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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이 때쯤이면 대체로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지켜지지 못한 게 많아 후회들을 한다. 그 계획들이란 게 술·담배를 끊겠다든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겠다든지, 그리고 애인을 만들겠다든지 하는 것이다. 이중 애인을 만들겠다는 사람 중에 아직 솔로인 사람들은 연말이 다가오는 이맘 때쯤이면 쓸쓸하다.

우리는 어떤 사람 성격을 말할 때 혈액형을 보고 판단을 하기도 있다. '소심남' 하면 주로 말하는 혈액형이 바로 A형인데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혈액형으로 뭘 맞추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걸 쉽게 놓지 못한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그렇지만 마음속으로만 좋아하니 여자는 알 리가 없다. 이와는 반대로 이 여자를 좋아하는 한 남자가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사귀자고 한다. 어떻게 될까? 다가가는 남자가 사랑에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고 또 그렇게 생각한다.

'미인은 유머감각이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이런 말들은 자꾸 다가가는 남자가 여자를 사귄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럼 소심한 남자는 어떨까? 여기 그 답을 가르쳐주는 만화가 있다. 여자 사귀는 방법이 나오는 실용서는 아니지만 읽다 보면 그 안에 답이 있다.

2004년 10월 출간한 뒤 100만부 돌파에 4개 잡지에 만화 연재, 관련 책이 수십 종 나온 나카노 히토리 원작에 하라 히데노리 그림인 <전차남>(서울문화사)이다. 이 작품에는 일본 젊은이들의 일상생활과 문화가 담겨있다.

겉그림과 ‘전차남’이라 불리는 주인공
▲ 전차남 겉그림과 ‘전차남’이라 불리는 주인공
ⓒ 서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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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이성친구나 애인이 없는 혼자인 남성들이 모인 게시판. 2004년 봄 어느날 이 게시판에 한 남자가 사연을 올린다. 우유부단함과 소심함으로 연애 한번 못해봤다는 이 남자는 전철에서 난동을 부리는 취객으로부터 한 여자를 도와주고 보답을 하고 싶다는 그 여자에게 연락처를 적어줬다고 했다.

이것을 본 네티즌들이 마치 자기 일인 양 어떻게 하라고 열심히 댓글로 가르쳐주게 되면서 이 남자는 용기를 얻게 된다. 여기 댓글에는 악플이 없다. 인터넷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좋은 모범사례를 보여준다.

실제 있던 이야기라 더 정감이 가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게임을 통해 만나 결혼에 골인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사랑이라곤 모르던 남자 전차남은 어리바리함과 솔직함으로 네티즌들의 응원을 받는다. 이 작품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주인공을 응원해주는 걸 보면 사랑에 대한 보편성이라는 데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게 아닌가 한다.

철학자 칸트는 '진실한 사랑에 빠진 남자는 그 애인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 제대로 사랑을 고백하지도 못한다'고 했다.

 겉그림과 주인공 ‘김연우’
▲ 순정만화 겉그림과 주인공 ‘김연우’
ⓒ 문학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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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데다 연애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티가 팍팍 나는 서른 살 회사원 김연우와 고등학교 2학년인 한수영. 띠동갑이기도 한 이 둘이 서로에게 관심을 보인다. 연재하는 작품마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몰고 다니는 강풀. 그 강풀을 있게 만든 작품인 <순정만화>(문학세계사)다.

댓글이 25만개가 넘을 만큼 <순정만화>가 연재된 뒤 강풀 팬은 10대에서 50대까지로 넓혀졌다. 젊은 세대에겐 가슴 떨리는 설렘을, 중년 세대에겐 지나가 버린 시절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하게 한다.

말괄량이 여고생 수영과 소심남 연우는 저마다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서른 살 연우가 고등학생인 소녀에게 다가가는 건 진실이다. 그는 진실된 마음으로 얼음장 같은 소녀의 마음을 녹인다.

3탄까지 나왔다.
▲ 파페포포 메모리즈 3탄까지 나왔다.
ⓒ 홍익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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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 에세이' 원조로 주인공 파페와 여린 포포를 통해 첫사랑 추억과 일상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파페포포 메모리즈>(홍익출판사).

주인공 파페는 작가 심승현 자신이기도 하다는데, 그래서인지 그 경험담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한다. 파페는 소심남이다. 그는 때론 머뭇거리기도 하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사랑에 다가간다. 그들 사랑을 보다 보면 따스함과 더불어 추억으로만 남은 첫사랑에 대한 위로도 받는다.

전차남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빠져있는 오타쿠(어떤 분야에 푹 빠져 있는 사람)다. 뭐든 모으는 걸 좋아했던 그는 좋아하는 여자 에르메스(전차남에게 처음 에르메스 커피잔을 선물한 일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동안 생활이라 할 수 있는 습관을 버리고 게시판에 오른 글들을 참고해 자신을 점점 더 변화해 나간다.

<순정만화>에서 담배를 피웠던 연우는 수영을 사귀고 나서 담배를 끊는다. 사실 연우가 담배를 가까이 했던 건 슬픔과 그리움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슬픔을 더 감내하지 않아도 되니 담배를 끊은 것이다.

<전차남>, <순정만화>, <파페포포메모리스>. 이 작품들에서 공통점이 보인다. 즉 소심한 남자들이 사랑을 얻을 때는 자신도 그만큼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자를 위해 오래된 습관들을 버린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이기심을 버리는 거라는 걸 알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



전차남 1 - 인터넷발 전차에서 꽃핀 러브스토리

나카노 히토리 지음,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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