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예고편

MBC 예고편 ⓒ MBC

 
지난 10월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인터넷에서는 김포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먼 도시들도 '서울시 ○○구'로 해달라는 비판과 풍자가 아우성 쳤다. 우리는 왜 서울로 편입되려는 걸까?

지난 5일 MBC 시사 교양 < PD수첩 >에서는 '서울시 김포구? 메가 서울 논란' 편이 방송되었다. 김포시에서 주최한 주민간담회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서울 편입 요구하는 이유를 들어보고 국토 균형 발전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짚어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6일 해당 회차 연출한 김보람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제가 원래 도시 계획이나 도시 공간에 대한 주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는 관련 자료들 보고 전문가들 만나면서 재밌게 했던 아이템이라 의미가 있었고요. 그리고 기자님이 매번 서울로 올라오시는 것도 취재원이 모두 서울에 있기 때문이잖아요. 어떤 지점에서 모두가 '서울'을 원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어요. 저희 제작진도 회의하다가 '우리 팀에도 서울 사람 아무도 없네'라고 했거든요. 저희가 태생적으로 지역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지금 우리 사회에서 서울, 그리고 수도권이란 어떤 존재이고 우리가 살았던 지역은 어땠는지 이런 문제의식을 다양하게 논의해 봤던 아이템이었습니다."

- 서울 인근 도시의 서울시 편입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이게 약 한 달 전에 굉장히 확 나온 주제잖아요. 그래서 저희 팀 회의에서도 팀장님이 '김보람 PD 아이템 정했어? 아이템 안 정했으면 서울시 김포구 어때?' 얘기하셨는데 그때는 다같이 진지하게는 생각 안 하고 웃고 넘어갔거든요. 근데 계속 일이 커지는 거예요. 이슈가 굉장히 확대되는 양상이 조금 흥미로웠고요. 지금 우리 사회에 '서울시 김포구'라는 단어가 던지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다가 아이템을 취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평소에 인구 집중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신 편인가요?
"확실히 모든 건 서울에 있잖아요. 다른 나라도 수도는 수도로서의 상징성이 있지만 모든 사람이 수도를 맹목적으로 열망하게 되는 구조는 아닌 것 같아요. 일본만 해도 자기 지역 고향에 약간 자부심도 있고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린 일자리도 있는데 우린 너무 다 서울에 있죠. 그러다 보니까 수도권 집중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도 됐어요. 모두가 서울을 원하는 건, 생각해 보면 결국 여기 다 모든 게 있거든요."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었을 때, 장점과 문제점
 
 김보람 PD

김보람 PD ⓒ 이영광

 
- 서울 인근 도시들은 서울 편입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인가요?
"되게 다양한 의견이 있었어요. 경기도 구리나 하남 위례 같은 경우 일부 주민들 차원에서 추진위 모임이 꾸려지기도 했었고요."

- 하남이나 구리는 김포 이야기 나오기 전부터 그런 움직임이 있었던 건가요?
"지역 사회에서 꾸준히 얘기는 있었던 것 같아요. 구리 경우는 서울 광진구와 통합하면 좋겠단 얘기 있었다고 들었고, 위례신도시 같은 경우 굉장히 오랫동안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얘기가 나왔죠. 근데 '서울시 김포구'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다 보니까 '여기에 같이 목소리를 내야지 우리가 지속적으로 고민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떤 동력이 되겠다'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 지역들이 서울로 편입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부동산일까요?
"그렇죠. 사실은 자산가치 상승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인 것 같기는 해요.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부동산이 굉장히 자산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죠. 서울 부동산은 경기도보다 땅값이 오르는 속도가 빠르다는 한국은행 자료도 있었거든요. 자산가치 상승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을 거고요."

- 김포는 교통 문제가 심각해서 서울로 편입하려는 거죠?
"저희가 느끼기로는 교통 문제가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악명 높다는 김포골드라인을 직접 가봤는데요. 김포 골병 라인이라고 하더라고요. 서울 안에도 9호선, 2호선 등 혼잡하게 인지하는 노선들이 있잖아요. 근데 김포 골드라인이 그 혼잡도를 이겼더라고요. 도대체 얼마나 문제가 있고 얼마나 골병 들길래 이런 말들이 진짜 나오는 것인가. 지난 대선 때 '너도 한번 타봐라! 챌린지'란 게 있었거든요. 김포 시민분이 아마 시작하신 것 같은데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도 타시고 이재명 대표 타시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타시고요. 정치인들이 단골로 찾으시는 장소였고. 저희도 타보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 김포가 서울시로 편입될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김포 같은 경우 도농복합 지역이어서 농어촌 지역의 특성에 따른 특례 제도가 있어요. 대입에서도 특례 입학이 가능한 지역도 있고요.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나온 부분인데 의약분업 예외 지역도 있거든요. 그런데 만약 서울특별시로 편입이 되면 그 혜택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서울 편입 후 그 지역에 병원이 생기면 다행인 건데, 외곽 지역이라 병원이 안 들어올 수도 있잖아요. 김포 월곶면 같은 경우가 그 면 전체에 병원이 딱 하나 있어요. 그마저도 정신질환 전문 입원 병원이거든요. 치과 하나, 한의원 하나 있고. 그러니까 의약분업 예외 규정에 해당되는 지역이었는데 거기 어르신들 굉장히 많이 사시는데 진료받기 어렵다고들 하시더라고요. 가까운 병원이 없어서요."

- 이번에 국민의힘이 낸 법안에서는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특례를 한시적으로 유예한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부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시는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선택에 경남 도지사가 충격 받았다
 
 김보람 PD

김보람 PD ⓒ 이영광


-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한 부분에 왜 경북 구미 이야기를 넣은 건가요?
"SK하이닉스 투자 얘기가 나왔을 때, 구미뿐만 아니라 지역의 많은 지역 도시에서 유치전을 했어요. 그게 구미와 용인의 강력한 2파전이었다고 들었어요. 사실 저희가 교과서에서 배웠다시피 구미는 큰 공업 단지이고 길 이름이 '수출대로'예요. 그 정도로 과거에 공업 도시로서의 자부심이 있고 관련 인프라가 제법 있는 도시죠. 

근데 SK가 용인으로 갔잖아요. 그게 지역 사회에서는 굉장히 충격적인 뉴스였다고 해요. 그래서 예전 경남 도지사의 인터뷰에서 '부울경 메가시티를 왜 구상하게 됐느냐', 'SK하이닉스가 수도권 용인을 택했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고 그러면 구미보다 경남은 수도권과 훨씬 먼데 어떻게 생존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셨다'라는 말을 봤어요. 그래서 구미로 갔습니다."

- SK 하이닉스는 용인을 택한 게 '인재를 찾기 위해서'라고 했어요. 채용공고는 전국으로 내는데 용인으로 간다는 게 설득력이 있었을까요?
"SK하이닉스가 계획을 했던 게 반도체 클러스터였어요. 상당 부분이 R&D 연구 인력이었거든요. 기흥 라인, 판교 라인. 인재들이 생각하는 직장 소재지의 하한선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좋은 인력들은 지방에 내려와서 일하기 싫어 한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말이었거든요. 심지어 지역 출신들조차도 그러면 결국 인재가 있는 지역으로 가야 되지 않느냐라고 해요. 저도 그렇고, 저희 팀원들도, 제 친구들도 결과적으로 모두가 서울 수도권으로 와 있어요. 악순환이에요. 계속 쏠림 현상만 가속화되고 있죠."

- 부울경 메가시티가 좌절된 건 지자체장 교체로 인한 걸까요?
"그렇게 보시는 시선이 가장 많은 것 같아요. 실체가 있었던 어떤 프로젝트였고 사무실도 마련됐어요. 구체적인 규약도 마련됐었는데 지방선거 직후에 여당 소속의 지자체장들로 바뀌면서 각자의 이해관계로 무산이 됐죠."

- 조경태 의원은 서울 광주 부산 중심으로 메가시티 해야 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할까요? 
"그 부분에 대해 의문과 우려를 내놓으신 전문가들이 꽤 있었어요. 그러니까 서울은 이미 메가시티라는 거죠. 사실 서울 지금 960만 인구잖아요. 메가시티 단어 그대로 하자면 천만 이상의 도시라고 하니까. 천만 깨졌으니까 병합해서 천만 도시 가야 한다는 논리인데, 제가 만난 몇몇 도시계획 전문가분들은 '인구수나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서울은 메가시티로 봐야 된다'고 하셨어요."

- 결국 국토 균형 발전 그리고 저출생 문제와 연결된 것 같네요.
"맞아요. '서울시 김포구'로 시작했지만 이거 하나하나 짚어보면 정말 말씀하신 대로 우리의 현실이 보이는 이슈거든요. 국토 균형 발전을 정말 모든 정부에서 부르짖어 왔는데 다 실패하고 있잖아요. 저희가 카토그램이라는 데이터 시각화 기법을 카이스트 연구팀 덕분에 한 번 활용을 해봤는데요. 인구통계에 비례해 지도를 만드니 형태가 정말 기괴하잖아요. 사실은 이걸 그대로 방치하는 게 맞느냐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무엇일까요?
"저희도 시사 이슈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인데도 서울 중심적으로 뉴스를 소비했다는 거예요. 부울경이나 구미 하이닉스 유치나 이런 다른 지역의 이슈들도 이번 기회에 조금 더 들여다보게 됐고요. 지역 불균형 관련된 이슈들 취재하면서 저희도 조금 더 관심 가져야 되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것은 또 어떤 게 있나요?
"서울에 좋은 것은 다 모여 있잖아요. 좋은 인프라, 대학병원도 있고 각종 대기업. 100대 기업의 90%가 서울 수도권에 있고 그런 얘기는 하는데 오히려 송전탑이라든지 그다음에 쓰레기 소각장 등 기피 시설들은 전부 지역으로 가고 있죠. 청주 북이면에 '소각장 마을'이라는 별칭이 있는 곳이 있더라고요. IC 근처였는데 서울 수도권과 굉장히 접근성이 좋은 마을 하나에 소각장 3개가 몰려 있어요. 근데 거기 청주 쓰레기는 많지 않고 주로 오는 거는 수도권 트럭이거든요. 그걸 취재했어요. 그런 걸 보면 참 되게 안타까운 현실이죠. 

그리고 쿠팡 새벽 배송 지역과 지역 소멸 위기 지도를 겹쳐보면 유의미한 결과가 있다는 얘기가 온라인에 있더라고요. 쿠팡 새벽 배송이 되는 지역은 소멸 위기 아니에요. 이런 불균형이 다양한 영역에서 발견되고 있죠. 지역 균형 발전 아이템을 통으로 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얘깃거리가 많았는데 많이 못 담아서 아쉽습니다."
김보람 PD수첩 매가시티 국토균형빌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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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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