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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페미니즘 이슈가 부상하면서 영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아는 페미'는 현재 페미니즘 운동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영페미니스트를 조명하고, 그들의 참신한 활동을 알리는 기획입니다. '무언갈 아는' 페미, '내가 아는' 페미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이 기사 한눈에

  • 믿는 페미는 '예수의 삶, 크리스천 페미의 저력, 오늘 할 일을 하는'을 아는 페미
  • 믿는 페미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교인의 삶 고민할 때, 해방신학 접한 때, 신학교 언니들 만난 때'
  • 믿는 페미의 다음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교회다니는 여성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
"성경에 위배되는 동성애자나 동성애 옹호자는 (교단 소속) 7개 신학교의 입학을 불허한다."

지난 19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자리에서 '혐오'가 결의됐다. 성소수자와 그들을 옹호하는 이들이 신학교에 입학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넣고, 성소수자를 옹호하고 가르치는 교직원은 징계 조치한다는 내용이었다. 폐회 직전에는 '동성애와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입장'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페미니즘 리부트(부흥)'를 맞이했다는 2017년, 시대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한국 교회의 현주소다.

총회를 앞두고 '교회내성폭력OUT공동행동'은 성폭력에서 안전한 교회를 만들라고 요구했고, 총신 여동문회는 '여성 목사 안수를 허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그들의 외침은 총회에서 빛을 잃었다.

교회의 견고한 남성 중심주의에 맞서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크리스천 페미니스트의 정체성을 지키며 싸우는 이들이 있다. 지난 22일 '믿는 페미'로 활동하고 있는 교회 청년들을 만났다. 인터뷰에는 달밤(활동명), 더께더께(활동명), 오스칼네 고양이(활동명)가 함께했다.

오랜 시간 대학 선후배로, 활동가 동료로 함께 해온 세 사람은 '모태 신앙'이다. 유년기부터 자연스레 신앙심을 가졌고, 기독교 단체에서 활동하며 목사를 꿈꿨다. 교회에서 느낀 불편함은 자연스레 그들을 페미니스트로 만들었다.

 <믿는 페미>로 활동하고 있는 더께더께(좌), 오스칼네 고양이(중간), 달밤(우) 씨
 <믿는 페미>로 활동하고 있는 더께더께(좌), 오스칼네 고양이(중간), 달밤(우) 씨
ⓒ 진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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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보는 역할' 맡는 여성 목사... 교회의 공고한 가부장제

- '믿는 페미'에서 활동하기 전에 페미니즘에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더께더께: "기독교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와중에, 페미니즘을 접했다. 그때는 페미니즘이 뭔지 잘 몰랐는데도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는 설명되지 않았던 나의 분노나 피해의식이 설명되는 기분이었고, 예수가 말했던 저항적 세계관과 잘 맞아 떨어졌다. 예수가 당시에 더럽다고 여겨지는 약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페미니즘적이지 않나(웃음)."

달밤: "여중·여고를 나왔는데 거기서는 여자들끼리 모든 걸 다 한다. 리더도 되고 하고 싶은 동아리도 하고, 누구는 터프하고 누구는 여리여리하고, 성별에 대한 역할이란 게 없었다. 그런데 신학교에 가니까 성비가 3(여):7(남)이었다.

남성들의 입김이 엄청 세고, 내가 원래 하던 대로 하고 다니는 게 어색해졌다. '왜 이렇게 남자처럼 하고 다니냐'는 소리도 듣고. 그러다 신학 공부를 하면서 '해방의 하나님'이라는 갈래를 접했다. 그게 굉장한 전환점이었고, 하나님이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다면 억압받는 여성들의 하나님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오스칼네 고양이: "페미니즘을 전해준 건 스쳐 지나간 신학교에서 만난 언니들이었다. 신학교에서 살아남으려면 '명예남성'처럼 굴어야 했는데, 그때 "이건 차별"이라고 지적한 언니들이 있었다. 그게 나의 페미니즘적인 토양이 된 것 같고, 좀 더 강한 분노를 느끼게 된 건 목사가 되기로 하고부터다. 주변 남성들이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미래의 남편이 좋아하겠냐고. 굳이 목사가 안 돼도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은 할 수 있다고."

- 교회 안에서 느낀 불편함이라면.
더께더께: "여성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에는 장로, 권사, 집사의 직분이 있는데 집사 다음에 여성들은 권사가 되고 남성들은 장로가 된다. 장로는 교회의 룰을 만드는 제도적 역할을 담당한다면 권사는 식당 봉사를 맡는 등 사적 노동을 주로 담당한다. 지금은 그래도 여러 교단에서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하고 있는데, 여성 목사나 전도사는 유치부나 아동부를 맡게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애를 보는 역할이고 남성들은 나이가 적고 연차가 작아도 청소년부를 사역하는 분위기가 있다."

오스칼네 고양이: "여성들이 목사가 되면 교회에서 사역하기가 어렵다. 교회에서 안 받아주니까. 그래서 일부러 안수를 안 받고 전도사까지만 하는 경우도 많다."

달밤: "교회는 가족주의 공동체다. 특히 교회가 더 가부장적인 건, 신학적인 뒷받침이 있어서다. 사회에서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고 한다면, 교회에서는 성경에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더 강화된다. 교인에게 성경의 권위는 어마어마한데 '성경을 보라'고 하면서 하나님이 남자를 먼저 지었다고 하고."

더께더께: "근데 동물을 사람보다 먼저 지었잖아(웃음)."

달밤: "그렇지(웃음). '여성이 유혹에 빠져 남자까지 망쳤다, 여성은 죄인이고 죗값을 치르며 남성을 섬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성경에 있고, 그걸 남성 목사들이 가르친다. 그리고 교회는 가정을 중시하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남편이 때려도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그렇게들 설교를 한다. 고통 속에서 인내하면 하나님이 당신 노고를 보아 복을 준다고, 남편이 출세할 거라고, 그런 얘기를 계속 들으면 신앙과 자기 인생을 희생하는 게 결합해 버린다. 우리 어머니 세대도 그렇고 많은 여성들이 참으며 살지 않았나.

불편함을 참는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차곡차곡 답답함과 분노가 쌓였고 '이제는 나의 운동을 해야겠다'는 갈증이 심해졌다. 작년 12월, 달밤이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세 교회 청년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믿는 페미'는 그렇게 시작됐다.

올봄, 정식으로 SNS에 활동을 선언한 후 다양한 방식으로 '믿는 페미'들을 만났다. 한 달에 한 번 책모임을 가지고 <신은 낙원에 머물지 않는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등을 읽었다. 교회 내 차별적 경험을 공유하고자 웹진을 발행하고, 영화 상영회도 열었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때는 여성주의 예배도 진행했다. 최근에는 팟캐스트 <교회를 부탁해>를 통해 더 많은 이들과 소통을 시도 중이다."

 활동가들의 특색이 묻어나는 명함과 <믿는 페미> 뱃지
 활동가들의 특색이 묻어나는 명함과 <믿는 페미> 뱃지
ⓒ 진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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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는페미 뱃지.
 믿는페미 뱃지.
ⓒ 믿는페미 트위터(@midneunf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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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다니는 페미니스트, 할 수 있을까

- '믿는 페미'의 지향점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더께더께: "교회에서도 페미니즘 할 수 있다! 나는 교회가 좋고 교회를 떠날 수 없는 사람이니까. 교회가 가부장적이라고 해서 아예 버리고 싶진 않은 거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오스칼네 고양이: "믿는 페미가 가능하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뭐 믿냐고, 교회 다니면서 페미니즘 하는 게 가능하냐는 반응도 있었다. 두 정체성 중에 선택하라고 요구받기도 했는데, 나는 누구도 자기가 가진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

달밤: "페미니즘이 망해가는 현재의 한국 교회를 구원할 수 있는 좋은 키라는 생각도 든다. 교회는 종교 운동 단체인 동시에 종교적 신념으로 사회를 바꾸려고 했던 공동체인데, 사회에 이런 식으로 악한 영향 미친다면 없어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 교회에서 페미니즘을 말한다는 건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달밤: "교회에서 담임 목사의 권위가 어마어마하다. 목사님 설교가 너무 여성혐오적이거나 불편하더라도 저항하기가 힘들다. 교인과 목사 자체가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라서 남성 목사의 말이 하나님의 말씀처럼 여겨지는 거다.

그걸 거부하는 게 마치 하나님의 권위에 반하는 것처럼 돼서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게 쉽지 않다. 집단에 반하는 말을 하는 건 원래 힘들다. 그래도 공감해주는 사람이 한둘이라도 있으면 되는데 '왜 이렇게 예민하냐', '너를 위해 기도할게'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더께더께: "그 말 정말 많이 들었다. 지금 교회로 옮기기 전에 목사님과 갈등이 잦았다. 목사님이 '너의 회복을 위해 기도할게'라고 말했다."

달밤: "내가 지적하고 있는 구조를 바꾸는 게 아니라 내가 문제니까 나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는 말하기도 힘들고, 뭉치기도 힘들었다."

오스칼네 고양이: "교회라는 집단이 가진 특수한 언어와 그 언어를 뒷받침하는 신학이 있다. 그것들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한다. 교회에서 통용되는 신학이라는 게 지금은 너무 남성 중심적이지만, 그걸 여성주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 교회의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보는가.
더께더께: "동지. 한 사람 두 사람 뜻을 같이 하면 훨씬 쉬워진다."

달밤: "오스칼네 고양이가 언어투쟁 이야기를 했는데, 너무 공감된다. 그동안 남성의 시선에서 남성의 언어로 신학이 해석됐다면, 이제는 남성이 아닌 소위 비주류들의 입에서 우리 경험에 대한 해석이 많이 나와야 한다."

더께더께: "그러기 위해선 목회자의 권력도 분산돼야 한다. 지금은 담임목사의 권력이 너무 제왕적이다."

오스칼네 고양이: "내 생각엔 우선적으로 교회에서 밥을 먹지 말아야 한다."

달밤: "밥이 정말 중요하고 같이 먹는 게 공동체에 주는 효과가 남다르긴 해(웃음). 근데 밥 문제는 교회의 고질적이다. 여자들이 밥 준비를 하느라 여자들의 자리가 주방이 되어버린다."

오스칼네 고양이: "교회에는 상징이 많은데, 의미를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서 의미만 빠지고 상징만 남는 경우가 많다. 설교, 성찬, 밥... 그러다 보니 자꾸 효율적인 방식으로만 하자고 해서, 밥도 원래 해온 여자들이 계속하게 되는 거다."

- '믿는 페미'가 당신에게 미친 영향이 있다면.
더께더께: "내가 누군지 잊지 않게 하는 것 같다. 내가 가진 정체성 중에 가장 큰 두 개, 페미니스트와 기독교인이라는 것에 대해서."

달밤: "내가 나로 사는 데 큰 힘이 된다."

오스칼네 고양이: "전에는 이상한 교회를 접할 때면 나는 떠날 거라고, 나는 다르다고 분리해 왔는데 '믿는 페미'를 하면서 교회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아, 내가 여기 있었지. 우리 집이 이렇게 더러웠네' 하는 것처럼. 그래서 싸워나가야 한다는 걸 다시 느낀다.

또 '믿는 페미'를 하기 전에는 교회에서 겪은 차별이 비슷할 줄 알았다. 막상 사람들을 만나 보니 불편함을 느낀 부분이 미묘하게 다르더라. 나는 그래도 전도사라는 위치에 있어서 조금 덜 경험했던 부분도 있었고.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교회 다니는 페미니스트 '믿는 페미'
 교회 다니는 페미니스트 '믿는 페미'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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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페미들이 한국 교회를 구한다

- 앞으로 <믿는 페미>는 어떤 목표나 활동에 중점을 둘 계획인지?
오스칼네 고양이: "교회 다니는 여성들을 '이어주는' 건 여전히 유효한 목표다.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전국 곳곳의 크리스천 페미니스트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고 싶다. 서울에서 책모임을 하고 있는데 지역에서도 만들 수 있게 '믿는 페미' 네트워킹을 활발히 하고 싶다. 올해 안에 교회 다니는 페미니스트들의 에세이를 공모해서 백일장 대회를 열 계획이다."

달밤: "더 많은 여성의 말이 나오고 경험이 공유돼야 한다. 우리가 촉매가 되면 좋겠다. 집담회에서도 그렇고 교회 다니는 여성들을 만나면 할 말이 너무 많다. 한 시간, 두 시간씩 얘기한다. '아버지가 목사였는데' 그럼 끝! 세 시간은 기본이다."

더께더께: "교회 현안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싶다. 이번 총회에서도 문제가 많았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 교단 쪽에 성명서도 발표하면 좋겠다."

- 당신은 무엇을 '아는' 페미니스트인가.
더께더께: "예수의 삶을 아는 페미. 기독교인에겐 하나님의 나라가 중요한데, 내가 믿는 하나님 나라는 성차별이 없고 약자가 배려받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다. 내가 그걸 구현해내는 한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성서에서 나는 그렇게 배웠다. 페미니스트들이 지향하는 유토피아적인 세상이, 내가 볼 때는 하나님 나라처럼 느껴진다."

달밤: "크리스천 페미니즘의 저력을 아는 페미. 우리에게 힘이 있고, 교회를 건강하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오스칼의 고양이: "오늘 할 일을 아는 페미. 자신이 있는 자리를 알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했던 사람들이 있어서 희망을 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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