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의 청부 민원 보도의 한 장면

뉴스타파의 청부 민원 보도의 한 장면 ⓒ 뉴스타파

 
지난해 12월 25일 <뉴스타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보도했다. 류 위원장이 2022년 당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에 대해 가족과 지인에게 방심위에 민원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같은 날 MBC도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를 보도했다. 파장이 커지자, 류희림 위원장은 민원인에게 사과하며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고자, 지난해 12월 28일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을 취재한 박종화 <뉴스타파>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보도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뉴스타파>가 25일 첫 보도를 하고, 그날 저녁에 MBC도 보도한 다음 날 26일 아침에 바로 류희림 위원장이 개인 명의로 방심위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렸어요. '민원인들에게 사과한다'는 입장문이더라고요. 저희 보도에서,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이 민원인에 대거 포함되어 있다고 했는데 그 민원인들에게 사과한다는 게 황당했어요. 류 위원장이 기관장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을 벌인 것에 대해 직원들과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을 청부한 것으로 의심되는 다수의 민원인에게 사과한다니, 당황스러웠습니다.
 
국민의힘 당에서도 바로 논평이 나왔어요. 논평에서 방심위 공익 제보자를 폄훼했고 <뉴스타파>와 MBC, 경향신문이 좌파 매체들이라며, 대선 공작과 유사하다는 식이더라고요. 하지만 저희 보도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팩트를 기반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선거공작으로 폄훼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죠."

- 앞선 녹취록 보도에 비하면 이번 청부 민원은 인용 보도가 별로 없더라고요. 
"방심위-방통위가 언론장악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앞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이 무더기로 과징금 처분과 벌점을 받았어요. 방송사 재승인에 위협을 가했고요. 방심위의 '심판자' 역할을 악용한 사례인데요. 국민의힘도 방송 다음 날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 보도하면 언론중재위에 갈 수도 있다'고 협박성 성명을 냈고요. 또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정권을 비판하는 매체에 대한 법정제재 등 처분을 아주 쉽게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 과도한 규제나 압력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현상)라고 보고 있습니다."

-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은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두 달 전부터 방송 장악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방심위와 방통위를 취재했고요. 방심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회의록을 통해 조망해볼 수 있었는데요. 8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디어연대 대표였던 류희림씨를 방심위원으로 위촉한 시점 전후에 벌어진 사건부터 회의록을 모두 확인했어요. 계속 야권 추천 위원들이 '군사작전처럼 지금 위원회가 굴러가고 있다', '이거 파시즘 아니냐', '나치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라는 식의 문제제기를 하거든요. 방심위 내부 게시판에서도 9월 중순 이후부터 류희림 위원장의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 비판하고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이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 방대한 분량의 회의록을 검토하면서 어땠나요? 어떤 내용이 있었나요?
"읽으면 읽을수록 언론 자유를 위축 시키는, 언론 탄압의 씨앗이 바로 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기록으로 다 남아있는데, 이걸 어떻게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까를 굉장히 고민했어요. 방심위 회의는 7명의 위원이 치열하게 논쟁하는데, 촬영과 녹음이 불가능합니다. 오로지 텍스트로만 남아있어요. 저희는 이걸 재연 장면으로 만들었어요. 이 현장을 시민들은 볼 수가 없잖아요. 이런 장면을 통해 우리가 잘 몰랐던 방심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그들이 이곳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려 했는지 보다 쉽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 이동관 전 방통위 위원장은 9월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방심위가 <뉴스타파> 인용 보도한 매체들에 대해 엄중조치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전에 뭔가 오갔을까요?
"저희가 의혹 제기를 하는 부분은 4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과방위 출석이 오후 4시 반쯤 끝나요. '수사기관이 아니더라도 방심위 통해서 (제재)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죠. 같은날 5시 반께부터 그다음 날 오전 10시께 방송소위 회의 직전까지 민원 71건이 쏟아져요. 쏟아지는 민원 중에 류희림 위원장의 지인과 가족들의 민원이 다수거든요. 이 회의에서 여권 추천 위원들이 '어제 국회에서 난리가 났으니까 뉴스타파 안건을 긴급 심의하자'는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이동관이 말하고, 류희림의 지인들이 민원을 넣고, 방심위에서 인용 보도를 긴급 안건으로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24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벌어진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 타임라인이 중요했습니다."

-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에게 청부 민원을 했다면, 보수단체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왜 가족과 지인이었을까요?
"저희도 그게 재밌는 지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자기가 가장 믿는 가족, 전 직장 동료, 이전 회사 동기 등의 사람들이 동원됐어요.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직장을 가진 다양한 그룹이 있는데, 서로 비슷하거나 똑같은 민원을 넣어요. 이 그룹들의 유일한 교집합은 류 위원장이에요. 왜 그랬을까요?

8월 18일 대통령이 류희림씨를 방심위원으로 위촉했는데, 방심위 내부에서 류희림씨가 위원장으로 호선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됩니다. 9월 8일에야 호선되거든요. 그런데 9월 4일 (국회 과방위에서) '방심위 제재'가 언급되니까, 당시 위원장 신분이 아니었던 류희림씨의 마음이 급해졌겠죠.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심의 안건으로 만들기 위해서, 나아가 과징금으로 빠르게 의결하기 위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한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듭니다."
 
 뉴스타파의 청부 민원 보도의 한 장면

뉴스타파의 청부 민원 보도의 한 장면 ⓒ 뉴스타파

 
- 결국 방심위가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해 긴급 심의를 합니다. 긴급 심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긴급 심의 안건은 사안을 긴급하게 심의할 필요성이 있으면 위원들끼리 결정해서 긴급 심의 안건으로 보낼 수 있고요. 위원장 직권으로 단독 부의권을 행사하여 '이 사안은 긴급 심의하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저희가 회의록을 모두 확인했을 때 위원장의 단독 부의권 행사는 단 한 차례도 없었어요. 방심위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고 알고 있어요. 그리고 <뉴스타파> 안건이 긴급 심의로 넘어간 건, 9월 5일이에요, 방송소위에 참여한 세 명의 위원 중 두 명의 위원이 <뉴스타파> 인용 보도 사안 긴급 심의에 의결한 거죠."

- 가족과 지인의 민원을 심의하는 건 청부와 별개로 이해충돌이 되는 건가요?
"심의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자신의 지인이 이해관계자로 관여됐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이해관계자가 있음을 서면으로 알리고 심의에서 회피해야 되는 규정이 있습니다. 방심위는 민간독립기구이지만, 기관의 역할 특성상 공무원에 준한 법령이 적용돼요. 류희림 위원장은 이 사실을 9월에 보고받았어요. 당연히 위원장은 가족이 민원을 제기했다는 걸 알았죠. 가족의 민원이 취하되었을 뿐, 위원장은 계속 수많은 심의에 참여했습니다. 민원이 취하되더라도 안건으로 올라갔고요. 류 위원장이 심의에 참여했으니 당연히 이해상충이죠. 또한 저희 취재 결과, 위원장의 가족과 친인척 다섯 명의 민원들은 취하되지도 않았어요."

- 류 위원장 동생은 자신의 직원들에게 직접 민원 넣으라고 지시했습니다. 본인은 강요가 아니라 부탁이었다고 하던데요.
"상사의 말이 강압적이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류 위원장의 동생이 자기 수련원 강사들에게 부탁한 것은 굉장히 이상한 일이죠. 그 강사들이 같은 문구로 민원 제기한 것도 조직적 민원에 동원이 된 것이고요."

- 방송 보니까 자기가 민원을 올렸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저희가 만나본 사람 중에 본인이 어떤 민원을 썼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다수였어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류희림 위원장은 자발적으로 민원인이 제기한 사안인 것처럼 말했지만 위증이죠. 본인이 어떤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는지도 모르는데 그게 어떻게 자발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방심위는 제보자를 색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공익 제보자를 괴롭히려는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죠. 위원장이 본인의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해서 민원을 넣은 게 사실이라면, 청부 민원 때문에 지난 3개월여를 밤낮으로 고생한 방심위 직원들과 위원들, 방송사들, 그리고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오히려 '방귀 뀐 놈이 성내듯' 적반하장으로 공익 제보자를 괴롭히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더 확실하게 들었어요."

- 후속 보도는 예정되어 있나요?
"류 위원장이 방심위 내부에 특별감사반을 꾸려서 공익 제보자를 색출하려고 하고 있고, 검찰에 방심위 이름으로 성명 불상의 공익 제보자를 고발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런 과정도 저희가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후속 보도를 통해, 류 위원장이 부정하고 있는 이해상충 문제와 본인에게 명백한 책임이 있음을 열심히 취재하여 보도하려고 합니다."
박종화 방심위 류희림 청부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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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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