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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재잘대며 말했습니다.

“이 세상을 호랑이들이 다 어떻게 가져, 그리고 여기 있는 구름들하고 햇님하고 달님들은 누가 가질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야.”

“여기가 얼마나 넓은데 여길 나누어 가지니? 말도 안돼. 칼로 자르듯이 숭숭 잘라서 나누어주는 것도 아니고…. 이 넓은 곳은 자를 만큼 큰 칼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호랑이들이 모르고 있겠지, 이 세상은 아무도 자기 것으로 가지지 못해. 여긴 누구의 것도 아니라구. 호랑이들도 이곳에 오면 배우게 될 거야.”

바리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아마 너희들도 다 호랑이들로 바꾸어 버릴 지도 몰라.”

아이들은 많이 놀란듯 했습니다. 일월궁전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놀란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얼굴을 찌푸리고 불안해 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바리의 표정을 통해서 무언가 좋지 않은 기분이 전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듯 아이들은 여전히 수근거리고 있었습니다.

“호랑이가 되면 어떤 기분일까??

“호랑이가 되어서 선녀님을 한번 놀래켜 드리자.”

도영이가 말했습니다.

“아니야. 호랑이들이 이곳에 온다면, 아마 조금씩 야금야금 빼앗아 갈거야,”

순덕이도 거들었습니다.

“그래, 호랑이들은 엄마도 잡아먹고 우리도 잡아먹으려고 했어.”

“산에 사는 것들은 다 호랑이들이 차지했었어, 그래서 우리는 산에 함부로 들어가지도 못했다구.”

“우리 엄마처럼 우리를 다 잡아먹고, 우리 옷으로 갈아입고 상제님의 궁전으로 올라갈 지도 몰라.”

도영이와 순덕이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상제님의 궁전으로 올라가면 어떻게 되는데??”

“그럴 리가…. 상제님의 궁전으로 호랑이들이 올라간다구? 말도 안돼“

“그래? 그럼 호랑이들이 우리 일월궁전을 조금씩 빼앗아 갈지도 모르겠네. 도영이 어머니의 떡처럼?”

“우리를 다 잡아먹을거래.”

“여기 구름별판을 호랑이들이 다 차지하면 우린 어디로 가야되는데?”

“도대체 왜 그래? 여기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서로 나누어 가지면 더 좋잖아.”

그러자 백호가 입을 열었습니다.

“아무도 이 일월궁전을 차지하지는 않을거야. 우리는 그걸 막으러 왔어.”

파란 모자를 쓴 사내아이가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 호랑이들이 지금 이곳으로 올라오고 있다면서.”

순덕이가 한발 앞으로 나와서 말했습니다.

“내가 봤어, 저 구름 벌판에서 이상한 구름들이 땅 위에서 이곳으로 올라오는 걸 봤어.”

“그게 혹시 호랑이들 아니야?”

예쁜 댕기를 한 아이가 발을 구르면서 말했습니다.

“그럼, 어떡해. 그럼, 어떡해.”

순덕이가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맞아, 호랑이들이 그 구름 기둥을 타고 이곳으로 올라오는 게 분명해.”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물었습니다.

“뭐라구? 어디까지 올라와 있는데.”

“바로 구름벌판 밑까지 올라와 있었어.”

순덕이는 남들이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뿌듯한지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지금까지 비교적 차분하게 모여있던 아이들은 어디서 폭탄이라도 터진 듯 소리를 지르며 여기 저기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바리와 백호는 어찌해야 좋을지를 몰라 소리쳤습니다.

“얘들아, 제발 진정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야.”

도영이도 큰소리로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라니까, 아닐 거야, 그 나쁜 호랑이들이 이곳에 올라올 리가 없어. 순덕이가 잘못 본 걸 거야.”

바리는 아주 염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천주떡도 없었습니다. 이 여의주를 누구에게 건네주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손에 들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이미 섣달 30일 해를 내려보낼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해를 내려보낼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여기 저기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기만 했습니다.

해님이 쉬고 있는 기와집 지붕이 소리를 내면서 붉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려갈 시간이 되었으니 두레박을 내려서 우물 밑으로 보내달라는 것이었지만, 아이들은 소동에 휩싸여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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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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