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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와 백호 앞으로는 백두산 천지연이 물결을 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별빛을 받은 그 천지연은 마치 별빛들이 물결을 일으키며 출렁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바리와 백호가 서있던 곳은 어느새 마른 땅이 되어있었습니다. 바리와 백호, 조왕신 세 사람은 이제 바로 호수가에 서있었습니다.

그 출렁이는 별들의 물결을 헤치며 검은 바위 같은 것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바위 위로는 거대한 물기둥이 분수처럼 솟구치다가 금방 다시 땅으로 꺼져 버렸습니다.

웅장하게 천지연 위를 헤엄쳐 오던 그 검은 바위는 갑자기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것은 고래였습니다. 그 고래는 검은 색인 것 같기고 했고, 짙은 하늘색처럼 푸르게 빛나는 것도 같았습니다. 고래는 거대한 파도를 만들면서 금방 다시 천지연 아래로 자맥질해 들어갔습니다. 천지연 밑으로 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이 아주 훤하게 보였습니다.

그 고래는 금세 조왕신이 서있는 호수가로 헤엄쳐 와서는 호수 표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고래의 눈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헤드라이트를 켠 것처럼 주변 봉우리들이 환하게 빛날 정도였습니다.

그 고래가 말하는 소리가 백두산 천지에 은은하게 울렸습니다.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제 상제님께 올라가시겠습니까?”

조왕신이 말했습니다.

“천둥아, 어서 오너라, 많이 기다렸지?”

“아닙니다. 언제가 조왕신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래 뒤에로 별 내 개가 반짝이면서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날개옷을 입고 날아오는 선녀들이었습니다. 그 선녀들은 호숫가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날개옷에서 풍기는 아름다운 향기는 온 봉우리가 취할 정도였습니다.

한 선녀가 품에서 금빛의 방울을 꺼내어 흔들었습니다. 그 방울 소리를 따라서 조왕신의 발 밑으로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가 놓여졌습니다. 조왕신이 먼저 그 무지개 다리 위에 발을 디뎠습니다.

바리는 순간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뒤쪽으로는 측간신이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하늘끝까지 닿아있는 불기둥 사이사이로는 수많은 불꾼들이 나와서 바리와 백호을 배웅하고 있었습니다. 바리도 그들을 보면서 팔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바리야, 어서 가자.”

백호가 바리의 팔을 머리로 밀면서 말했습니다.

' 절대 이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 이 모든 것들을 영원히 기억할거야.’

이렇게 다짐하면서 바리는 백호와 함께 그 무지개 다리 위에 올라섰습니다. 그러자 무지개 다리 입구에 서있는 선녀들도 그 둘을 따라 무지개 다리 위에 올라왔습니다.

선녀 한 명이 다가와 백호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화완포는 벗어서 저에게 주시면 됩니다. 바리 아가씨. 호랑이님도 그 화완포를 저에게 주세요.”

화완포에는 단추가 있거나 지퍼가 달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벗고자 마음을 먹고 머리를 두르고 있는 두건에 손을 대자 저절로 스르르 몸에서 흘러내려 오더니 어느덧 선녀의 손으로 옮겨갔습니다. 다른 선녀가 와서는 백호의 화완포를 챙겨갔습니다.

바리와 백호는 그 무지개 다리를 따라 걸어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마치 자동으로 움직이는 보도처럼 무지개는 바리와 백호, 조왕신을 위에 얹고는 천지연을 넘어 고래 등위로 옮겨다 주었습니다.

그 고래 등위로는 자그마한 별들이 박힌 것처럼 반점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조왕신과 바리, 백호는 그 무지개다리를 타고 고래 위에 올라왔습니다. 선녀들은 그 고래 위로 날아올라서는 다시 방울을 흔들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그 고래가 조금씩 흔들렸습니다. 하늘로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아, 아.”

바리는 약간 겁이 나는지 자기도 모르게 주저앉으면서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조왕신님은 바리를 내려다 보며 가물가물 미소를 짓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쓸데 없는 걱정이었습니다. 바리와 백호는 아무것도 붙잡은 것이 없었지만, 고래등 위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서있을 수 있었습니다.

고래는 마침에 천지연을 박차고 올라와 완전히 공중에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커다란 고래가 어떻게 하늘로 오를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조왕신이 말했습니다.

“자, 간다!”

그 고래는 꼬리를 흔들면서 검은 바다 같은 우주공간 속으로 자맥질을 하듯 그렇게 힘차게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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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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