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언, 윤성현 KBS 라디오 PD

이충언, 윤성현 KBS 라디오 PDⓒ 이영광

 
KBS 라디오 PD들이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주간 윤이모>를 운영 중인 이충언 PD와 윤성현 PD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주간 윤이모>는 과거 아이돌들의 라이브부터 지금은 인기스타가 된 이들의 초창기 시절 모습 등 희귀 라이브 클립들을 공개하고 라이브 방송도 진행하면서 청취자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할 듯한 라디오 PD들이 왜 유튜브 도전에 나섰는지 궁금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 현직 라디오 PD가 유튜브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해보니 어떠세요?
윤성현 PD(이하 윤): "해보니 쉽지 않지만 재밌어요. 저는 KBS 라디오 PD인데 일종의 '계급장'을 떼고 한 명의 크리에이터로 새로운 것에 도전해본다는 점이 주는 상쾌함이 있고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거든요. 그런 지점에서 유튜브는 당대의 플랫폼이죠. 직접 해보니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뭐고 어떤 게 먹히고 어떤 식으로 콘텐츠가 소비되는지, 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고 직접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이충언 PD(이하 이): "최근 여러 가지 플랫폼이 되게 많이 생기는데, 라디오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저희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 올라가야 할지를 테스트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고, 해보니 재미는 있는데 너무 어려워요."
  
 윤성현 KBS 라디오 PD

윤성현 KBS 라디오 PDⓒ 이영광

 
- 뭐가 가장 어렵나요?
: "예전과 달리 라디오 외에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루트가 너무 많잖아요. 저희는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려주던 음악들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과연 어디서 음악을 소비할까란 고민에서 시작했거든요. 지금 사람들이 많이 보고 듣는 유튜브란 곳에서 과거 우리가 라디오에서 음악을 소비했듯 해보자란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저희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어요."
 
- 아직 구독자가 많지는 않은데 반응은 어때요?
: "유튜브 구독자 많은 채널에 비해서는 적다고 볼 수는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뭔가 흥행이라든지, 숫자적으로 직접 비교를 하자면 반응이 저조하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명의 크리에이터인 거잖아요.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3천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봤을 때, 절대 미미하거나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꾸준히 구독자가 증가하는 상황이고요.

저는 사실 라디오 PD지만 6년 정도 심야 라디오 음악 방송을 진행했던 DJ고 제 방송 좋아하신 분들은 제가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시작한 것을 반가워해주세요. 그렇기에 지속적으로 함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 라디오 심야방송 DJ와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다를 것 같아요.
: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죠. 심야 라디오 음악 방송은 청취자의 상상을 자극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깨어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에 보이지 않는 곳에 이야기와 음악을 전해주는 DJ가 있는 것인데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상상력을 자극하거든요. 그러나 유튜브는 좀 달라요. '어디 앉아서 (방송) 하네', '음악 틀고 있네', '라면 먹고 있네' 등 모든 게 보이고 민낯이 드러나죠. 그래서 상상력 자극하는 부분은 거의 없지만, 확실히 다 보여줌으로써 소통의 질감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이충언 KBS 라디오 PD

이충언 KBS 라디오 PDⓒ 이영광

 
- <주간 윤이모>는 어떤 방송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 "라디오 PD라는 정체성과 라디오의 어법으로, 유튜브에서 새롭고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는 채널입니다."
 
- 음악도 장르가 있잖아요. 어떤 장르를 주로 다루나요?
: "장르적인 부분보다는 최신 음악들을 소개하고 덜 알려진 음악들을 소개하려 해요. 인디라는 개념 안에 들어갈 수도 있고요. 그것과 상관없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이 시대 당대 아티스트들의 곡을 소개하자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고요. 또 라디오 PD로서 갈고 닦아온 음악 큐레이션 장점을 살리려고 해요. 어떤 주제와 상황에 맞는 음악들, 그리고 감성 건드리는 음악을 알맞게 늘어놓아서 편안하지만 재밌는 감상 포인트를 만들자는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방송 찍고 있어요."
 
- 유튜브 처음 했을 때 어떠셨어요?
: "진행하는 입장에선... 전 과거 심야 라디오 음악방송을 했을 때도 보이는 라디오를 안 했거든요. 당연히 얼굴을 드러낼 일은 없었죠. (근데 유튜브는) 너무 다른 거예요. 처음엔 마이크 앞에 서는 건 익숙해도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익숙지 않더라고요. 어색했어요.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새롭고 좋은 음악을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들었어요."
 
- 지금은 그 고민의 답을 찾았나요?
: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죠. 정답이 없는 거 같거든요. 제가 계속 음악 관련 콘텐츠 만드는 한 고민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요. 유튜브 처음 할 땐 뭔가 새로운 변화 느낀 건 이충언 선배님이셨을 것 같아요. 왜냐면 선배님께서 영상 촬영과 편집 등 제작 파트를 담당했는데, 작업 방식이 완전히 달랐거든요."
 
- 이충언 PD는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일단 책 10만 원어치를 샀거든요. 카메라도 사고... 근데 책보단 확실히 유튜브 영상 강의가 낫더라고요. 저는 재밌어요. 지금 반년 넘게 하는 데 많이 배웠어요. 앞으로 라디오에서 활용할 것도 많이 생겼고요."
 
- 재미는 있겠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지 않나요?
: "유튜브에 설명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보고 따라 하면 되더라고요. 워낙 그 틀이 좋아져서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았는데 다른 일 하며 이 업무를 해야 하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는 게 힘들었어요. 그리고 다른 업무가 더 많아지다 보니 제작할 시간적 여유가 많이 안 생겨서 약간 파행을 빚은 지 2달 된 것 같아요."
 
- 이름이 '주간 윤이모'인데 이유가 있나요?
: "'주간 윤이모'에서 주간은 이충언 선배님이 담당하시고 제가 윤이모를 담당하는데요. 윤이모는 제가 심야 라디오 방송할 때 저희 애청자들이 만들어준 별명이에요. 프로그램 이름이 <심야식당>이었거든요. 식당엔 요리하는 이모가 있고, 제가 윤씨니 윤이모로 하자고, 청취자분들이 소통을 통해 만들어준 별명이거든요. 제가 그때 진행자로서 만든 캐릭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거라 캐릭터 성을 살려 유튜브를 해보자는 생각이었고요."

: "주간은 일주일에 하나씩은 꼭 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러나 억지로 지키고 있어요(웃음). 일요일 밤 11시 30분에 올리고 그래요."
  
 <주간 윤이모>의 한 장면

<주간 윤이모>의 한 장면ⓒ 주간 윤이모


- 방송을 하던 분들이라, 새 플랫폼이라고 하더라도 자기검열을 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 "자기검열이 있을 수밖에 없죠. 유튜브에서 흔히 하는 말이 '유튜브 제일 못하는 사람은 방송사 PD'예요. 왜냐면 방송 PD들은 콘텐츠 만들 때 생각이 너무 많아요. 저희는 지켜야 할 규정도 많고 해선 안 되는 부분이 많단 말이에요. 그게 저희가 방송 만들며 항상 익혀온 관습인데 거기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어요. 말하는 순간 자기검열 계속하죠. 심지어 어떤 음악을 소개하면서 음악가 비하인드를 이야기하는데, 모두 다 말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게 당사자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고 팬덤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공영방송 PD로서 이걸 해도 되는 건지에 대한 자기검열이 있죠."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유튜브 라이브는 인터넷만 되면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으니까 저희는 방송 스튜디오 아닌 그냥 사무실에서 라이브를 하거든요. 한 번은 밤 12시부터 라이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순찰하시는 청원경찰 분이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신 거예요. 저희가 심야방송 분위기 낸다고 불도 안 켜놓고 작은 스탠드 하나만 켜놓고 어두운 분위기로 방송하고 있었어요. 저도 깜짝 놀랐는데 그분도 좀 놀라신 것 같더라고요. '캄캄한 데서 뭐 하나' 하셨을 거예요. 저도 라이브 하는 데 들어오니 놀라고 서로 멋쩍게 수고 많다고 인사하는 장면이 라이브로 다 나갔죠. 라디오에서는 방송 사고였을 텐데 유튜브에선 그야말로 재밌는 해프닝이었죠. 저희도 웃겼고 보시는 분들께도 <주간 윤이모> 웃기는 순간이었던 거 같아요."
 
- 앞으로 계획이 궁금해요.
: "지금은 제작비 안 쓰고 콘텐츠를 만드는데, 제작비를 써서 게스트 있는 코너 해본다거나 조금 더 확장해볼 생각은 있지만...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아요. 회사에서 편성이나 제작비를 받는 게 아니다 보니, 이걸 위해 온전히 할애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소위 말하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 그렇게 하기에는 콘텐츠가 가진 속성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요.

회사에서 제작비를 투여하려면 광고를 붙여서 (수익을) 뽑아내야 하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유튜브에선 음악 콘텐츠만으론 돈 벌기 쉽지 않거든요. 그런 걸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고 그게 숙제긴 해요."

: "저는 방송사 PD지만 한명의 크리에이터로서 도전 시작한 거잖아요. 이 도전은 길게 꾸준히 계속될 것 같아요. 저도 공채를 통해 입사한 뒤 방송사 PD란 직위를 받았지만, 디지털 혁명 통해 한 명의 1인 미디어 할 세상이 된 거예요. 아직 제작 여건이 안 좋고 제가 가진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 수 없어 아쉽지만, 전 그것에 개의치 않고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 마지막 한마디 해주세요.
: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이고 모든 제작자에게 힘이 됩니다."
: "저희가 농담처럼 공개방송하는 게 소원이라고 하는데요. 구독자가 일정 수준 넘으면 공개방송하고 싶거든요. 여러분 많이 도와주세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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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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