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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한국인 평균수명은 78.5세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평균치인 79세를 거의 따라 잡았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났으니 행복할까? 노후가 보장되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슬픈 노년일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에서 노인을 소재로 만화를 그린다는 건 쉽지가 않다.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노인 일상을 극적인 만화로 표현해낸다는 것 자체가 한계라고 생각해서다. 그걸 과감히 깬 작가들이 있다. 강풀과 윤태호. 그들 작품을 읽다 보면 로맨스는 젊은 청춘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강풀은 자기 할머니를, 윤태호는 장인 장모를 모델로 해서인지 작품 속에 따뜻함도 듬뿍 담겨 있다.

 

그분들 사랑에 눈물이 나

 

강풀 작품 <그대를 사랑합니다>(문학세계사)는 일흔을 넘긴 노인 네 분이 그려가는 사랑이야기다.

 

낡은 오토바이로 우유배달을 하는 김만석 할아버지. 손수레를 끌며 폐지를 모아 판돈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송씨 할머니. 주차관리를 하는 장군봉 할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부인. 이들에게는 저마다 슬픈 사연이 하나씩 있다. 그 사연이란 게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겪었음직한 것들로 자연스레 작품 속에 빠져들게 한다.

 

달동네에서 파지를 주우며 혼자 살아가는 송씨 할머니에게 고집불통에다 고함을 잘 치는 김만석 할아버지가 관심을 갖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 만화에 나오는 김만석 할아버지만 그나마 여유롭지 다들 어려운 살림들이다. 그래서 만화에 나온 노인들은 다 일을 한다.

 

이 만화를 본 독자들이 부모님이 그립다고, 미안하고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만 봐도 이 작품은 그 소중함과 가치가 충분히 차고도 넘친다.

 

노인들 성(性) 결코 초라하지 않아

 

윤태호 작품 <로망(老忘)스>(애니북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자식들에게 부양받을 나이지만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산다는 게 맞다. 그래서 신혼인 자식 부부나 부모도 서로 괴롭다.

 

공무원을 정년퇴임하고 하루하루를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김이용 노인, 월남전에서 날렸다는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파랑새 노인, 어린 손자 우유를 뺏어먹는 반 치매 노인과 열쇠장이 노인. 우리 곁에서 봄직한 노인들이 다 나오는 이 만화는 3등신으로 희화화했지만 삶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자식 부부 싸운 걸 화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에선 부모 역할은 자식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자식은 나이가 들어도 어린아이일 뿐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보다.

 

노인 성(性)문제를 다룬 영화가 한때 사람들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여전히 노인들 성문제는 어색하게 받아들이거나 그냥 넘겨버리기 일쑤다. 이 작품에서는 그런 노인들 성생활을 우습지만 초라하지 않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늙어도 꽃은 꽃이다’며, 그분들 마음은 여전히 청춘임을 밝힌다.

 

작가는 이 만화 모델이 됐던 장인 장모 눈치를 살펴야 할 만큼 고심했다고 한다. 이 작품으로 문화부가 주최하는 ‘2002년 출판만화대상’에서 저작상을 받았다.

 

우리도 늙어 노인이 되지만 노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받아들이게 된다. 이 만화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자식을 참 미안하게 만든다는 거다. 조금이라도 덜 미안하게 부모님께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겠다.

덧붙이는 글 | .


그대를 사랑합니다 1~3권 세트 - 전3권

강풀 글.그림, 재미주의(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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