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 여배우가 프랑스 파리에 방치되어 있다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이슈가 되었다. 그는 바로 1960년대 한국 영화계를 풍미했던 배우 윤정희씨였다. 그러나 배우자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언론을 통해 가족 보살핌으로 윤정희씨는 잘 지내고 있단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윤정희씨 모습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잘 지내시는 건 맞는 걸까?

지난 7일 MBC < PD수첩 >에서는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이 방송되었다. "윤정희씨 걱정에 잠을 못 잔다. 우리 누나를 좀 구해달라"는 윤정희씨 동생인 손병욱씨 제보로 시작된 이날 방송에서는 어머님 부고로 2019년 1월 한국에 입국해 치매 치료를 받던 윤정희씨를 4월 백건우씨 부녀가 다시 프랑스로 데려가 윤정희씨 동생과의 만남을 제한하는 과정과 함께 현재 윤정희씨 상태에 대한 취재 그리고 2013년부터 시행하는 성년 후견인 제도에 대해 짚어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을 취재한 김경희 PD와 지난 9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성년 후견인 제도, 피후견인 입장 고려해야"
     
 MBC < PD수첩 >에서는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

MBC < PD수첩 >에서는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 ⓒ PD수첩

 
- 지난 7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을 연출하셨잖아요, 소회가 어떠세요?
"이 아이템 하면서 삶에 대해 그리고 노년이 저도 다가올 텐데 어떻게 늙어 가야 되는지 이런 생각들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되게 쓸쓸하기도 하고요. 법적인 부분이 많이 개선됐으면 좋겠고 가정에서도 노인들을 어떻게 돌봐야 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좀 생각해보게끔 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하지만 윤정희 선생님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저도 궁금하기 때문에 마음이 가뿐하거나 후련하진 않아요."

- PD님은 성년 후견인 제도를 원래 아셨어요?
"저도 전혀 몰랐던 거고요. 2013년도에 생겨서 8년째 제도 운용을 하는 상황인데 일반 사람들한테도 가정법원에서 성년후견 판결이 되는 상황을 제가 사실 전혀 몰랐었어요."

- 일반인도 성년 후견인 제도를 많이 이용하나요?
"저희가 방송 말미 즈음에도 보여 드렸듯이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신청 건수가 10배 넘더라고요. 그만큼 많은 분이 성년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나이가 들면 그 집안마다 고민이 생길 것이고 그랬을 때 변호사들이라든지 아니면 법원에서도 이런 제도가 있다고 소개를 받고서 신청을 많이 하고 계시더라고요."

- 성년 후견인 제도에 대해서는 윤정희씨 동생분 제보로 하게 된 건가요?
"우선 저희 < PD수첩 > 메일로 제보가 지난 3월 말에 왔었어요. 제가 그거에 대해서 답신을 했었고 좀 더 얘기를 듣고 싶어 하다가 방송처럼 지난 5월 25일 윤정희 선생님 동생분이 뉴욕에서 전화하셔서 제보 내용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어요. 이분들이 해외에 흩어져 사시고 한국에도 몇 분 계시고 이런 상황이라 입장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 저희가 연구하다가 저희도 취재했던 거거든요."
 
 MBC < PD수첩 >에서는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

MBC < PD수첩 >에서는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 ⓒ PD수첩

 
- 2월에 이슈가 됐는데 그때 어떻게 보셨어요?
"청원이 올라왔을 때 '왜 한 가정사 얘기를 청원에 올리냐'라는 의견들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백건우씨도 '윤정희 배우와 저는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 말라. 그쪽에서 재산 부분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다'라고 해서 저도 일단락이 된다고 생각을 했지만 정작 윤정희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부분에서 궁금증은 계속 사라지지 않고 있었어요. 왜냐면 윤정희 배우는 어쨌든 간에 시대를 풍미했던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딱 손에 꼽히는 정말 대스타잖아요."

- 취재 시작은 뭐부터 하셨어요?
"5월 25일 첫 전화를 받고 그때부터 취재했죠. 사실 원래 지난해 10월에 따님 본인이 성년후견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국 성년후견인 심판 개시 청구를 했거든요. 그랬는데 올해 6월 초에 가사조사관이 후견 조사보고서 같은 걸 쓰려고 윤정희 선생님이 지금 프랑스 계시니까 비대면으로 조사를 했어요. 그런 조사하는 것도 한두 군데에서 기사가 났었고 저희도 계속 보고는 있었죠."

- 윤정희씨를 두고 친정 동생들 말과 백건우씨 부녀 말이 다른 거 같은데.
"백건우씨와 그리고 따님 같은 경우는 '윤정희 배우는 간병인 너덧 명이 돌아가면서 보살핌을 하고 있어서 잘 지내고 있다'라고 한 거고요. 근데 윤정희 선생님이 한국에 어머니 부고 때문에 오셨잖아요. 그리고 몇 개월 치료를 받던 중 2019년 4월에 프랑스를 갑자기 가게 되셨다는 정황들이 친정집에 다 흔적이 남아 있었고요. 그리고 당뇨 수치도 꽤 높으셨고 중증 치매였었는데 이분이 어떻게 케어가 되는지 저희도 사실 궁금한 거죠. 그래서 프랑스 취재를 또 하게 된 거고요."

- 백건우씨는 한국에 있는 거죠?
"프랑스로 다시 가셨더라고요. 그니까 8월 동안에 여섯 개의 공연이 있었고 그게 공연을 한다고 7월부터 홍보가 됐었어요. 그래서 저희도 아이템을 좀 준비하던 차에 백건우 선생님이 공연한다고 해서 직접 입장을 한번 들어보고 싶었고요. 지금 이혼하신 상태는 아니니까 배우자가 보통 보호자 역할을 하잖아요. 그래서 보호자 입장은 어떤지 좀 듣고 싶어서 저희도 인터뷰 요청을 수차례 드렸었죠."

"백건우-윤정희 친정, 2019년 4월 이후 사이 안 좋아져"
 
 MBC < PD수첩 >에서는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

MBC < PD수첩 >에서는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 ⓒ PD수첩

 
- 원래 백건우씨가 윤정희씨 친정하고 사이가 안 좋았나요 아니면 치매로 안 좋아진 건가요?
"원래 한국에 백건우 윤정희 부부가 오면 친정에서 머무르고 친정에서 백건우 선생님 스케줄도 도와줄 정도로 가까이 지냈었고요. 근데 2019년 1월에 장모님 돌아가셨을 때 못 왔고 윤정희씨를 전적으로 친정에 맡기면서 요양병원 알아보거나 아니면 케어를 어떻게 해야 될지 또 백건우 선생님이 혼자서는 못 하겠다고 얘기하시면서 서로 의견 차들이 좀 있었던 거 같고요. 가장 좀 틀어졌던 것은 2019년 4월에 프랑스로 갑작스럽게 데리고 가면서 형제분들과 연락이 잘 안 닿게 되고요. 그렇게 되면서 사이가 많이 안 좋아진 거 같아요."

- 프랑스와 한국의 성년 후견인 제도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프랑스 같은 경우 저희 방송에도 나왔듯이 친인척 우선 원칙이 되게 강하대요. 그래서 배우자 또는 자녀 이런 분들이 후견인 되기를 원칙으로 하는 경우가 있고 성년 후견 협회가 있어서 법원에서도 후견인이 가족 중에 정해지고 협회도 공동으로 후견인이 돼서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는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이고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친인척 원칙은 따로 없지만 가정 법원에서 성년 후견인이 정해지면 법원에서 사실 관리·감독을 하게 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는 윤정희씨 사례 뒤에 나왔던 한국 사례들처럼 성년후견인이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소송이 오고 가서 후견인 역할을 제3자든 누구든 간에 됐을 때 제대로 못 하게 되고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 윤정희씨 딸은 왜 윤정희씨와 동생들 만남을 막는 건가요?
"윤정희씨 따님 같은 경우는 친정 쪽에서 돈을 탐해서 한다는 생각에 차단한 거죠. 그게 변론서에도 나와 있는데 사실 윤정희씨 친정 쪽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저희한테 얘기하신 거고요. 이분들은 상속권도 없기 때문에 윤정희씨 재산을 탐할 위치가 아니고요. 윤정희씨 재산이 치료와 간병에 제대로 쓰였으면 해서 제3자 성년후견인을 심판개시청구한 거고요. 외동딸과 남편이 윤정희씨를 제대로 돌봐줄 환경이 못 되니 잘 돌봐줄 사람이 후견을 해줬음 좋겠다가 이분들 주장이었습니다."

- 프랑스 취재는 어떻게 하신 거예요?
"사실은 저도 백신을 맞았으면 제가 직접 가야 되는데요. 7월 달 내내 백신을 못 구했어요. 그래서 더 뒤로 취재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고 해서 저희 MBC랑 오래 일하셨던 코디님들한테 부탁을 해 가지고 취재를 하게 됐어요."
 
 MBC < PD수첩 >에서는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

MBC < PD수첩 >에서는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 ⓒ PD수첩

 
- 우리나라도 후견인으로 다툼이 있나 봐요?
"저희 사례들에 나왔던 것처럼 후견인 지정 전 그리고 지정 후에도 다툼이 되게 만연해 있고요. 소송 과정 거치면서 결과를 얻어내려면 법원 속에서 해야 되는 상황밖에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행정기관에서 이런 거 관리·감독하면 그쪽에 민원 넣어서 중간자적 입장에서 누군가 관리해 주거나 감독을 해주거는 게 없어요. 그러니 다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해야 되기 때문에 해결도 쉽지 않고요.

임시후견인으로 누가 선정됐으면 후견인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해서 긴급하게 내린 건데도 불구하고 한쪽에서 '나는 후견인이 필요가 없다'라고 얘기를 하면 또 법적으로 지난한 싸움을 거쳐서 다시 결론이 내려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더라고요. 이런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지 않냐고 생각이 들었고 후견인 협회라든지 처음에 성년후견인 도입할 때 연구했던 교수라든지 이런 사람들 찾아가서 물으니 앞으로 더 초고령 사회가 될 거니까 이런 제도에 대한 활용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고 그렇다면 제도 보완을 시급하게 해야 되지 않냐는 얘기도 많이 하고 계셨어요."

- 이게 입법적인 부분인가요?
"입법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고요. 사실은 2018년에 우리나라에서 세계 후견인의 날 행사도 했었대요. 그래서 세계적으로 후견제도를 가진 나라의 대표들이 와서 어떤 식으로 제도가 정책되고 있는지도 공유하고 했었고 후견인 관련해서 입법을 하려고 노력했었으나 그게 좀 관철은 잘 안 된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입법적인 절차를 갈 것인지 아니면 행정적인 부분에 있어서 이제 필요성이 느껴져서 복지부 외에 다른 산하기관이 있거나 무슨 청이 생길 건지 이런 거는 진짜 국가에서 더 적극적으로 논의를 해 봐야 되는 부분인 거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어쨌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고 이게 내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많이 했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어쨌든 가족 간의 누군가 노인을 모시면서 생길 법한 일인데 이게 재산적인 분쟁으로만 비쳐야 되는 것인가죠. 정작 그렇게 나이 들어서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과연 법적으로 그리고 의료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게 되는 것인가란 생각을 되게 많이 하게 됐어요. 그래서 앞으로 피후견인 입장에서 좀 더 생각해서 이런 제도가 좀 더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한 것 같아요."

- 취재할 때 어려운 건 뭐였어요?
"형제분들 만나는 거 그리고 취재원들 만나는 거 하나하나마다 어려웠던 아이템이고요. 왜냐면 후견제도 활용하시는 부분에서 분쟁 같은 것들을 다 얘기를 하면서 해야 되니까 본인들도  어떤 용기가 있으셔야 됐던 거 같고요. 윤정희 선생님 같은 경우는 저희가 만나려고 굉장히 노력했었고 했지만 어려웠었고 백건우 선생님 같은 경우도 입장을 듣고 싶었는데 입장을 밝히는 거 고민해보겠다는 얘기를 수없이 듣다가 결국 안 해 주신 거거든요. 그런 과정들이 좀 있었어 가지고 어려움이 있었죠. 해외 취재도 있었고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 사실 윤정희 선생님 친정 분들이 만남을 제한받고 있다가 만남이 중단됐거든요. 저희한테 이렇게 제보를 하셨던 이유는 윤정희 선생님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게 전혀 아니에요. 그냥 단지 누나 혹은 언니가 잘 있는지 확인을 하고 싶었던 건데 어떤 후견 제도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후견인의 감정이 들어가서 재량권이 그렇게 돌아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법원에서 재량권을 줬으면 중립적으로 형제분 만나는 게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그게 결국에는 윤정희 선생님을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걸 고려해 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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