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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순창군 순창읍터미널이 청소년들의 영화촬영으로 들썩거렸다.
 전북 순창군 순창읍터미널이 청소년들의 영화촬영으로 들썩거렸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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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할머니? 진짜 할머니 맞아요? 할머니~~."
"컷, 다시. 용만아? '어, 할머니?'는 정말 깜짝 놀라야 해. 알았지? 한 번 더 가요."


지난 23일 오후, 전북 순창군 순창읍터미널이 여기저기 '용만이'를 부르는 소리로 술렁거렸다, '순창 청소년영화캠프'에 참가한 중고등학생들이 감독과 배우가 되어 영화를 촬영하느라 바빴다. 카메라, 음향, 조명, 보조, 소품, 감독 등 각자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영화 주인공 용만이만을 바라봤다.

김채영(동계고 2학년) 학생은 "다양한 기회를 겪어보기 위해서 영화캠프에 참가했는데, 영화수업 9일 만에 진짜 촬영을 하니까 신기하다"며 "사실 찍는 것 자체는 별로 안 어려운데 내용을 만들고, 시나리오를 만드는 게, 아이디어를 조금 냈지만 엄청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순창 청소년영화캠프는 '우리, 영화 만들자!(이하 '우영자')' 3기다. 우영자는 학생들이 시나리오, 카메라, 조명, 녹음, 연출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영화 이론과 실습, 제작을 2주 동안 한꺼번에 체험한다. 청소년들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시나리오와 연기, 연출, 편집까지 맡아서 영화로 보여주는 것.

2주 동안 영화 이론과 실습, 제작까지 체험
  
 청소년들이 연기는 물론 직접 총감독과 촬영감독을 맡아 영화를 촬영했다.
 청소년들이 연기는 물론 직접 총감독과 촬영감독을 맡아 영화를 촬영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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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소희(순창여중 2학년) 학생은 "오늘이 첫 현장 촬영인데, 한 씬(장면) 찍을 때 최대 30분~40분 정도 걸렸다"고 한숨을 쉬며 "모두 역할이 정해지고 나서, '저는 아무거나 맡아도 상관없다'니까 저에게 감독을 맡겼다"라고 감독의 고단함을 털어놨다.

이날 촬영에는 순창군 주민들이 도우미로 나섰다. 할머니 역할도, 경찰 역할도 군민들이었다. 할머니를 연기한 한 주민은 "얼떨결에, 어저께, 갑자기, 아이들 영화 찍는데 할머니가 필요하다고, 제가 머리카락이 하얗잖아요, 터미널에서 직장이 별로 멀지도 않고 그래서, 단순하게 하겠다고 했다"며 "작년에도 아이들이 영화 찍는다는 얘기 했을 때, 순창교육희망네트워크에서 아이들 간식을 조금씩 사서 보내기도 하고, 그게 인연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실제로 할머니는 아니고, 할머니 역할은 처음 해 본다"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촬영장에는 우영자 1기 선배들도 함께 해 후배들을 응원했다. 복기환(동계고 졸업ㆍ대학 1학년) 학생은 "재미있어 보여서 친구 따라서 우영자 1기로 참가했었다"며 "이번에 제 역할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후배들 쫓아다니면서 영화 만드는 걸 기록영상으로 남기는 (메이킹 필름) 작업이다"고 웃었다.

박찬혁(순창고 졸업ㆍ대학 1학년) 학생은 "원래 연기를 하고 싶어서 1기에 참가했었고, 올해 대학 연기전공학과에 입학했다"며 "저희들은 1기 때 여름에 해서 마이크 들고 카메라 들고 따라다니느라 정말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니 참 보람되고 많은 걸 배웠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우영자 1기 학생들이 만든 영화작품들은 전북청소년영화제에서 금상을 받았다. 2기 작품들은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장려상과 관객상을, 전북청소년영화제 동상을 각각 수상했다.

수업 9일째, 첫 현장 영화 촬영
  
 “레디~ 액션~.” 청소년들은 전문가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영화를 촬영했다.
 “레디~ 액션~.” 청소년들은 전문가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영화를 촬영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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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9일째 첫 현장 촬영이 진행된 순창읍터미널. "컷, 다시." "이 대목에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총감독과 촬영감독의 손짓, 말 짓에 따라 대합실 안은 웅성거리다가도 이내 잠잠해지기를 반복했다.

대합실에는 많은 주민들이 앉아 있었다. 대부분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어르신들이었다. 한 주민이 궁금증을 못 견디고, 내게 다가와 귓속말로 물었다.

"학생들이 시방 뭐 하는 것이여?"
"네, 순창 학생들이 영화촬영하고 있습니다."
"영화? 그라믄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감?"
"아, 그게……."
"하먼, 극장에 가야 볼 수 있깐?"
"예, 나중에 여기 읍내 작은영화관에서 시사회를 한답니다."


나는 학생들의 영화를 어디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시원하게 답을 드릴 수 없었다. 순창군 옆 동네인 임실군 출신의 김용택 시인은 순창군에 있는 순창중학교와 순창농업고등학교(현 순창제일고)를 졸업했다. 순창극장에 얽힌 김용택 시인의 사연이다.

"순창극장에 들어오는 모든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지 않으면 사람이 늙어간다. 영화를 본 뒤 할 이야기들을 글로 써서 책 '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가 되었다. 할 이야기를 계속 쓰면 글이 된다. 어느 순간 내가 책을 보고, 생각하고, 읽고, 시를 쓰고 있더라. 시를 10년쯤 쓰다 보니, 내 시가 시 같았다."(출처 : https://jangjaehoon.tistory.com/149)

순창극장이 김용택 시인을 탄생시켰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김용택 시인이 드나들었던 순창극장은 없어진 지 오래다. 대신 지난 2015년에 세워진 '작은영화관' 한 곳이 순창읍내에 있다. 2개관에 149명이 들어간다. 일반 관람 요금은 6천원이다. 코로나 이전까지 4편을 상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2편으로 줄었다.

"영화는 팀 작업, 혼자서 못하는 일"
 
 카메라 조작법을 처음 배우는 청소년들. “카메라는 기계가 아니다. 나의 눈이다. 나의 생각이다.”
 카메라 조작법을 처음 배우는 청소년들. “카메라는 기계가 아니다. 나의 눈이다. 나의 생각이다.”
ⓒ 우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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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자 3기는 순창군 내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까지 15명이다. 지난 15일 첫 수업을 시작해 오는 27일에 2주간의 과정이 마무리된다. 우영자 관계자는 학생들의 카메라 조작법부터 조명, 녹음 등에 이르는 영화 제작 과정을 매일 기록하고 있다. 우영자 3기 면접 날(2월6일)에는 "꿈꾸던 생각을 영화로 만들어보려는 기대가 전해집니다"라고 기록했다. 현장 촬영을 나가기 이틀 전(2월 21일)에는 사뭇 진지하게 기록했다.

"영화는 팀 작업입니다. 혼자서 못하는 일이죠. 모두 힘 합쳐서 영화를 끝내볼까요?"
 
 청소년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두 개의 영화를 찍기로 했다.
 청소년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두 개의 영화를 찍기로 했다.
ⓒ 우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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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주 순창군수 "다양한 문화예술이 꽃피우도록 지원"

우영자는 순창군이 예산을 들여 지원하고 있다. 황숙주 순창군수는 우영자 사전교육에 참석해 "수준 높은 강사진에게 교육을 받고 영상 관련 분야에서 꿈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순창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이 꽃피우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인구 2만 7,810명의 자그마한 농촌에서 군수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유명 감독과 힘을 모아 청소년들의 꿈을 북돋고 있다.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농촌 지역 학생들에게는 다행스런 일이다.

학생들을 취재하면서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청소년들은 꿈을 먹고 자라지만, 문화예술인들은 꿈을 키우며 산다. 순창군에 터를 잡고 문화예술을 풍성하게 만들려는 예술인들에게 꿈을 키우며 살 수 있는 예산과 자원을 다양하게 지원했으면 좋겠다. 비록 유명하진 않더라도 말이다. 둘러보면 우리 주위에는 척박한 문화예술을 묵묵히 개척하는 무명인들이 많이 있다.

김용택 시인은 순창극장에서 예술혼을 접하며 '섬진강 시인'으로 탄생했다. 최근 에스비에스(SBS) '트롯신이 떴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순창군 출신 '트롯신 강문경'도 처음부터 유명 트로트 가수는 아니었다.

우영자 3기, 호기심 왕성한 발걸음

우영자는 이제 3기를 마칠 뿐이다. 세 살, 우왕좌왕 호기심 왕성한 발걸음을 이리저리 마구 내 딛을 나이다. 앞으로 우영자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 발전할까. 그건 그렇고, 3기 학생들이 만든 영화 작품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취재를 하는 동안 자신도 인터뷰를 해 달라며 조르던 강이원(순창여중2) 학생의 해맑은 답이다.

"내일은 제가 감독을 맡은 다른 작품을 촬영해요. 편집 마무리해서 선배들처럼 청소년영화제에도 출품하고. 3월에는 순창읍내 작은영화관에서 순창주민들께 시사회도 엽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하하하. 아, 근데 졸려요. 어제 잠을 잘 못 잤거든요. 촬영 마치고 빨리 자고 싶어요."

청소년은 꿈을 먹고 자라는 게 맞다. 우영~차, 우영자 학생들 모두 푹 자고, 좋은 꿈 많이 꾸시라.
 
 영화 촬영은 고되다고 하면서도 밝게 웃는 순창군 청소년들.
 영화 촬영은 고되다고 하면서도 밝게 웃는 순창군 청소년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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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2월 25일자에도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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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부모님 고향인 전라북도 순창군에 오게 됐습니다. 순창읍에 터를 잡고,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인 '열린순창'에서 기자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군민의 시선으로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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