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이미지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이미지 ⓒ MBC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을 표방한 M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아래 '스트레이트')가 23일 100회를 맞이한다.

2018년 2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스트레이트>는 프로그램 슬로건처럼 아이템을 한 번 잡으면 일회성 보도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취재를 이어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방송 100회 맞이한 소감이 궁금해 지난 1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스트레이트>의 김연국 부장을 만났다. 다음은 김 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 23일 <스트레이트>가 100회를 맞이하잖아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스트레이트>는 2018년 2월에 처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촛불 집회로 적폐 청산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컸던 시기였고, MBC도 오랜 기간 적폐의 암울한 시대를 걷어 내고 다시 정상화, 회복을 다짐하던 시기였습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고, 적폐를 청산하자는 시민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런 시민들의 지지와 열망이 지금까지 100회 방송을 이어온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 2년 6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요?
"촛불 정신 구현에 언론도 부응해야 한다는 시청자들 요구와 성역 없이 끈질기게 적폐를 추적한다는 프로그램 정신이 잘 부합했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거침없이 끝까지 찾아가서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의 정신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지지해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스트레이트> 부장을 맡은 지 지 4개월이 되었잖아요? 어떻게 보내셨나요. 
"좀 바빴어요. <스트레이트>가 시청자들의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조금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4개월 동안 몇 가지를 바꿨어요."

- 어떤 부분을 이야기 하는 건가요?
"우선,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길 중 하나가 시청자들과의 소통이었어요. <스트레이트>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제가 왔을 때 26만 명 정도 됐더라고요. 근데 그 많은 시청자분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시청자들과의 소통 공간을 좀 더 넓히고,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더 귀 기울여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저희 프로그램에 다 담지 못한 진솔한 이야기들도 시청자들에게 좀 더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서 취재 뒷이야기를 전하는 <스트레이트 후> 방송도 시작했죠. 사실 <스트레이트 후> 방송을 시작할 때 팀원들의 반대가 좀 있었어요. 취재해서 방송 만들기도 힘들기 때문에 취재 다 끝나고 또 뭔가를 할 여력이 없다는 거였는데, 제가 설득했죠."

- <스트레이트> 아이템 선정 기준이 있을까요?
"이건 우리가 저널리즘을 어떻게 볼까와 관련이 있어요. 좋은 저널리즘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첫 번째로 얘기했던 게 앞으로는 시청자들과 소통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말씀드렸었죠. 그거 말고도 사실 좋은 저널리즘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게 더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입니다. 또 언론이 국민에게 불신 받는 시대잖아요. 그런 시대에 저널리즘은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겁니다. 사실만 전달하는 저널리즘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기자는 옛날에는 팩트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직업이었잖아요. 근데 이미 팩트는 넘쳐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그 팩트들의 이면에 숨어있는 맥락, 의미, 그리고 그게 앞으로 그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지, 무슨 뜻인지 해석하고, 설명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게 저널리즘의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이 될 거라고 봅니다. 단순히 '우리 이런 걸 찾아냈어요. 알고 보니 이런 새로운 사실이 있었어요'라고 알리는 저널리즘을 넘어서야죠.

'수많은 팩트를 우리가 조합하고 분석해보니 사실 이런 의미가 숨어 있었고,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더 나아가 이런 수많은 사실을 종합해보니,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바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 공동체가 더 많이 고민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석하고 의제를 전달하는 저널리즘이 앞으로는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해요."
 
 김연국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부장

김연국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부장 ⓒ 김연국 제공

 
- 그럼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해지겠네요?
"모든 기사는 원래 스토리텔링이죠. 그건 처음부터 저널리즘이 지향해야 할 곳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단순히 서사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그 서사 뒤에 숨어 있는 '맥락'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검찰 기사들이 상당히 문제가 됐던 게, 누구한테 작은 팩트 하나 듣고 '우리 이거 찾아냈어요'라고 특종이란 이름으로 이것저것 던지잖아요. 그런데 사실 그게 전체적인 그림에서 보면 일부분, 조각일 뿐인 경우가 많죠. 전체 맥락과 큰 그림이 아니라, 작은 조각 하나 찾아내 거기에 과잉 의미를 부여하는 저널리즘, 이게 시민들에게 불신받은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저널리즘에선 그런 조각조각을 다 모아 큰 그림이 어떻게 되는지, 그 조각은 전체 맥락에서 어떤 부분인지를 설명하고 해석해 주는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적극적인 해석 저널리즘, 또는 맥락 저널리즘이라고 봅니다. <스트레이트>는 앞으로도 그런 저널리즘을 지향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게 제 두 번째 생각입니다.

세 번째는 앞으로 좀 더 고민해서 발전시켜야 할 부분입니다. <스트레이트> 초반엔 적폐 청산이란 시대적 과제에 충실했죠. 적폐를 용감하게 끝까지 추적했죠. 대표적으로 삼성 같은 재벌, 검찰 권력, 언론 권력 적폐들을 추적해 왔고, 많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이트>의 정신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저기 악이 있다. 악이 문제를 발생시켰고, 따라서 악을 고발해야겠다'라는 거였습니다. 이 저널리즘은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가진 방식이지만, 조금 더 나가 보면 사실 누구 하나를 악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훨씬 더 중요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고 봐요.

얼마 전에 <스트레이트>가 플랫폼 노동 문제를 다뤘잖아요. 두 차례에 걸쳐서 다뤘는데 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봤습니다. 아마 전통적 의미의 고발 저널리즘에 익숙하신 분들은 '<스트레이트>가 저런 것도 하네'라고 의아하셨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건 사실 앞으로 저널리즘이 더 지향해야 될 길이라고 봤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런 길을 가봤습니다."

-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코로나 이후 시대에 훨씬 더 중요해진 한국 사회 과제는 일자리 문제, 노동 문제, 삶의 문제, 이 문제들로 인해 빈부 격차, 사회적 기회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고발하는 것보다는 좀 덜 선명해 보일 수 있지만, 한국 사회가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구조적 문제라고 봤습니다.

플랫폼 노동은 기존 노동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자본의 새로운 욕망이 표출되는 형식입니다. 착취일 수도 있죠. 수많은 평범한 노동자들이 앞으로는 전통적인 고용 관계가 아니라 플랫폼에서 노골적으로 일회용 상품처럼 거래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이건 시대가 변할 수 있는 문제이고, 많은 사람의 삶 전체가 송두리째 바뀔 수 있는 문제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그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언론 역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저널리즘이 앞으로는 오히려 이런 문제를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행히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 <스트레이트>가 아무래도 적폐 청산에 대한 아이템을 많이 다뤘다 보니 시청층이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어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저널리즘의 원칙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당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문제가 아니라, 저널리즘이라면 당연히 견지해야 할 원칙에 관한 문제죠.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그 뒤에 숨어있는 의미를 해석하려고 노력하고, 그 결과가 특정 정당에 유리하든 불리하든 상관없이 공동체의 가치에 비추어 벗어나 있거나 문제가 있으면 고발해야죠.

예를 들어 최근에 <스트레이트>가 집값 폭등 아이템을 했잖아요. 그 아이템 역시 사실 출발할 때부터 미래통합당 주호영 의원을 타깃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집값이 저렇게 비정상적으로 폭등해도 되는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현 정부의 정책 실패도 있지 않았는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집값 폭등의 원인을 추적해 거슬러 가다 보니, 2014년 12월 강남 재건축 특혜 3법과 맞닥뜨리게 된 겁니다. 그러면 그 당시 재건축 3법에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 중 혹시 재건축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다시 추적해본 거죠. 그랬더니 21명의 국회의원이 있었고, 거기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있었던 거죠.

저희가 이 사실을  맞닥뜨렸을 때 놀랍긴 했지만, 특정 정당에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놓고는 어떤 고민도 하지 않았어요. 저널리즘이라면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죠. 그 기준은 공동체가 함께 할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하고, 양심적이고 훈련받은 저널리스트들이 함께 토론해 정하는 기준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기준에 비춰볼 때, 국회의원이 자기가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서, 강남 재건축에 특혜를 주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정당한가라는 질문이 나온 겁니다.

비록 불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문제에 관해서 적어도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죠.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토론했고, 그 결과가 설사 특정 정당에 불리한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 사회가 합의하는 윤리적 기준, 가치에 비춰서 문제가 있다면 모두 공개하고 고발하는 게 우리 프로그램 정신이라 생각합니다.

<스트레이트>가 특정 정당에 대한 유불리가 아니라, 민주주의,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연대의 정신을 지켜나간다면,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의 한 장면.

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의 한 장면. ⓒ MBC

- 최근 들어 아이템이 연성화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마 플랫폼 노동 같은 아이템을 보고 그렇게 지적 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선명한 적을 고발하는 것이 지지받기 쉽겠죠. 하지만 그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모두 드러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플랫폼 노동처럼 눈에 선명하게 보이지 않지만, 훨씬 더 광범위하게 사람들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 즉 구조적인 적에 대해서도 저널리즘은 고발하고, 같이 고민하자고 제안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스트레이트>가 대부분 한 회당 2개의 아이템으로 구성하잖아요? 그런데 하나의 아이템을 깊숙이 파고드는 게 낫지 않냐는 의견도 있어요. 
"동의합니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 시간이 조금 줄었어요. 40분 남짓 정도 방송되고 있는데 사실 저희가 잡으려고 하는 주제들은 훨씬 더 다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될 겁니다. 그런 문제를 다루려면 그 40분 정도의 편성 시간을 절반으로 쪼개서 20분 남짓에 다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되도록 우리 사회가 진짜 고민해야 할 굵직한 문제에 대해서 40분 전체를 다루려고 합니다. 또 그것으로도 모자란다면 40분+40분, 연속 2회 혹은 3회 방송으로 80분이나 120분 다룰 수 있다고 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스트레이트>가 이번 주에 100회를 맞습니다. 우선 진행자가 좀 추가돼요. 지금까지 조승원 기자가 MC로 수고해 주시데, 앞으로는 조승원 기자와 허일후 아나운서가 공동 MC로 진행하게 됩니다. 이렇게 변화를 주는 이유는 시청자들과 소통이 저널리즘의 좀 더 중요한 덕목이 될 거라는 저의 생각 때문입니다.

조승원 기자도 기자고, 이 프로그램 책임자인 저도 기자고, 이 프로그램 만들고 있는 취재 데스크나 평기자도 기자잖아요. 기자들의 눈으로만 이 프로그램 만들 수밖에 없죠. 그걸 넘어서 기자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기자로 훈련을 받아본 적 없는, 시사 이슈에 관해 일반 시청자 눈높이에서 좀 더 날카롭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그런 진행자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허일후 아나운서는 워낙 노련한 방송 진행자이고, 기자들이 조심스럽게 돌려 말할 때 돌직구처럼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난 분이라 저희가 모셨습니다. 물론 저희가 다루는 주제는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더 무겁고, 더 굵직하고, 더 가슴을 무겁게 만드는 주제들을 다룰 겁니다. 누구 하나를 악으로 규정하면 마음이 편하죠. 하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수많은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는 그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해법도 함께 찾아야 할 문제가 훨씬 많다고 봅니다. 플랫폼 노동 문제도 그렇고, 집값 폭등 문제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과연 책임이 없을?'까죠.

이런 문제들을 다루려면 저널리즘도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해야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죠. '왜 이렇게 시원시원하지 않지? <스트레이트> 선명성이 떨어졌네'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저널리즘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스트레이트>는 우리 사회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좋은 저널리즘을 추구하고, 사회 정의,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더 많이,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시청자분들이 더 사랑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희 제작진도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이 프로그램을 지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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