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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들은 꼭대기에 올라가자마자 그 안에 팔을 집어넣고는 무언가 열심히 당기는 것이 보였습니다. 팔을 몇 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우물 꼭대기에서 달과 해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전부다 두레박에 담겨서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두레박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꼭대기에 있는 은색선과 금색선에 맞추어 조심조심 달과 해를 아래로 굴려보냈습니다. 해와 달도 아이들이 올라갈 때처럼 반짝이는 은색선과 금색선을 따라 우물을 뱅뱅 돌면서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두레박에 담겨있을 때는 눈이 부실만큼 환한 빛을 내던 달과 해는 아래로 내려오면서 점점 어두워지더니 오른편에 있는 기와집 안으로 쑤욱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순덕이와 도영이는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그 두레박을 손으로 잡아 아래로 내려보냈습니다. 두레박은 아무런 줄도 없었습니다. 그냥 혼자 금색선과 은색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해와 달이 쉬고 있는 기와집에 다다랐습니다.

지붕이 슥 열리더니 두레박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불이 붙은 것처럼 이글거리고 있던 햇님의 기와집의 지붕은 열리자마자 불꽃이 튀었습니다. 아래에서 모습을 보고 있던 아이들은 놀란 듯 웅성거렸습니다.

아라 선녀가 바리에게 말했습니다.

“바리야, 저 우물 사이에 가면 여의주를 넣을 수 있는 여의주 함이 있단다. 그곳은 거기 담겨있는 가신들의 힘을 한해동안 저 아래 세상에 내려주는 곳이야, 도영이가 저 해를 두레박에 담아서 아래로 내려보내면 바로 가서 그 함을 열고 여의주를 집어넣도록 해라.”

백호는 바리를 등에 태우고 성큼성큼 뛰어서 그 여의주함으로 달려갔습니다. 두 개의 우물이 맞닿은 곳에 돌로 깎아만든 것 같은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다른 여의주 하나가 들어앉아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바리가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여의주였습니다.

바리는 오른손에 들고 있는 여의주를 들어 가만히 쳐다보았습니다. 이제 이 여의주가 안으로 들어가면 바리가 할 일을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이 여의주를 안으로 집어넣으면 어디선가 바리 이름을 부르면서 엄마와 아빠가 달려나올지 모릅니다.

그러자 바리 머리 속에는 복잡한 생각이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아빠를 어떻게 맞아야할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혹시 바리의 얼굴을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가시는 것은 아닐지…. 백호를 보고 놀라시는 것은 아닌지….

엄마 아빠가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셔서 바리가 몰라보는 것은 아닌지..

우물 위를 쳐다보았습니다. 두레박은 이글거리는 해와 달을 품어안고 거의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백호가 바리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바리는 백호에게 달려가 목을 끌어안고 말했습니다.

“이 여의주를 집어넣게 되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없는거야?”

백호는 한발로 바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습니다.

“우린 영원히 친구로 지낼 거야, 백두산에 사는 바리 친구…”

바리는 백호의 목을 가만히 안고 있다가 결심한 듯 단호한 얼굴로 등을 돌려 여의주함으로 돌아왔습니다. 대리석으로 깎아 만든 것 같은 그 여의주함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 신기한 동물들의 모습으로 장식이 되어있었고, 위 아래 여덟 모퉁이에는 붉은 빛이 도는 보석이 하나씩 박혀있었습니다. 바리는 그 함의 뚜껑을 열려고 여의주함에 손을 갔다 대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우물 꼭대기에 거의 다다른 두레박이 무언가에 걸린 듯 그자리에 멈추어 섰습니다. 덜커덩 하고 무언가에 걸리는 듯한 그 소리는 일월궁전을 가득 채웠습니다.

덜커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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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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