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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계는 대본소로 나가는 일일판을 제외하고는 여기가 일본인가 싶을 정도로 일본 만화 천지다. 갈 곳이 없어진 국내 작가들은 학습만화 또는 직접 독자들을 만나는 인터넷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상당한 성과를 거둔 작가도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성공이 오프라인에서도 가능할까? 온라인에서 유명해진 만화를 출판하는 것은 사실 쉽다. 숨어 있는 진주를 찾아내려는 노력보다 땅에 떨어진 도토리만 줍는 식은 아닌지, 편집부의 노력이 한층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 소개하는 웹툰 주인공들은 다들 이십대 중반이다. 나이는 비슷하지만 사랑 방식은 각기 다르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린 정말 사랑했을까?

▲ 겉그림
ⓒ 애니북스
영화화가 결정된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애니북스, 9500원)다. 웹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만화작가 중 한 명이다. 고양이와 개가 주인공, 아니 고양이와 개의 얼굴로 말하는 사람들 이야기로 연애물이다. 연애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 만화의 무대인 가난한 철거 직전의 달동네는 작가에 의해 살 만한(?) 동네로 다시 태어났는데 뛰어난 배경 처리와 색감은 마치 잘 그린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다만 너무 빽빽하게 들어찬 배경이 만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조금 아쉽다.

나이 스물여섯 살, 직업은 백수인 캣츠비, 한때 애인이었지만 그를 떠나 결혼을 해버리는 여자 페르수, 캣츠비와 옥탑방에 같이 사는 친구 하운두, 그리고 캣츠비에게 새로운 사랑으로 다가오는 선. 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지만 의문이 든다. 정말 사랑했을까?

'악진'이라는 만화 웹진을 운영하고 있는 강도하는 <풀하우스>를 그린 만화가 원수연의 남편으로 알려졌다가 이 작품을 통해 강도하라는 이름을 확실히 알리는 데 성공했다(8월 22일 발간).

헤어지고 나니까 좋아 보이는 이유는 뭐지?

▲ 겉그림
ⓒ 황매
토마의 <남자친9>(황매, 8800원)가 나왔다. 스물여섯 살 게으른 만화가 밍고, 그녀의 옛 남자친구이자 모던락밴드 베이시스트인 제리. 그들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 1년 6개월의 연애를 끝내고 헤어졌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아무런 감정없는 편한 친구로 만날 수 있을까? 그 답을 작가 토마는 <남자친9>를 통해 해주고 있다. 이 작품은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이 만화는 유머와 뭔지 모를 여운으로 가볍게 풀어 주고 있다. 주인공인 밍고와 제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정감이 가는지도 모른다.

감각적인 대사에 단순화한 그림이 시선의 집중도를 느끼게 하지만 가뜩이나 단순한 그림이 한 페이지에 두 컷만 배치되다 보니 너무 읽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편집이 아쉽다(8월 8일 발간). 토마는 작가 이강주의 제자로 현재 현재 인터넷 포털 파란에서 역시 연애 이야기인 '크래커'를 연재 중이다.

바보는 바로 우리들이야!

▲ 겉그림
ⓒ 문학세계사
인터넷 만화가 1세대 선두주자인 강풀의 <바보>(문학세계사, 12000원)가 나왔다. 강도영이란 본명보다 강풀이란 예명으로 더 유명한 작가는 웹에 연재하는 만화작가 중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지금의 강풀을 있게 만든 작품 <순정만화>. <바보>는 '순정만화 시즌 2'로 불리며 많은 네티즌들을 울렸다.

주인공인 승룡이는 올해 스물일곱 살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바보다. 어렸을 때 연탄가스로 인해 아빠는 죽고 승룡이는 휴우증으로 바보가 된다. 아빠를 묻고 돌아오는 날 같은 반 친구 지호의 집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다.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믿는 승룡이는 지호의 집 앞을 서성이며 피아노 연주를 듣고 행복해 한다. 그 뒤부터 지호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고 지호가 싫어하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한 아이가 장난삼아 피우던 담뱃불로 인해 지호가 좋아하던 학교의 피아노가 불탔다. 승룡이 엄마는 바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덮어씌우려는 학교에 아들을 더 이상 보내지 않는다. 대신 승룡이가 먹고 살 수 있도록 토스트 굽는 법을 가르친다. 그런 엄마도 세상을 뜬다. 이제 승룡이에게는 여동생과 단 둘뿐이다.

승룡이의 사랑이었던 피아노 치는 소녀 지호가 오랜 외국생활 끝에 돌아와 우연히 승룡이를 만난다. 승룡이는 순수하다. 그만큼 사랑도 순수했다. 바보 승룡이를 보며 느낀다. 진짜 바보는 바로 우리들이라고…(8월 08일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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