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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서재 책 표지
▲ 왕의 서재 왕의 서재 책 표지
ⓒ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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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마음이 바른 연후에야 백관이 바르게 되며, 학문이란 반드시 마음의 공부가 있어야만 이에 유익할 것이다(세종실록)."

조선시대 세종은 우리나라 역대 제왕 중에서도 가장 독서를 좋아하는 왕으로 알려져 있다. 한 권의 책을 150회를 읽어야 비로소 책을 읽었다고 할 정도였다. 세자 시절에도 독서를 좋아하여 <좌전(左傳)>과 <초사(楚辭)>를 100번씩 읽은 후 다시 또 100번을 읽었다.

한 권의 책을 백 번 이상 천 번까지 독서한 세종

그가 몸이 좋지 않거나 병이 났어도 계속 책을 읽자, 부왕 태종은 세자의 건강을 걱정하여 그곳에 있는 모든 책을 치우도록 하였다. 이렇게 책이 사라지자 세종은 병풍 사이에 남겨져 있던 송나라의 명신(名臣) 구양수와 소동파 간에 오갔던 편지 모음집을 백 번 넘게 아니, 천 번까지 읽었다고 한다.

세종은 즉위 후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음식상이 들어와도 책을 덮지 않고 옆에 펴놓고 읽었으며, 밤이 깊도록 계속 독서하였다. 뿐만 아니라 궁중에 있을 때에도 항상 서적과 독서로써 시간을 보냈다. 이 때문에 우리 역대 왕조의 문서에도 밝았는데, 기억력이 비상하여 한번 본 것을 조금도 잊지 않았다.

세종이 독서를 가장 활발하게 했던 때는 세종 5년으로 무려 206회에 이르는 경연(經筵)을 시행하였다. 경연이란 고대 시대의 제왕에게 유교의 경서(經書)와 역사를 강의하기 위하여 특별히 설치했던 어전 교육제도, 또는 그 자리를 말한다. 세종의 나이 27세였는데, 거의 매일 경연관들과 토론한 것이었다.

세종은 경연 강론의 수준을 높이고 전문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세종은 이를 위하여 유명한 집현전(集賢殿)을 설치하고, 그 관원을 학문과 재능을 겸비한 젊은 문사(文士)로 임명하였으며 경연관의 직책을 겸하도록 하였다.

'흥청망청'으로 망가진 연산군

반면 조선시대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은 요통과 다리 통증 등 여러 질병을 핑계 삼아 경연을 열지 않았다. 신하들이 하루 세 번이 어려우면 하루 한 번이라도 열자고 간청했으나 연산군은 "나의 학문은 이미 이뤄졌다. 또 춘추(春秋, 나이)도 이미 많아져 이달이 지나면 벌써 30이 되었다"며 거부하였다.

이렇게 자신이 할 일은 결단코 하지 않던 연산군은 조선 팔도에 채홍사(採紅使)를 파견하여 아름다운 처녀를 뽑고 각 고을에서 미녀와 기생들을 관리하게 했다. 기생이라는 명칭도 운평(運平)으로 바꿨다. 또 원각사를 폐지하여 기생양성소로 개편하고 성균관도 학생들을 내쫓고 유흥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고는 눈에 드는 운평은 대궐로 불러 들였다.

궁중에 들어간 운평은 명칭이 다시 흥청(興靑)으로 바뀌며 지위도 높아졌다. 물론 흥청이라고 다 같은 흥청이 아니었다. 임금의 마음에 들어 잠자리를 같이 하면 천과(天科) 흥청이라 하여 급수가 올라갔다. 그렇지 못한 흥청은 지과(地科) 흥청에 머물렀다. 연산군이 결국 이렇게 흥청들과 놀아나다 망했다 해서 백성들 간에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나라를 위하여 온 힘을 다 바쳐 죽을 때까지 그치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왕이나 황제를 부러워하고 그들을 동경한다. 그러나 왕이나 황제라는 자리 역시 매우 고독하고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고된 '직업'임에 분명하다.

청나라 제4대 황제인 강희제(康熙帝)는 제왕의 고뇌와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짐은 항상 마음이 절실하여 근면하고 조심스러웠으며 한가롭게 쉬지 않았고 조금도 게으르지 않았다.

수십 년 이래 하루 같이 온 마음과 힘을 다하였다. 이를 어찌 '노고(勞苦)'라는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제갈량은 '나라를 위하여 온 힘을 다 바쳐 죽을 때까지 그치지 않다(국궁진췌, 사이후이, 鞠躬盡瘁, 死而後已)'고 하였는데, 남의 신하된 자로서 이러한 사람은 오직 제갈량 밖에 없다. 그러나 제왕의 짐은 너무 무겁고 벗어날 수도 없다. 어찌 신하들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군주는 원래 편안히 쉬는 바가 없고 물러가 자취를 감출 수도 없으니 실로 '나라를 위하여 온 힘을 다 바쳐 죽을 때까지 그치지 않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고 있다."
 
오늘날 위정자들이 참고할 만한 책

필자는 오늘의 위정자들이 참고할 만한 책을 기술해보고자 했다. 이런 생각 끝에 시작된 책이 바로 2012년 출간된 <왕의 서재>였다.

이 책은 옛 제왕들이 어떻게 국가와 백성을 위하여 고민하였고, 그들이 무슨 책으로 어떠한 학습을 수행하였는가 그리고 과연 어떻게 천하를 경영했는가를 두루 살펴보고 있다.

<왕의 서재> 책이 완성되기까지는 필자의 다른 책에 비해 상당히 긴 시간인 약 2년이 필요했다. 관련된 자료와 문헌들이 광범하였고, 그것들을 검토하여 정리하고 기술하는 작업도 매우 지난한 작업이었다. 그 만큼 필자에게도 그 의미가 남다른 책이다. 이 책은 2012년 문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었다.

태그:#왕의 서재,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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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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