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써클>에 등장한 대한민국의 2037년은 이른바 스마트 도시와 일반 지구로 나뉘어져 있다. 말 그대로 '스마트'한 외관을 자랑하는 첨단 도시와, 마치 철거 예정지처럼 허름한 일반 지구를 구분하는 건 '공기'다. 청량한 하늘을 자랑하는 스마트 지구와 달리, 상시적으로 뿌연 미세 먼지에 휘감싸인 일반 지구. 입을 막고 연방 콜록거리는 일반지구의 정경을 보면, 마냥 '어휴, 저기서 어떻게 살아?' 할 수 있을까?

2017년 대한민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 주의보'에도 무감각해져버렸고, 맑고 청량한 하늘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스페셜 <공기의 종말>은 청량한 하늘을 잃어버린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SBS 스페셜 <공기의 종말> 방송화면 캡처

SBS 스페셜 <공기의 종말> 방송화면 캡처 ⓒ SBS


에어 노마드 족이 된 사람들

아토피가 심했던 혜성이네는 양평으로 이사했다. 아이들의 아토피가 공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양평으로 이사를 온 것만으로도 상태가 호전된 아이들을 보면서, 새삼 공기 오염에 대해 실감하는 중이다. 혜성이네는 이른바 공기 난민, 에어 노마드 족이다. 한술 더 떠, 제주도로 간 가족도 있다. 자라나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 졸지에 아빠는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이사를 하지 못한다면 '극성'이라도 부려야 한다. 유치원 바깥 활동이 잡힌 날, 하필이면 미세먼지가 심해졌다. 마스크로 중무장한 아이들이 향한 곳은 실내 박물관이었다. 바깥 놀이를 기대했던 아이는 풀이 죽었지만, 엄마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집이라고 다를까. 도시에 사는 엄마들은 바쁘다. 아이들 기관지에 좋은 온갖 음식을 해먹이라, 자동차용 필터를 환풍기에 달아 집안 공기를 정화하랴, 창문 곳곳에 강력한 필터를 메우랴, 혹시라도 집안에 침입한 미세 먼지를 없애느라 쓸고 닦고. '전쟁'이 따로 없다.

정부나 기상청의 발표를 믿지 못해 스스로 미세 먼지를 측정하고 이웃이나 동호회 회원들과 공유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공기 좋아 이사한다는 제주도도 형편이 예전만 못하다. 한라산이 맑게 보이는 날이 줄었다. 지난 5월 24일 뜻을 모은 91명의 시민은 환경 단체와 함께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에 환경 오염 소송을 제기했다.

 SBS 스페셜 <공기의 종말> 방송화면 캡처

SBS 스페셜 <공기의 종말> 방송화면 캡처 ⓒ SBS


미세 먼지, 당신 집 마당의 독가스 

극성이라고? 오버라고? 미세 먼지를 그냥 먼지가 조금 더 '미세'한 수준이라고 얕봐서는 안 된다.

중국 한 TV의 여성 아나운서는 취재를 위해 중국 곳곳의 미세 먼지가 심한 곳을 다녔다. 취재를 마치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여성. 이 여성의 아이는 태아의 상태에서 종양을 가지게 됐고,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받았다. 이 아나운서는 아이에게 생겨난 종양이 '미세 먼지' 때문이라 말한다.

또 하나의 사례. 중국 베이징 병원의 전도유망했던 소아 심장 전문의는 공기 오염이 심한 곳의 아이들을 수술하며 아이들 폐에 생긴 회색 점들을 보며 의아했다. 그러다 정작 본인이 가족력도 없이 '폐암'에 걸리고 말았다. 자신의 폐 중 겨우 1/6을 유지한 채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폐암이 베이징의 공기 오염 때문이라 믿고 있다. 그렇기에 설사 회복이 되더라도,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가 생긴다 해도, 다시는 베이징에 돌아가지 않겠다 다짐한다.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는 아황산가스, 질소,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 유독성 성분을 포함한 대기 오염 물질이다. 대부분의 오염된 물질들이 코 등을 통과하며 걸러지는 것과 달리, 10㎛ 이하의 오염 물질들은 걸러지지 않은 채 폐 등 우리 몸에 고스란히 축적되며 각종 신체적 병변의 원인이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천식, 아토피, 각종 피부병, 호흡기 질환의 수준을 넘어 미세 먼지가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덴마크 암학회 연구센터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은 18%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기 사망위험도 커졌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롭 비렌 박사팀이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증가할 때마다 조기 사망 확률이 7%씩 증가하였다.

무엇보다 이런 미세 먼지에 취약한 계층은 폐 기능이 약한 노인과 아이들이다. 특히 어른에 비해 호흡수가 잦은 아이들의 경우 더 치명적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 호흡기 질환 입원환자 수는 1.06% 늘었다. 노인층은 더욱 취약하다. 지름이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협심증,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암학회의 자료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증가하면 심혈관과 호흡기 질환자의 사망률이 12%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영 ,
(이화영 , <미세 먼지가 건강을 위협한다> 중) 

 SBS 스페셜 <공기의 종말> 방송화면 캡처

SBS 스페셜 <공기의 종말> 방송화면 캡처 ⓒ SBS


다큐가 짚고 있는 건 정부의 안이한 대처이다. 정부가 발표한 2016년 미세 먼지 발생 평균 일수는 15일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낀 미세 먼지의 현실적 일수는 2016년 한 지자체가 발표한 미세먼지 일수 119일에 가깝다. 무엇보다 정부의 미세 먼지 기준이 WHO 기준에 비해 너무 높은 '안이한' 현실이다. 거기에 2016년 1~3월 초미세먼지 나쁨 2일에 비해, 7배가 늘어났다. 다큐는 급격한 증가가 우려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우리나라 미세 먼지의 주범은 '중국'이다. 중국 해안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공단에서 뿜어내는 대기 오염 물질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온다. 환경 단체와 시민들의 소송 대상에 중국을 넣은 이유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만이 문제일까? 새 정부 들어 미세 먼지 대책을 발 빠르게 움직인 정부는 노후한 석탄 화력 발전소의 운행을 중지했다. 하지만, 전체 발전 비율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는 몇몇 화력 발전소의 중단은 미세 먼지 대책의 첫발로써는 상징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심각하다. 중국의 핑계만을 대기엔 현재 우리나라 화력 발전소의 증가율은 심각하다.

3월 29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대기오염 정보사이트 에어비쥬얼의 정보를 인용해, 3월 말 서울은, 중국 베이징과 인도의 델리와 함께 세계 3대 대기오염 도시였으며, 가까운 미래에 한국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최악의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OECD 보고서 내용도 인용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5년, 한국의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를 제기하며 초미세 먼지를 뿜어내는 석탄 화력 발전소로 인해 매년 1100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으며 앞으로, 조기 사망자는 더 많아지리라 예측했다. 2025년까지 모든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한 영국, 심지어 중국도 최근, 104기의 화력 발전소 신규 계획을 취소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2016년 2월 기준 총 53기의 화력발전소는 2030년엔 70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그 결과가 우려되고 있다. (4월 14일 EBS 뉴스 중)

또한 정부가 밝히고 있는 2030년 경차 운행 중지 입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리를 메우는 경차들의 행렬 또한 미세먼지의 또 다른 주범이다. 그런 면에서 <공기의 종말>은 미세먼지로 인해 고통받는 현실을 조명한 것에는 의의가 있지만, 막연히 '중국'이 주범이단 식의 원인이나 대처 방식에서는 '주먹구구식'이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이미 정부가 노후 화력 발전소 중지나 경차 대책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촘촘한 대책이었다면 심각성의 경고와 함께 프로그램의 의의가 더 살았을 듯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기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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