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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페미니즘 이슈가 부상하면서 영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아는 페미'는 현재 페미니즘 운동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영페미니스트를 조명하고, 그들의 참신한 활동을 알리는 기획입니다. '무언갈 아는' 페미, '내가 아는' 페미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이 기사 한눈에

  • 페미광선은 '눈물이 걸어온 길을' 아는 페미
  • 페미광선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강남역 사건 후 여성들의 말하기가 시작됐을 때'
  • 페미광선의 다음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우리가 존재하는 한 언제나'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은 배용제 시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미성년인 제자를 성폭행·성희롱한 혐의였다. 지난해 10월,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로 고발이 터져 나온 지 일 년여 만에 거둔 결과다. 이 해시태그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이 앞다투어 드러났다. PD수첩 등 언론도 이 문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됐고 일부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다. 배용제 시인에게 선고가 내려지기 딱 한 달 전, 지난 8월 13일 부산국제락페스티벌에서 '수상한' 티셔츠를 입은 관객들이 등장했다. 부산 문화예술계 페미니스트 단체인 페미광선이 진행한 반성폭력 행동의 일환이었다.

 페미광선은 록페스티벌 내 성폭력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페미광선은 록페스티벌 내 성폭력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 이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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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슬램(음악에 맞춰 몸을 부딪히는 공연 문화)을 핑계로 이루어지는 성추행을 방지하고, 남성중심적인 공연예술계에 반기를 들기 위해 일명 '락페미' 캠페인을 진행했다. 페미니스트 깃발을 들고, 여성들이 안심하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페미존을 만들었다. 관객들과 공연자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참여했고, 당일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리고 캠페인이 진행된 날 밤, 문제가 터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밴드 갤러리에 캠페인 참여자를 촬영한 몰카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깃발을 찢어버리겠다', '쟤네 보니까 성범죄 당해도 싸다' 등 모욕적인 댓글도 이어졌다. 성폭력을 멈추라고 외쳤다는 이유로 다시금 성폭력을 겪는 모순이 일어난 것. 지난 12일과 13일, 캠페인을 주최한 부산 기반 페미니스트 예술가 모임 '페미광선'의 활동가 모라, 종이별씨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좁고 친밀한 지역예술계, '송곳' 같은 존재들

- 페미광선은 어떤 단체인가요?
모라: "페미니스트-예술-실천 '페미광선'은 문화예술계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계기가 되어서 2016년 10월,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예술계 내 성차별과 성폭력 문화에 대응하고자 만든 단체입니다. 현재는 미술, 음악, 문학에서 작업하는 일곱 명의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락페스티벌 내 성폭력에 반대하는 반성폭력 캠페인 '락페미 : 터치하다가 터지는 수가 있다'을 진행했습니다."

- #OO내 성폭력 공론화 이후 부산 문화예술계에서 개선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모라: "예술계 내에서 성폭력에 대한 집단적인 고발은 그 해시태그 운동이 처음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사태를 통해서 피해 사례는 많지만 발설할 수 없는 폐쇄적인 문화예술계의 구조가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는 성폭력을 말해서는 안 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면, 해시태그 운동은 성폭력에 대해 '말해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성폭력문제 해결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술계 내부가 좁고 친밀한 관계망으로 이어져있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이후에도 지속적인 권력관계로 엮여있기 때문에 고발 자체가 어렵습니다. 또한 예술의 특성상 성폭력이 아닌 예술적 관행과 자유로운 표현으로 둔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예술계 내의 성폭력을 해결하거나 신고할 수 있는 방법 없었기 때문에 부산성폭력상담소와 연계해 전담 창구를 개설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페미광선은 부산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근절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페미광선은 부산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근절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이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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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시태그 운동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현재는 어떤 활동이 진행되고 있나요?
종이별: "최근에는 부산록페스티벌에서 '록페미 터치하다가 터지는 수가 있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록페스티벌 공연장에서는 음악에 맞춰 몸을 부딪히는 슬램 문화가 있는데, 이를 핑계로 여성의 가슴 등 신체를 만지도 도망가는 일명 '슴만튀' 같은 성추행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슬램은 과격하게 손은 조신하게'라고 쓰인 티셔츠를 만들어 관객들과 함께 입고, 페미니스트 깃발을 들고 안전한 '페미존'을 운영하는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 캠페인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종이별: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남성중심적이고 공개된 장소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는 게 어떤 장소에서는 위협이 될 때도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동참해 같이 티셔츠를 입었고, 공연자로 선 부산 지역의 로컬 밴드들도 자발적으로 인디씬 내 성폭력에 반대한다는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반응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캠페인 당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밴드 갤러리에서는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누가 캠페인 참여자들의 몰카를 찍었고, '깃발을 찢어버리겠다', '쟤네 보니까 성범죄 당해도 싸다' 등 댓글이 달렸는데, 사진을 내려달라고 항의했지만 커뮤니티에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나가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락페스티벌 내 성폭력에 대해서 공론화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락페스티벌의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드니 성폭력에 대해서 침묵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락페스티벌과 인디씬의 이미지를 망치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 몰카를 찍어 올리는 사람, 그에 동조해 성희롱 댓글을 다는 사람, 커뮤니티에서 성폭력이 일어나도 옹호하고 침묵하는 사람들입니다. 성폭력을 유희로 소비하고 폭력을 재생산하는 것이야말로 이 씬을 망하게 만드는 원인이죠."

 문화예술계는 특히나 성폭력을 고발하기 힘든 구조이지만 이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현장이기 때문에 운동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문화예술계는 특히나 성폭력을 고발하기 힘든 구조이지만 이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현장이기 때문에 운동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 이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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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서울이 아닌 곳은 페미니즘 활동의 인프라도 부족할 것 같은데, 부산에서 활동하시면서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궁금합니다.
종이별: "저는 부산에 있는 학교를 다녔는데,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학교에 '살아남았습니다' 대자보를 붙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대자보가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올라갔고, '메갈'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혹시라도 신상이 공개되지는 않을까 학교에 가는 게 두려울 정도였어요.

이게 논란이 되자 페이지에서는 앞으로는 페미니즘 관련 제보를 받지 않겠다고 공지를 했습니다. 페미니즘 문제는 이슈가 되지도 않고, 이슈가 되어도 결국 여성들의 목소리를 막고 다수가 침묵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죠. 부산에서는 어떤 문제를 공론화하려고 해도 공감하는 사람들이나 연대하는 단체가 적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모라: "서울보다 지역 예술장이 훨씬 좁고 친밀한 관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여성으로서, 소수자로서, 예술가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독립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들을 뚫고,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이 이후부터가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는 '말하기 이후의 삶'을 꿈꾸고 싶습니다."

 여러 현장에 연대하는 페미광선.
 여러 현장에 연대하는 페미광선.
ⓒ 이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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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소리는 또 다른 길이 된다

- 여러분은 무엇을 '아는 페미' 인가요?
종이별: "'눈물이 걸어온 길을 아는 페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부터 정말 많은 눈물들을 흘렸고, 지금까지 줄곧 존재해왔지만 보지 못했던, 보이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의 눈물을 보게 되었어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살아도 그 사람이 지닌 인종, 국적, 젠더, 성지향성 등에 따라 그곳은 전혀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이 되는 거 같아요. 페미니즘은 제게 누군가는 땅을 밟고 서 있지만 누군가는 허공을 밟고 서 있는, 다른 삶의 온도들을 감각하게 해줬습니다."

- 여러분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언제였나요?
모라: "살아오면서 불평등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많았지만, 매번 개인적인 일로 치부되거나, 그에 대해서 스스로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지 못해서 답답했어요. 페미니즘은 저에게 그것이 왜 부당하고 차별인지 알게 해 준 언어였습니다. 나만의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페미니스트들의 말을 통해서 배우고 공감하게 되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고 너무 기뻤습니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사건 이후, 여성들의 말하기를 통해서 여러 목소리와 경험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즘은 내 경험이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어요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 다음에 찾아올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언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종이별: "페미니즘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거창하고 고귀한 사상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운동인 이들의 말이고 삶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겁도 많고 소심한 사람인데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가 저를 일어서게 하고, 말하고 행동하게 했어요. 어떤 정해진 순간은 없더라도 우리가 존재하는 한 언제든 다시 페미니즘 모먼트가 돌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부산 문화예술계 성폭력 고발하는 '페미광선'
 부산 문화예술계 성폭력 고발하는 '페미광선'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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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과 언론을 공부하는 여성 청년. 페미니즘, 노동, 철거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읽고 쓰는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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