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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다시 측간신에게 달려갔습니다. 측간신님은 몸을 낮추어 달려오는 바리를 두 팔 가득히 꼭 안아주셨습니다.

“측간신님, 너무 죄송해요, 제가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인기척을 안하고 문을 열어서 많이 놀라셨죠? 정말 죄송해요, 모르고 그런 거에요, 용서해 주세요.”

바리는 여전히 울고 있었습니다.

“그래, 안다, 알아, 그런데 넌 나에게 용서를 빌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넌 정말 용감하고 착한 아이야. 난 그런 바리가 너무 자랑스럽다.”

조왕신이 가까이 다가와 말을 했습니다.

“그래, 바리는 아주 착한 아이야.”

바리가 조왕신에게 고개를 들어 말했습니다.

“측간신님이 조왕신님께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다 용서해 주시는 거죠? 그렇죠?”

측간신님이 바리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해주었습니다.

“그것은 염려 마라, 염려 마. 바리는 그냥 조왕신님을 따라서 일월궁전에 올라가서 엄마 아빠를 만나면 된다.”

조왕신도 그냥 고운 미소만 짓고 있을 뿐 별 대답이 없었습니다. 불기둥이 다시 파랗게 빛났습니다. 바리는 울기를 멈추고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눈물이 한없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울먹이면서 말했습니다.

“백호야, 얼른 일월궁전에 가자. 조왕신님, 얼른, 더 늦기 전에 빨리 일월궁전에 가요.”

조왕신은 천천히 방 한가운데 있던 거대한 파란 기둥으로 걸어나갔습니다. 이미 불꾼들은 움직이기를 멈추고 기둥에는 오직 파란 기운만 이글거리듯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기둥 앞에 다가간 조왕신은 팔을 쭉 뻗어 오른손을 안으로 집어넣었습니다.

손이 들어간 자리에 붉은 점이 생기더니 붉은 줄이 되어 위 아래로 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붉은 선은 그 기둥을 따라 위로 아래로 동시에 긴 줄을 그으며 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그 붉은 선은 점점 더 굵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 것은 굵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파란 기둥은 거대한 문이었습니다. 그 거대한 파란 기둥이 문을 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둥이 날개처럼 조금씩 옆쪽으로 팽창하면서 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문이 열리면서 기둥의 폭도 같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열리는 그 문 뒤로 웅장한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그 봉우리 옆으로 새로운 봉우리들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봉우리들은 옆으로 이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 거대한 봉우리들 위로는 온 우주의 별이 한자리에 모인 듯 마치 쏟아질 것처럼 봉우리들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 봉우리들의 꼭대기에서 그 많은 별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거대한 문은 끊임없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 문은 문지방도 문설주도 없이 한없이 열리고 또 열렸습니다. 문은 아주 활짝 열려서 옆에 서 있는 봉우리들까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왼쪽으로 또 수많은 봉우리들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백두산 천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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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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