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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사원 베이징의 白雲觀
▲ 도교사원 베이징 백운관 도교사원 베이징의 白雲觀
ⓒ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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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보석처럼 반짝이며 빛난다"

<논어> 저술을 마친 나의 작업은 <도덕경>으로 이어졌다. 어릴 적부터 읽어왔던 책이지만, 책 한 권을 읽는 것과 책 한 권을 쓰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저술은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련 논문과 문헌들을 수집하여 한 글자 한 문장 세밀하게 검토해나갔다.

<도덕경>은 한 글자 한 글자가 그야말로 사상과 직관이 응축된 시어(詩語)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찍이 임어당(林語堂)은 "노자의 탁월한 언어는 마치 부서진 보석처럼 꾸밀 필요도 없이 반짝이며 빛난다"고 극찬하였다.

오늘날 <도덕경>은 비단 중국과 동양만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애독서로서 <성경> 다음으로 외국문자로 옮겨져 출판된 번역서의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명저이다.

노자, 현실 도피가 아니라 삶에 대한 가장 치열한 통찰을 가르치다

<도덕경>은 부드러움이 능히 강한 것을 이기며, 밝음보다 어두움이 더욱 강력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우리에게 승리와 경쟁을 위해 앞에 있기 보다는 한 걸음 양보하여 뒤에 있을 것을, 또 위에 '군림'하는 것보다 낮은 곳에 '겸양'할 것을 차분하게 권한다. 가히 '천 년의 사상'이고, '삶의 지혜'다. 그것은 단지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변질되어버린 '지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참된 '지혜'를 추천한다.

노자나 <도덕경>이라는 말을 듣게 될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 도피 혹은 소극주의나 은둔이라는 이미지만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노자의 <도덕경>은 인간과 사회 그리고 우주에 이르기까지의 근본과 원칙을 일관되게 성찰하고, 그리하여 가장 치열한 사유와 통찰의 산물로써 우리들의 삶에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가장 주체적이며 적극적인 삶을 영위해야 함을 주창하고 있다.

공자는 땅 위의 인간을 성찰했고, 노자는 자연과 우주 속의 인간을 인식하다

<논어>를 한 마디로 위정자를 비롯하여 모든 사람에게 성실한 삶을 살아가야 함을 가르치는 명저로 요약할 수 있다면, <도덕경>은 여유 있게 욕심내지 말며 아무쪼록 느긋하게 살아갈 것을 권하고 있다. 또 <논어>가 일종의 정치윤리학을 설파한 실용적 저술이라면, 노자의 <도덕경>은 우주와 본질 그리고 변증법을 다룬 철학서였다.

노자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기면 그는 고개를 들어 일월성신을 관찰하면서 천상의 하늘이 과연 무엇인가를 숙고하였다. 공자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위의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사통팔달한 인물이라면, 노자는 인간을 단지 땅 위에 사는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라는 더 큰 차원의 질서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인식하고 해석한 고인(高人)이라고 할 수 있다.

"속도 대신 유장함, 인위 대신 소박"

종일토록 미세먼지가 가득하다. 오늘의 심각한 코로나 19를 비롯해 막다른 골목에 이른 기후위기와 갖가지 환경 재앙은 우리 인간들이 뿌린 인위(人爲)와 반(反)자연의 필연적 귀결이다. 도무지 끝을 모르는 성장과 개발 지상주의 속에서 모두 적나라한 욕망과 이익 추구의 한 방향으로만 치달아온 우리 인간들이 스스로 초래한 업보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 우리에게 '속도' 대신 '유장(悠長)'을 제안하며 인위(人爲)와 수식(修飾)을 버리고 어디까지나 자연과 소박함으로의 복귀를 권하는 노자의 가르침은 모두가 귀 기울여 경청해야할 보물과도 같은 잠언임에 분명하다.

태그:#노자, #도덕경,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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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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