 쏜 것이다. 예선 60발 중에서 단 한 차례도 7점을 맞춘 적이 없는 진종오로서는 그야말로 뼈아픈 실수였다. 러시아의 미하일 네스트루에프는 이 틈을 타 역전에 성공해 결국 663.3점으로 진종오를 밀어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50m 공기권총 진종오의 은메달은 당초 기대를 크게 뛰어 넘는 값진 성과였지만, 예선을 1위로 통과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었기에 그 아쉬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진종오는 2006년 광저우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하는 등 한국 사격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대회 둘째날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낸 진종오는 12일 드디어 4년 전의 아픔이 있는 50m 권총에 출전했다. 

'명사수' 진종오, 두 번 실수는 없다

이번엔 예선부터 쉽지 않았다. 1시리즈를 91점으로 끝마친 진종오는 내내 10위권 밖을 맴돌다가 4시리즈와 5시리즈에서 각각 97점을 적중시키며 예선 6위(563점)로 결선에 진출했다. 1위 탄종량(중국·565점)과는 2점 차이였다. 북한 김정수와는 동점이었다.

3일 전에 벌어진 10m 공기권총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었다. 당시에도 중국의 팡웨이가 2점을 앞선 채로 결선에 들어 갔고, 진종오는 예선에서의 점수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종목은 변수가 많은 50m 권총. 예선 1위 탄종량은 첫 발부터 7.9점을 쏘며 무너지고 말았다. 반면에 진종오는 첫 세 발에서 평균 10.2점을 쏘며 선두로 치고 올라 갔다.

4번째 격발에서 8.5점을 쏘며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큰 실수없이 9번째 격발까지 마쳤다. 점수는 652.2점. 초반에 부진했던 탄종량도 다시 2위로 치고 올라와 650.3점을 맞췄다.

2위와의 점수차는 1.9점.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무난히 금메달을 딸 수 있었지만, 4년 전의 실수가 있었기에 안심할 순 없었다. 그러나 '명사수' 진종오는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았다.

진종오는 10번째 격발에서 8.2점을 명중시켰다. 탄종량은 9.2점을 쐈고, 3위에 머물러 있던 북한의 김정수가 마지막 격발에서 10.5점을 쏘며 진종오를 위협했지만, 0.2점이 모자랐다.

드디어 금메달 확정. 경기 내내 단 한 번의 표정 변화도 없었던 진종오도 그제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테네에서의 아쉬움마저 깨끗이 명중시켜 버린 '명사수' 진종오의 '해피 엔딩'이었다.

올림픽 진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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