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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화물노동자들의 격렬한 파업 시위를 보도한 BBC.
 스페인 화물노동자들의 격렬한 파업 시위를 보도한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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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이 아니다. 유럽에서도 화물노동자들이 일어섰다.

한국에서 화물연대 파업이 한창인 가운데, 유럽의 주요 국가들에서도 고유가에 맞서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에 연이어 돌입하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노동자들이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의 이동을 막는 등 가장 격렬하게 파업을 벌였고, 이번 주말을 계기로 영국의 화물 노동자들도 파업에 본격 돌입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고유가는 한국의 화물연대 노동자뿐 아니라 선진국인 이곳 유럽의 노동자들까지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생필품 공급 끊기고 항공기 이륙 지연되기도

유럽에서 가장 격렬하게 파업을 벌어지고 있는 곳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치솟는 유가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세금 감면과 정부 보조금 지원 등을 요구하며 지난주에 파업에 나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포르투갈의 리스본 등을 중심으로 화물차들이 주요 핵심 도로를 점거하면서 식량과 음식물 등 주요 생필품의 공급이 끊겼다. 이로 인해 슈퍼마켓과 동네 구멍가게에는 물건이 떨어지고, 공급되는 물량이 적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과일 가격이 50%나 뛰기도 했다. 일부 슈퍼마켓은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공항에서는 항공기에 공급되는 기름이 부족해지면서 항공기 이륙이 지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포르투갈 경찰들은 봉쇄된 도로를 뚫으려고 노력했지만, 화물차 운전사들은 동료 노동자가 2명이나 시위 도중 사망하면서 더욱 강력히 저항했다. 강한 파업에 놀란 포르투갈 정부는 세금 감면과 화물자동차의 통행세 인하를 약속하면서 가까스로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프랑스와 연결된 국경 도로를 점거한 스페인 화물노동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막은 길을 넘어서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자동차 앞 유리를 파괴하는 등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화물노동자와 농부, 시민들이 동참한 저속 운행 시위를 보도한 일간 <데일리텔레그래프>.
 화물노동자와 농부, 시민들이 동참한 저속 운행 시위를 보도한 일간 <데일리텔레그래프>.
ⓒ 데일리텔레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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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메이저 쉘의 기름 운반 거부하는 영국 화물노동자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파업은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로까지 파업을 확산시키고 있다. 영국에서는 세계적인 석유 메이저 회사인 쉘(Shell)의 영국 각 주유소에 기름을 운반하는 운전사들이 지난 13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4일간의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각 주유소에 기름 운반을 거부하고 있다. 쉘은 영국 주유소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화물노동자들은 약 900개에 달하는 주유소에 기름 공급을 거부했다.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이 파업으로 인해 기름 사재기가 25%나 늘었다는 영국 정부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적어도 112개의 주유소에서 기름이 바닥났다"고 보도했다.

화물노동자 파업에 동조한 시민들은 자신들의 차를 끌고 나와 도로에서 시속 10마일로 저속 운전하는 등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심지어 농부들은 트랙터를 가져오고, 여행용 이동차량인 카라반까지 저속 운행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영국의 노동, 보수 양당은 이들의 파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존 후튼 경제장관은 "이들의 월급은 결코 적지 않다며 "이번 파업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수당의 알란 던컨 국회의원도 "완전히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무책임한 파업"... 운전사들 "쉘, 천문학적 이익 내면서 노동자 외면"

이에 대해 화물 노동자들은 3만2000파운드이던 1992년 수준에서 지난 16년 동안 연봉이 상승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주당 근무시간도 1992년에 37시간이었던 것이 지금은 48시간으로 늘었고, 연금이나 각종 복리후생도 크게 악화되었다고 주장했다. 쉘의 정직원이었던 이들은 쉘이 운반 사업 부문을 아웃소싱하면서 임금과 복지가 크게 악화된 것이다. 화물노동자들은 쉘이 한 달에만 13억 파운드의 이익을 내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물노동자들은 쉘이 외주를 준 업체와 직접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협상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외주업체들이 임금 인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화물노동자들은 "쉘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쉘은 협상에 직접 나서지 않고 협상 조기 타결만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가디언> 칼럼리스트 시우마스 밀네(Seumas Milne)는 고든 브라운이 이끄는 신노동당 정부가 기업의 지나친 욕심을 제어하고 심화되는 불평등에 대해서 조절할 수 있는 세금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노동자들이 지금보다 더 들고 일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유 메이저 쉘에 반발, 기름 운반을 중단한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도한 일간 <가디언>.
 석유 메이저 쉘에 반발, 기름 운반을 중단한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도한 일간 <가디언>.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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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기름 값, #트럭파업, #화물연대파업, #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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