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현종목 '투로' 칼과 봉을 사용한 도술과 곤술을 선보이고 있다 ⓒ 홍현진


지난 7월 15일, 충북스포츠센터(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내에 있는 우슈 국가대표팀 훈련장. 이 곳에는 소림사와 이종격투기 경기장이 공존하고 있는 듯 하다.

훈련장 왼편에서는 표현 종목인 '투로'를 연습하는 선수들이 칼과 봉을 사용하여 절도 있고 유연한 동작을 선보이고 있는 반면, 오른편에서는 글러브·헤드기어·가슴보호대를 착용한 선수들이 주먹을 날리고 발차기를 하며 대련 종목인 '산타'를 연습하고 있다.

훈련장 가득히 '휙휙, 휙휙' 봉과 칼을 휘두르는 소리와 "어이, 어이" 하는 선수들의 힘찬 기합소리가 울려 퍼진다.

우슈는 중국 전통무술 쿵푸가 스포츠 종목의 하나가 되면서 붙여진 이름으로 '무술(武術)'의 중국식 발음이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우슈는 이번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비공식 종목으로 채택, 한국에서도 5명의 선수(투로 3, 산타 2)가 출전한다. 중국 베이징에서 8월 21부터 나흘간 치러지는 경기에는 금메달 15개(투로 10개, 산타 5개)가 걸려 있다.

안희만 대표팀 감독은 "종주국 중국의 금메달 싹쓸이를 막는 차원에서 각 나라별로 최대 8개까지 금을 가져갈 수 있다"면서 "그 중 우리는 금 1개, 은 2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올림픽서 '처음' 비공식종목 채택... 한국팀 실력 '중상위권'

▲ 대련종목 '산타' 산타는 이종격투기와 유사하다 ⓒ 홍현진


우슈에는 표현 종목인 '투로'와 대련 종목인 '산타'가 있다. 투로 종목에는 도술·곤술·검술·창술·태극권 등이 있는데 태극권은 3분에서 4분, 나머지 종목은 1분 20초의 제한시간 동안, 각 동작에 여러 기술을 담아 연기해야 한다. 준비된 음악에 맞춰 준비된 동작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리듬체조와도 유사하다. 이 때 각 선수들은 중국 전통 의상을 입는다.

투로에는 이종찬(도술·곤술), 권흥석(검술·창술), 장용호(태극권·태극검) 세 선수가 출전한다.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산타는 K-1경기와 유사하다. 봉학근 대표팀 코치는 "산타는 투기 종목의 핵심기술을 모두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싱의 주먹, 태권도의 발차기, 유도와 레슬링의 업어치기·메치기 기술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높이 80㎝ 경기장에서 상대 선수를 밀어내도 득점이 인정되는데, 1라운드에서 2번 경기장에서 밀려날 경우, 이전에 아무리 많은 점수를 획득했어도 그 라운드에서는 패한다. 산타는 2분씩 3라운드로 치러지며, 3전2선승제다. 산타에는 남자 70㎏급에 윤순명, 여자 52㎏급에 김아리 선수가 출전한다.

우슈의 종주국은 중국이지만 한국 선수들 역시 중상위권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 작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기도 했다.

봉학근 코치는 "한국 선수들이 기술 습득 능력이 빠르고 기량도 좋아 앞으로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일본이 유도 종주국이지만 지금은 한국선수들이 더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한국 우슈도 중국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비인기 종목, 올림픽 비공식 종목... 정부 지원 부족  

하지만 우슈가 비인기 종목인데다가, 아직은 올림픽 공식 종목도 아니다 보니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슈 국가대표팀은 태릉선수촌을 나와 충북스포츠센터에서 훈련 중이다. 올림픽이 가까워짐에 따라 태릉은 주요 종목 선수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 훈련일 수도 1년에 130일밖에 되지 않는다. 이나마 우슈가 올해 올림픽 비공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늘어난 것이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것도 문제다. 봉학근 코치는 "전국체전에 남자 일반부에만 우슈가 있고 고등부와 여자부에는 없다 보니 선수 육성에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여자선수들의 경우 이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가 되면 운동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투로의 이종찬 선수는 "내가 강원도 체육회 소속인데, 강원도에는 제대로 된 우슈 훈련장이 없다"며 "그래서 국가대표가 되어야만 훈련할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덧붙여 "일반 체육관은 공간이 협소하고 천장이 낮아 훈련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희만 감독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국기(國技)가 태권도고, 우슈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전통무술이라는 인식 때문에 그동안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우슈가 점차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고 있는 만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되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슈 국가대표팀은 마무리 훈련 후 다음 달 8월 18일 베이징으로 떠나, 21일부터 나흘간 경기를 펼친다.

"올림픽 출전 '영광'... 우슈에 대한 대중 관심 늘어났으면"
[인터뷰] 우슈 국가대표팀 선수 - 이종찬, 윤순명, 김아리

우슈 국가대표팀 왼쪽부터 이종찬, 윤순명, 김아리 선수

▲ 우슈 국가대표팀 왼쪽부터 이종찬, 윤순명, 김아리 선수 ⓒ 홍현진


지난 15일 충북스포츠센터에서 이종찬·윤순명·김아리 선수를 만났다. 이들에게 각각 '언제, 어떻게 우슈를 시작했는지'를 묻는 말과 함께 한두 개의 질문을 던졌다.

[이종찬](도술·곤술)
- 언제, 어떻게 우슈를 시작했나.
"8살 때 시작해서, 17년 됐다. 아버지가 유도랑 우슈를 하셔서 아버지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 어떻게 해야 우슈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질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이번에 SBS <스타킹>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우슈 신동과 우슈 달인들이 나와서 일반사람들이 우슈를 좀 더 친숙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매체를 통해 많이 노출되어야 할 것 같다."

[윤순명](남 70kg급)
- 언제, 어떻게 우슈를 시작했나.
"2004년도, 24살 때. 이전에는 유도를 했는데 다리 부상 때문에 중단했는데 예전부터 격투기에 관심이 있어서 산타로 전향하게 되었다."

- 어려움은 없나.
"어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아무래도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같이 훈련하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다."

[김아리](여 52kg급)
- 언제, 어떻게 우슈를 시작했나.
"3년 전, 21살 때. 친오빠가 산타를 먼저 시작했는데 나도 관심이 생겨서 시작했다."

- 우슈가 처음으로 올림픽 비공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첫 올림픽 출전인데 감회가 어떤가.
"처음이고 하니까, 영광스럽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슈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 산타의 어떤 점이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산타는 보호 장비를 착용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요즘 일반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K-1과 거의 흡사하다. 2분 3라운드로 경기진행도 빠르고, 언제든 승부가 뒤집힐 수도 있는 등 변수가 많아 흥미진진하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베이징 올림픽 우슈 쿵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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